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에 대한 금전배상명령

2012.03.04 00:23

조회 수:8013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수정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에서는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근기법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또한, 노동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후 휴가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만 효력이 있다. 


사용자에게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면 노동자는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려면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근기법 제28조).


근기법이 개정되기 전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절차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절차를 준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기법이 개정되면서 노조법에서 준용하던 조사, 심문, 구제명령과 기각결정에 대한 사항을 근기법에 직접 규정하였다. 기본적인 절차와 방법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사용자가 부당해고를 한 경우 구제명령 내용 중 “금전배상명령”에 대한 규정을 신설(2007.07.01.이후 발생한 해고부터 적용)하였다. 즉, 노동자가 “원직복직” 대신 금전배상을 원하는 경우 해고 이후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전적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30조【구제명령 등】①~② 생략 ③ 노동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해고에 대한 구제명령만을 말한다)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原織復織)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근기법 개정 전 부당해고의 구제명령은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지급’이 원칙이었다. 해고처분이 무효가 되면 해당 노동자는 원직으로 복귀할 권리와 함께 처음부터 해고 처분이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된다. 또,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에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직복직”이라는 구제명령은 해고가 부당하다해도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정년이 도래하거나 사용자가 회사를 폐업하여 돌아갈 일터가 없는 경우,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종료일이 다가오는 경우 등에는 노동자가 구제 받을 길이 마땅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원직복직의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노동자의 청구로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전을 배상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부당해고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전배상명령 도입과 함께 논란이 되어 온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폐지되었다.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폐지하고 금전배상명령을 도입하였지만 원직복직이 곤란한 사정이 있거나 복직이 불가능한 경우 등으로 제한하는 ‘사유제한’은 정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의 자율적인 선택으로 맡겨놓은 것이다. 금전배상명령의 의미가 위법 상태를 금전적으로 적절하게 보전한다는 의미이므로 이전의 형사적 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준하는 형벌적인 의미의 배상은 아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자의적인 해고에 적절한 규제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유제한을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금전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임금상당액 이상“이라고만 정해 구체적인 금액을 예상할 수 없다. 어찌어찌 금전배상명령이 확정된 경우에도 이행을 직접 강제할 방법이 없어 결국 노동자가 직접 사용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는 해고를 당하고 구제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제적, 심리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근기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엄격하고 중한 처벌로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사용자의 자의적인 해고를 제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금전배상명령 제도는 구제신청의 내용과 절차를 더 어렵게 하여 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에게도 금전보상명령 제도를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니 차라리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는 것이 어떨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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