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01:01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곽현석(crazy70dog@dreamwiz.com)
1. 서론
국내에는 1974년 지하철 1호선(서울역-청량리) 개통을 시작으로, 1987년 부산, 1995년 서울 2기 지하철 개통, 1997년 대구, 1999년 인천 등 주요 대도시 심장부를 관통하는 지하철이 개통 운행되었다. 서울에서만 1일 약 500만 명이 이용하며, 교통분담율은 3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지표상으로 시민들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정작 일반 대중들에게 지하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유해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지하철노동자들의 작업공간이 가지고 있는 폐쇄적 특성을 비롯해(지하철노동자들 작업공간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움) 지하철에 대한 기존 연구조사방법들이 대기관리방식의 제한적인 접근으로 결과의 의미가 일반 대중들에게 크게 다가가지 않고,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5년 1월, 37세의 지하철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2005년 9월 직업병 인정).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원진연구소에게 작업관련성 검토를 의뢰하였고, 연구소는 현장조사 및 지하철관련 연구결과들을 재검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부 지하철공사에서 수행한 작업환경측정결과를 토대로 지하철노동자들의 유해물질 노출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환경은 왜 위험한가?-실내공기오염물질 종류 및 건강영향
일반적으로 알려진 실내공기 오염물질의 종류 및 건강영향은 <표 1>과 같다. 지하철 환경의 경우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이러한 물질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실내공기오염의 주요배출원은 ①건물구성요소와 마감작업에 기인한 것, ②기기장비로 인한 것, ③거주자의 활동에 의한 것, ④외부환경에 기인한 것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지하역사를 예로 든다면,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유지/보수/철거/리모델링/청소 등의 작업활동으로 인해 석면, 먼지, 중금속, 휘발성유기화합물(이하 VOCs), 미생물 등, 사무용기기나 공조시스템, 침구류 등에서 VOCs, 오존, 먼지, 미생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유동인구 및 지상교통수단의 매연 및 각종대기오염물질로 인한 먼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NO2, SO2, VOCs, 미생물 등의 유입, 토양/암반/지하수에서 방출되는 라돈(Rn) 등의 유입으로 인한 오염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인구중 약 1억명은 알러지 및 천식환자인 것으로 추정되었고, 각국별로는 6~8% 정도가 알러지성 천식환자였으며, 알러지성 비염환자는 천식환자의 약 2~3배 정도로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1994년 실내공기질관련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가 10억불, 생산성 감소는 3%로 추정되는 등 전체적으로 40~50억불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와 더불어 천식은 1980년대에 비해 2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 <표 1>. 실내공기 오염물질별 건강영향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실내공기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 지하철 노동환경실태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방문한 한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하철환경을 표현하였다.
"Like a mine, but worse - 광산과 비슷한, 그러나 더 열악한..."
지하 공기질은 일반 실내 공기질과는 달리 자연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인공적인 환기설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공기질 오염도는 매우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지하역사 공간은 지하철 운행을 통한 피스톤 영향(piston-effect, <그림 1>) 때문에 끊임없이 오염물질들이 비산되는 특성이 있어 일반 승객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상주하여 근무하는 지하철 노동자를 포함한 지하공간 노동자들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그림 1>. 지하철 운행시 발생하는 피스톤 영향(piston effect)
2005년 9월 27일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주최한 『지하환경이 노동자건강에 미치는 영향』(부제 : 지하철 공기가 당신을 죽이고 있다-노동자는 폐암으로, 시민은 대형사고 가능성으로) 발표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다루었다. 첫 번째는 승무노동자 작업환경과 지하철 안전문제, 두 번째는 심야 터널작업과 노동자 건강문제이다. 여기서는 발표회의 주요내용과 의미를 정리하는 동시에 지하철 환경관리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2. 본론
발표 1 : 승무노동자들 작업환경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중심으로)
□ 시민은 대형사고 가능성으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서울지하철 1,2,3,4호선 객차와 승무원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조사한 결과로서 객차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높았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처럼 유동인구나 외부 교통량이 많아지는 시간대에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다고 하였다.
또한 승무원실도 (객차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수준이었다. 이 원인으로는 전체 지하역사의 환기가 자동차 매연과 같은 지상 대기오염물질을 여과시키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으나, 차량 자체 환기가 부적절한 것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전동차량 환기구조는 외부공기(여기서는 지하역사, 승강장, 터널 등의 공기)를 유입하여 차량내부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먼지를 전혀 여과해줄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러한 공기들이 승무원실로 재차 공급되는 과정에서 객차내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이 승무원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였다. 즉, 승객들이 많이 몰리면 객차내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가 높아지는데, 이들 물질들이 승무원실로 그대로 공급되며, 승무원실은 그나마 배기장치가 전혀 없어 오염물질이 정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일부 구간과 시간대(예를 들어 출근시간대)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미세먼지 기준(150㎍/㎥)의 2배 이상, 이산화탄소 기준(1,000ppm)의 5배 이상 높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승무노동자는 집중력 저하, 두통, 피로, 졸림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지하철 안전운행과 관련해 문제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 ▲지하철 관련 신문기사 예.
발표 2 : 지하역사 환경 vs 지하철 노동자들 작업환경, 무엇이 다른가?
□ 노동자는 폐암으로
석면(Asbestos) 또는 석면함유물질(Asbestos containing materials)은 석면폐, 폐암, 중피종암 등을 일으키는 물질로 암 발생에 있어서는 안전한 노출기준이 없다고 할 정도로 발암위험성이 높은 물질이다.
1994년~2003년까지 국내 지하철 관련 석면연구들을 정리해보면, 전동차용 부품, 덕트, 파이프 연결부위의 가스켓 등, 천장 석고보드, 칸막이, 도포물질, 퇴적분진 등에서 적게는 1~2%, 많게는 90%까지 백석면이 검출된 바가 있다. 또한 냉난방공사 등 설비해체, 보수작업 시에는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를 해체해야 하므로 공기 중 석면권고기준을 2배 이상 초과하였고, 환승통로와 승강장 등에서도 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설비공사시 작업자 호흡기 보호구에서도 석면이 검출되어 노동자 노출위험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연구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