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00:09
이상윤/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숨쉬기, 잠 등과 더불어 참기 힘든 욕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용변에 대한 욕구다. 대소변이 마려울 때 이를 참으면서 괴로워해 본 경험은 누구나 다 있을 것이므로 그 고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사람은 적어도 하루에 수차례는 소변을 봐야 한다. 이것은 참으라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노동강도가 세지고 노동 시간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일하는 중에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건강 상담을 하다 보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손님을 상대하거나, 자동화된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병원 노동자, 대중교통 운전 노동자, 건설 노동자 등 가운데 상당수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한다고 말한다. 한 극단적인 사례로는 2007년 12월 서울지하철 노동자 한 명이 화장실에 갈 수가 없어 지하철 안에서 용변을 보다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이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시간이 없어서다. 많은 업무를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상담한 한 보육교사도 이런 어려움을 호소했다. 많은 아이들을 혼자 돌보고 있으니 화장실에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화장실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갈 시간이 넉넉하게 있다면 이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는데 화장실이 멀리 있으면 참게 된다. 백화점은 판매 전략의 한 방법으로 1층에는 화장실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1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화장실이 너무 멀다. 넓고 넓은 벌판에 간이화장실 하나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건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화장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바쁜데 화장실 위생을 따질 것이 뭐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특히 여성들은 위생 상태가 나쁜 화장실을 가기보다는 참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소변을 오래 참는 일이 반복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방광염이나 요로감염이다. 그대로 방치하면 신장에 심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질환이다. 임신한 여성이 요로감염을 자주 앓으면 아이의 몸무게가 정상보다 적은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대변을 오래 참는 것도 습관이 되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 변비도 심해지면 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고, 흔히 치질이라 하는 치핵과 같은 질환의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여성이 이런 위험에 더 시달린다.
노동자에게 화장실에 갈 시간과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건강 문제이기 전에 인격 문제다. 사업주는 모든 노동자들이 변의를 느끼면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