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취급받는 편두통의 공포

2012.03.03 23:02

조회 수:4174

이상윤/ 연구공동체<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일반적으로 건강 문제의 우선순위는 해당 질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 병이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 등의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기준 때문에 흔하지 않은 질병이나 아무리 아파도 숨질 확률이 적은 질병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해지곤 한다.

 

하지만 꼭 사망률이 높은 질환만 심각한 것인지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대신에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거나 노동 손실을 크게 하는 질환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사망률 위주로만 접근하다 보면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이들의 건강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편두통은 남성보다는 여성에 많고 비록 심하게 통증을 느끼지만 숨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덜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실제 편두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3~4배 가량 더 많다. 또 편두통 환자는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심한 통증을 느끼지만, 이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편두통 환자가 전체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6.5%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9.7%에 이르렀다.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편두통을 앓는 비율은 커졌다.

 

이런 편두통 환자들은 두통이 생기면 그 통증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환자의 49%가 편두통 발작이 생기면 아무 일도 못 한 채 누워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대부분 생산성이 높은 20~50대이기 때문이다. 역시 미국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를 보면 편두통 발작 때문에 결근하는 이들의 비율도 높고, 일을 하더라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한 예로 편두통 환자들의 1년 평균 노동 손실 시간은 약 100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보면 편두통은 치료 비용뿐 아니라 노동 손실, 삶의 질 저하 등 간접 비용까지 고려하면 결코 만만하게 볼 질환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편두통에 쏟는 사회적 관심은 적은 편이다. 편두통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도 적다. 편두통을 ‘꾀병’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많이 펴져 있을 정도여서, 편두통 환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홍보나 교육 등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나 치료를 받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에 빠지는 사람도 많고,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문제로 편두통은 결코 소홀히 다룰 질병이 아니다. 더 깊은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

 

번호 제목 날짜
139 컴퓨터 작업자 목·어깨 통증 스트레칭만으론 해결 못해 2012.03.04
138 악몽보다 무서운 수면 무호흡증 2012.03.04
137 전문가들 “사망-직무 연관성 자세히 밝혀야” 2012.03.04
136 고객에 뺨맞는 직원 사장님이 지켜주세요 2012.03.04
135 휴대폰 기업들, 노동자 건강엔 ‘불통’ 2012.03.04
134 흔한 피부질환, 더 신경써야 2012.03.04
133 숱한 ‘병원 폭력’ 아시나요 2012.03.03
132 CCTV에 갇힌 노동자 2012.03.03
131 CCTV에 갇힌 노동자 2012.03.03
130 노동자에게 진정한 추석 선물은… 2012.03.03
129 말 많은 직업의 ‘소리없는 장애’ 2012.03.03
128 ‘직장 왕따’ 느는데 규제는 없어 2012.03.03
127 근골격계 질환, 국가가 ‘처방’해야 2012.03.03
» ‘꾀병’ 취급받는 편두통의 공포 2012.03.03
125 용접사의 책임으로 끝내려는가? file 2012.03.03
124 여전히 낮은 기업체 안전보건 의식 속에 진행되는 여수․광양 역학조사 [1] file 2012.03.03
123 과거 현재 미래가 얽힌 석면 문제 다시 보기 file 2012.03.03
122 허용기준, 무엇을 허용하고 있는가? [1] 2012.03.03
121 작업환경측정제도 어떻게 바뀌는가 file 2012.03.03
120 화학물질의 위험은 어떻게 이전되는가? [3] 2012.03.03
119 서비스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주세요 2012.03.03
118 백화점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2012.03.03
117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주장하는 것이 답이다. 2012.03.03
116 노동과정 변화는 근골격계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file 2012.03.03
115 노동강도 측정과 근골격계질환 2012.03.03
114 진정한 근골 유해요인조사는 노동조건이 변화하는 ‘작업개선’ 이뤄지는 것 file 2012.03.03
113 근골 사업! 최소한 이것만은 실천하자 [1] 2012.03.03
112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의 사각지대, 중소영세사업장 2012.03.03
111 2007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file 2012.03.03
110 '올림픽 상품'의 노동착취 대회 2012.03.03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