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건강연구소 우지훈(woojihoon@empal.com)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면서 연구소 식당 메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냉국이니 냉채니 찬 음식들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고 조금만 있으면 보양의 묘미가 있는 식단들도 등장할 것이다.

# 열 퍼짐 방지, 유해물질 제어하는 환기장치

올해 여름의 삼복은 7월 19일, 29일, 8월 8일이다. 이런 하이라이트 날에는 최소한 반계탕 정도는 준비를 해야 사내식당들도 현장의 원성들을 피해갈 수 있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야 반계탕이 아니라 삼계탕을 준비해 주면 좋겠지만 주방에서 닭을 수십, 수백 마리를 푹푹 삶아야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고생이 아닐 것이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열기를 콸콸 쏟아내는 냄비 앞에서 하루 종일 음식냄새를 맡으며 일하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조리모를 벗어 던져버릴까 생각도 할 것이다. 몇몇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조리사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조리사가 마찬가지의 심정일거라 생각한다. 
현대인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주방이 없는 곳은 거의 없다. 일반 가정에도 주방이 존재하며 공장, 호텔, 쇼핑센터, 관공서 어디든 주방은 존재한다. 다만 크기가 다르고 주방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면 주방에서 조리실로 명칭도 달라진다. 주방이나 조리실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조리실이 작업 현장이며 일터가 된다.

그러면 이렇게 조리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우선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환기이다. 환기시설은 주방에서 기본으로 설치되어야 하는 시설이다. 일반 가정집에도 주방에 환기장치가 있다. 더 큰 조리실은 환기장치도 더 크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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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주방의 환기시설



조리실에 설치된 환기장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조리 기구나 음식물에서 발생하는 열이 조리실 내로 퍼지지 않게 하여 쾌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조리과정 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스나 고체상의 유해물질들을 제어해 주는 것이다. 주방기구의 원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 질소화합물(NOx) 등과 음식물 자체가 가열되며 발생시키는 가스 또는 고체형태의 부산물이 유해물질에 포함된다. 두 가지 큰 목적 중에서 열과 유해물질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따진다면 열 제어 목적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여름이라면 조리실에서 열을 제어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후드 면적이 조리기구 면적보다 커야


조리실에 설치되는 환기장치도 여타 현장의 국소배기장치나 환기설비처럼 기본적인 원칙이 몇 가지 있다.


대부분의 조리실에 설치되는 환기장치는 조리기구 위쪽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 현장은 작업대 위쪽으로 설치되는 상방형도 있고, 밑으로 설치되는 하방형도 있고, 작업위치 전면으로 설치되는 측방형도 있지만 조리실의 환기장치는 거의 대부분이 상방형이다. 보통 현장의 환기장치에 후드를 설치할 때는 작업대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잡아끌 정도의 힘이 있던지, 인위적인 기류를 만들어 가스 이동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힘(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이 힘을 ‘제어속도’라고 한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리 시 발생하는 열 증기나 그 속에 포함된 유해물질들은 온도 때문에 위로 뜨는 성질이 있어 큰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통 현장의 상방형 후드는 1.2~1.0m/초의 속도로 빨아들여야 하지만 조리기구 위의 후드는 조리기구 표면에서 0.08m/초 정도의 속도로도 충분하다(단, 연료로 석탄이나 숯을 직접 사용한다면 0.8m/초 이상이어야 한다). 0.08m/초의 속도는 감각으로는 감지 할 수 없는 수준이며 풍속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약간의 기류만 있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리실 환경을 개선하고자 보통 현장의 국소배기장치처럼 후드 속도만 올린다면 심각한 오류가 될 수 있다. 후드의 흡입 속도만 높인다면 오히려 소음이나 진동 때문에 노동자들이 환기 장치 가동을 꺼리게 되고, 조리할 때 연기나 기름때를 더 발생시켜 후드 오염과 노후화를 촉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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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2 조리기구위의 잘못된 후드설계



후드의 크기 또한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조리 기구에서 발생하는 열 증기와 유해물질은 위로 뜨는 성질이 있다 하더라고 <그림 2의 A>와 같이 직선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발생되는 증기는 위로 올라갈수록 확산되어 <그림 2의 B>와 같이 넓게 퍼지게 되고, <그림 2의 C>에서처럼 측면에서 방해기류가 존재한다면 상승방향이 기울어 질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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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올바른 조리실 후드의 예

따라서, 후드 면적이 조리기구 면적보다 작거나 같다면 발생 증기가 후드를 벗어나게 되고, 조리실 내부에 잔류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 후드 크기는 <그림 3>과 같이 조리기구의 전, 후면에서 최소 150mm 더 내밀게, 측면도 양 옆으로 150mm 더 길게 하여야 한다(그림에서의 BACK SHELF와 PASS OVER 형태는 너무 앞으로 후드를 내밀게 되면 조리를 방해하므로 전면으로 내미는 것을 최대 250mm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최소 설계기준인 150mm외에 설치 위치가 벗어날 수도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하여 보통 300mm 정도 더 내밀게 제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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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1 덕트 용량에 따른 환기 효율


# 작업환경측정 기간 이용해 덕트 용량 점검해야

후드가 적절하게 설치되었다면 다음이 덕트에서 적절히 배출시키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덕트는 후드에서 빨아들인 증기를 외부까지 이송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후드가 증기를 빨아들였는데 덕트 용량이 부족하여 외부까지 이송시킬 수가 없다면 빨려 들어간 증기는 조리실 외부로 나가지 않고 다시 조리실 내부로 누출될 수가 있다. 아래의 사진은 덕트 용량에 따른 효과를 조리 시 발생하는 열기를 광슐리렌법을 이용하여 착용한 것이다. <사진 1의 B>와 같이 1700L/분으로 충분한 덕트 용량이라면 열기가 대부분 빨려 들어가지만, <사진 1의 C>와 같이 덕트 용량이 1300L/분으로 떨어지면 빨려나간 열기가 다시 밖으로 누출되게 되고, 조리실 내부에 퍼지게 된다. 덕트 용량이 적절한지 판단하고자 할 때는 작업환경측정기간을 이용하여 점검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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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4. 국소적인 냉기 공급형태

추가로 노동자의 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림 4>와 같이 냉기를 조리작업을 하는 주 위치에 국소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공급하는 냉기는 작업자의 위치에 직접 공급하거나 조리실 내부에 전반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때 공급하는 공기의 속도는 0.4~1.0m/s의 속도가 적당하다. 주의할 점은 가능한 냉기의 공급위치는 후드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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