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직업의 ‘소리없는 장애’

2012.03.03 23:09

조회 수:3886

이상윤/ 연구공동체<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계절이 됐다. 며칠만 지나면 가을이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도 나왔다. 하지만 계절이 가을, 겨울로 바뀌어 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좋든 싫든 일 때문에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이들은 날이 건조해짐에 따라 목소리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많아짐에 따라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 이뤄진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노동자 3명 가운데 1명이 업무 중에 많은 말을 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직종이 교사, 콜센터 직원 등이다. 이에 따라 목소리 장애를 겪는 노동자의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또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적어도 2800만명의 미국 노동자가 1년에 한 번 이상은 목소리 장애를 겪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생기는 경제적 비용도 만만찮다. 교사 한 직종의 목소리 장애만으로 해마다 25억달러(약 2조5천억원) 가량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목소리 장애는 이를 겪는 이들에게 적은 문제가 아니다. 목소리 장애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심할 때는 이직이나 퇴직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퇴직 교사 5명 가운데 1명이 목소리 장애 때문에 퇴직을 결심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이에게 목소리 장애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다 목소리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다. 근무 조건이나 작업 환경에 따라 목소리 장애를 더 많이 겪기도 하고 더 적게 겪기도 한다. 목소리 장애의 1차 원인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지만 그 밖의 원인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비효과적인 발성과 호흡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오랜 시간 말을 할 때 △너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할 때 △주변 잡음이 많거나 방음 시설이 잘 안 돼 있는 작업 환경 등이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는 노동 조건과 작업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노동자 개인이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말을 많이 하는 노동자들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목소리 워밍업을 하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 말을 했다면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가져야 한다. 일하는 중에는 자신에게 맞는 목소리 높낮이를 찾아 일정하게 그 높낮이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마이크를 써야 한다. 작업 환경은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고,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커피나 술은 좋지 않으며, 대신 물을 많이 마셔 목의 습도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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