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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2월 18일 방영된 MBC <종합병원2>의 한 장면 의국에서 전공의들이 만성신부전 
                               환자의 병 발생 원인에 대하여 토론하고 있다. ⓒ MBC캡쳐

"어떤 일 하세요?""직업은 뭐죠?"라는 질문을 의사로부터 받아본 일이 있는가? 나는 의사가 아니라 의학이나 의사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제(18일)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 <종합병원2>는 최소한 내가 겪은 의사들의 공통된 특성를 잘 보여주었다. 바로 환자의 직업을 묻지 않는다는 것.

18일 방영된 <종합병원2>, 급성신부전 환자가 의뢰되어 왔고 김도훈(이재룡) 교수는 정하윤(김정은)과 최진상(차태윤)에게 원인을 찾아낼 것을 지시한다. 하윤과 진상은 환자에게 집요하게 묻기 시작한다.

"혹시 요즘 손발이 붓는 증세는 없었어요?"
"어제 오늘 특별한 걸 드셨거나 그런 건요?"
"약 드신거 있으세요? 진통제나 항생제 같은 거요"
…(중략)…
"혹시 술은 안 드셨어요? 
"음료수는요? 음료수인 줄 알고 뭘 잘못 드셨을 수도 있거든요."
"그럼 최근에 산에 가신 적 있으세요? 독버섯 같은 거 때문에 여쭤보는 거예요."

결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환자는 결국 죽는다. 두 의사는 주로 잘못 섭취한 음식이나 약물을 의심했고 결국 자살로 심증의 가닥을 잡아간다. 두 의사는 결국 환자의 직업을 묻지 않았다. 의국에서 의사들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가운데 직업과 가까이 다가간 대화가 오가긴 하지만 2% 부족하다.

"하우스 박사는 환자 집부터 뒤지잖아. 냉장고 뒤지고 서랍 뒤지고 그러면 단서가 나오더라." 
"얼마전에 부동액이 소주병에 담긴걸 모르고 마셔가지고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어."

급성신부전은 직업적으로 중금속과 용제류에 다량 노출되어 나타날 수 있다. 수은, 비소, 크롬 또는 에틸렌글라이콜·할로겐계탄화수소 등에 호흡기 또는 피부를 통해 고농도로 노출되어도 급성신부전이 올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직업을 묻는다는 것은 의사 개인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환자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년이 지난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부터 최근 노말핵산에 의한 외국인노동자 앉은뱅이병 사건까지 숱한 직업병 사건들이 그러하다. 결국 직업을 물었던 뜻있는 의사나 직업을 의심한 시민단체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게 되었다.

18세기 <직업인의 질병; De Morbis Artificum Diatriba>이라는 책을 쓴 이탈리아의 라마찌니<Bernadino Ramazzini; 1633~1714>는 의사들이 반드시 환자의 직업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환자의 직업을 묻는 의사야말로 훌륭한 의사라고 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최초의 여교수이자 의사였던 앨리스해밀턴(Alice Hamilton; 1869~1970)은 직업을 묻는 것을 넘어 환자의 직장인 공장과 광산을 누비면서 납중독·이황화탄소 중독·진폐증 등을 밝혀냈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후예들이 있다. 직업과 질병과의 관련성을 전공으로 하는 산업의학전문의가 있다. 그렇지만 그이들은 너무도 희귀하여 일반인이 접하기란 거의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사실 산업의학 전문의가 많을 필요는 없다. 일반 의사들이 환자의 직업을 묻기만 하면 그 절반의 몫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그리하여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환자의 직업과 질병으로 검색만 할 수 있다면 치료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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