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00:46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 수 정일과건강 2008년 6월호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텔레마케터,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간병인, 방송작가, 신문판매원, 레미콘·덤프·화물·컨테이너 기사, 홍익회 매점 판매원, 수도·가스검침원 … 이들은 노동계 통계로 2백만 명이 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모든” 노동 관련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다. 노동 관련법 적용대상이 아니다보니 이들은 노동법상 기본권은 물론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마저 위협받아 왔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오랫동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이에 따른 노동관계법 전면 적용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러나 정부는 2007년 11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개정, 2008년 2월 25일 입법예고 등을 통해 ‘현장실습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자’와 마찬가지로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산재법만 “특례” 규정을 마련하여 2008년 7월부터 시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125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다음 각 호의 모두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이하 이 조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한다)의 노무(勞務)를 제공받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제6조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본다.
1. 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2.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노동자로 인정하지도 않고 산재보험 한다면, 저 같은 여자는 모성보호법을 못 받는다구요. 모성보호를 못 받는 산재보험은 도대체 뭔 … 산재보험 해봤자 사후 뒷북치기라구요. 사전에 방지라도 해야 되는데 … 저같은 경우에 미리 얘기를 해가지고 일단 휴직이나 이런 게 받아들여져야 적당한거지 … 한두 달 만에 유산도 안 했을 거구 입원도 안 했을 거예요. 미연에 방지하는 그런 체제로 가야지 … ” - 학습지 여성노동자 -
학습지 여성노동자의 지적과 같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없이 “특례”로 적용되는 산재보험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첫째, 그 적용대상이 전체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닌 200만 명 중의 극히 일부인 38만 명 정도이다. 즉,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설계사(전체 보험설계사의 1/2),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소유하여 직접 운전하는 자, 통계법에 따른 학습지 교사,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한 골프장에서 골프경기를 보조하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4개 직군에 국한되었다.
둘째, 특수고용노동자가 특례 적용 제외를 신청(산재법 제125조제2항)할 수 있도록 하여 “자발적인 배제”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현행법상 산재보험 가입 의무 대상은 상시노동자수 1인 이상인 사업장이지만 비정규노동자와 같은 산재취약계층은 잦은 이직과 고용불안, 저임금으로 자발적 배제 문제로 법 적용 사각지대에 있다. 그런데 아예 법적으로 자발적인 배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면 그 적용 대상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셋째, 보험료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각각 2분의 1씩 부담(「고용보험및산업재해보상보험의보험료징수등에관한법률」제49조의3 제2항)하도록 규정하여 보험료를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는 노동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는 사용종속성 정도를 판단하여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사업주가 보험료를 100%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철회되었다.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률을 높이는 법 개정은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여 “특례”와 각종 제한에 갇힌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은 생색내기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성 인정 없는 누더기 특례법 적용으로 산재보험 적용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완 뿐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 발생 원인과 규모, 처리과정 등 실태 파악과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한다. 특례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 ‘컨테이너 박스에 깔려 숨진 화물차 운전 노동자’, ‘전염병에 옮은 간병노동자’, ‘빗길 오토바이 사고로 발목이 부러진 퀵서비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