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14:09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수정, 일과건강 2006년 12월호
ⓒ 경향신문 2006.11.22.
“사장 아저씨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치료가 안 된대요.”
“제 잘못으로 다쳤으니 제가 알아서 치료하래요.”
“저는 실습생이라서 보상 받을 수 없다는데요?”
고3 학생들과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다보면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이런 질문을 많이 듣게 된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노동권을 배워본 적이 없는지라 ‘알바생’,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하는 학생노동자들은 산업재해란 단어조차 생경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생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산재)보상보험법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방치되기 일쑤다. 학생노동자들에게 산재는 ‘재수 없어서 당한 일’이 되거나 ‘알아서 치료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노동자가 산재를 당할 경우 ‘업무상 재해’가 확실하다면 사장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실수로 다쳤다 하여도, 아르바이트/일용직/기간제/현장실습생 명칭을 불문하고 보상 받을 수 있다.
요즘은 수능시험이 끝나고 대학진학을 앞두거나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치킨집, 중국집, 주유소 등에서 학생노동자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제대로 된 노동권을 보장받는 학생노동자를 만나는 건 어렵다.
“접시 깨면 5만원 까고, 컵 깨면 만원 까기도 했어요.”
“맨날 밀려서 월급 받다가 다 받지도 못하고 그만뒀어요.”
“아르바이트가 퇴직금을 어떻게 받아요.”
임금과 관련해서도 학생노동자란 이유로 처음부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거나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임금을 떼인 경우를 많이 본다. 게다가 휴학하면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도 그만 둘 때는 ‘아르바이트가 퇴직금이 어딨냐’며 못 받기 일쑤다.
그러나 5명 이상 일하는 곳에서 주15시간 이상, 1년 이상 일했다면 당연히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일하다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사장 맘대로 공제할 수가 없으며 임금은 제 날짜에 주기로 한 금액을 일시금으로 주어야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임금을 받지 못하면 체불임금이 되므로 일하는 곳을 관할하는 노동지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진정이나 고소는 직접 가지 않아도 노동부 홈페이지 상단의 ‘전자민원창구’를 통해서도 접수가 가능하다.
“근로계약서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무턱대고 시키는 대로 일을 시작했죠. 수업 끝나고 6시 30분부터 일하기로 했는데 나중에는 4시까지 와달라고 해서 보충수업까지 빼먹고 가야만 했어요. 그러곤 11시 30분까지 일했어요. 휴일도 없이.”
‘근로계약서’는 노동시간이나 임금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면 근거자료가 되므로 반드시 작성하여야 한다. 근로계약서에는 노동시간, 임금(기본급, 수당 등), 임금 지급일, 임금지급 방법, 유급휴일, 휴가 등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이렇게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2부 작성해서 1부는 사업주가, 1부는 노동자가 보관한다. 구두로 하여도 무방하지만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면 ‘모집 광고지’나 ‘메모’도 도움이 된다. 휴일이나 야간, 연장 등 시간외 노동을 했다면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가산 수당을 받게 된다. 휴일이 반드시 일요일이어야 하진 않지만 주 44시간 사업장의 경우 6일을 노동하였다면 1일의 유급휴일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루 4시간마다 30분이상의 휴게 시간을 보장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 외에도 학생노동자들이 하는 아르바이트가 주로 서비스업종에 편중되다보니 고객에 의한 언어폭력이나 성희롱, 사업주에 의한 폭력에도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폭력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수능이 끝난 이 시기, 학교 현장에서는 영화나 상업적인 홍보 따위로 시간을 때우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학생노동자의 노동권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로서 겪게 될 위와 같은 노동현실과 노동 법을 제대로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이에 대한 대응 방법과 노동하면서 누려야 할 자신의 권리에 민감할 수 있도록 노동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