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에 대한 법률의 규정

2012.03.03 13:43

조회 수:5328

변호사, 산업의학전문의 박영만

 

일과건강 2006년 10월호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가. 뇌심혈관질환

과로로 인한 돌연사는 대부분 뇌심혈관질환으로 급성 혈액순환장애가 그 원인이다. 뇌혈관과 심장혈관 이상에서 오는 질환을 통틀어 뇌심혈관질환이라 하는데 이 질환군은 급격한 혈액 순환장애를 일으켜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 뇌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남녀 모두에서 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사망원인이다. 특히 뇌심혈관질환은 일단 발생하면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해를 남기므로 근로자에게는 가장 심각한 건강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뇌심혈관질환 같은 작업관련성질환 때문에 생긴 경제적 손실은 기업과 국민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뇌심혈관질환은 크게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뇌혈관질환에는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기형, 고혈압 등으로 뇌혈관이 파열하는 뇌출혈이 있다. 뇌경색은 동맥경화 등으로 막힌 혈관 아래에 있는 뇌 조직이 산소와 영양부족으로 급속히 손상되어 갖가지 신경마비증세가 나타난다. 뇌출혈은 뇌동맥에서 터져 나온 피가 굳어 생긴 핏덩어리가 뇌 조직을 압박하고, 터진 혈관 이후에 혈액공급이 부족해서 증상을 일으킨다. 뇌혈관질환은 팔다리 마비나 감각이상, 언어장애, 시야결손과 기억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게 된다. 뇌경색이나 뇌출혈은 그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임상에서 구별이 쉽지 않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뇌졸중(腦卒中), 중풍(中風)이라는 말은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혈액순환장애 때문에 갑자기 나타나는 신경증상을 뜻한다.
과로사를 일으키는 심장질환으로는 허혈성심장질환(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가장 많다. 이것은 심장자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막히거나 경련을 일으켜 발생하는 병이다. 그 결과 심근에 충분한 혈액 및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흉통, 쇼크 등이 나타난다. 그 밖에 심장판막증, 심근질환, 심전도계 장애 등도 과로사를 일으킬 수 있다.

 

나. 간질환

간질환과 업무관련성은 ‘과로사 다시보기’ 4회차 원고에서 따로 살피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뇌심혈관질환만 검토한다.

 

2. 현행 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시행규칙 [별표 1] 업무상재해인정기준은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뇌경색·고혈압성뇌증·협심증·심근경색증·해리성대동맥류’를 업무와 관련된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1) 뇌실질내출혈이란 뇌혈관이 터져서 혈액이 뇌 실질 부분에 고인 것을 말한다. 혈관이 터지는 원인은 고혈압성이 대부분인데 이는 과로사와 관련이 높다. 외상, 뇌종양, 혈액질환 등으로 발생한 출혈은 과로사로 인정받기 힘들다.
(2) 지주막하 출혈이란 뇌를 가장 안에서 감싸고 있는 지주막과 뇌 사이에 혈액이 고인 상태를 말한다. 그 원인은 동맥류, 동정맥기형, 고혈압 등이다. 동맥류란 뇌혈관 벽에 선천적 이상이 있어 혈관벽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동정맥기형이란 혈액이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통해 조직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정맥으로 흐르는 선천적인 기형혈관을 말한다. 이러한 동맥류나 동정맥기형이 갑자기 터지거나 고혈압 때문에 혈관이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다.
(3) 뇌경색은 뇌혈관이 완전히 막혀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뇌가 부분적으로 죽은 것을 말한다. 경동맥 등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동맥벽이 두꺼워지는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면 뇌에 혈액공급 장애를 일으킨다. 심장 등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서 뇌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
(4) 고혈압성뇌증이란 만성적이고 심한 고혈압 때문에 발생하는 뇌혈관 합병증이다. 고혈압성뇌증에서는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두통, 구역질, 구토, 시력감퇴, 경련 등이 나타난다. 이것이 더욱 악화되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5) 협심증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증 때문에 부분적으로 폐쇄되어 평상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심장이 활동을 많이 하거나(운동, 정신적 흥분) 심장에 충분한 피가 공급이 되지 않는 경우(과도한 식사, 흡연) 증상이 생기는 질병이다. 갑자기 혈관경련이 일어나 발생할 수도 있다. 가슴 한 가운데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30초에서 3분 정도 나타나며, 대개 5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6)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경화증 때문에 혈액순환이 막혀 심근이 썩어 가는 상태이다. 대체로 협심증보다 급격하고 심한 흉통이 나타난다. 심근이 죽은 범위나 장소에 따라서 발병초기에 부정맥, 쇼크 등이 나타나기도 하며 그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7) 해리성대동맥류란 대동맥 내막에 균열이 생겨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의 압력으로 대동맥벽이 안쪽과 바깥쪽으로 분리되어 얇은 바깥쪽막이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그 원인은 동맥경화증, 고혈압, 마르판씨 증후군(Marfan's syndrome) 및 흉부외상 등이다.

 

제39조 (업무상 질병 또는 그 원인으로 인한 사망) ①업무상 질병 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은 별표 1과 같다.
②공단은 근로자의 업무상 질병 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하여 업무상 재해여부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별표 1의 기준외에 당해 근로자의 성별·연령·건강정도 및 체질등을 참작하여야 한다.

 

[별표 1]
 1.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 
  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에 다음의 1에 해당되는 원인으로 인하여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뇌경색·고혈압성뇌증·협심증·심근경색증·해리성대동맥류가 발병되거나 같은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업무수행 중에 발병되지 아니한 경우로서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의학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돌발적이고 예측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로 근로자에게 현저한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한 경우 
   (2)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작업환경의 변화 등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만성적으로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 
   (3) 업무수행중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이 발병되거나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 원인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지 아니하는 경우
  나. 가목(1)에서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라 함은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과중부하를 말한다. 
  다. 가목(2)에서 "만성적인 과로"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발병 전 3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업무보다 30% 이상 증가되거나 발병전 1주일 이내에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작업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한다.


 

3. 현행규정의 문제점
현행규정은 원칙적으로 별표에 기재된 7가지 질환만 과로사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상 사유로 발생하는 뇌심혈관질환이 반드시 7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맥 같은 심장질환도 과로가 얼마든지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사망진단서에 사인미상으로 기재된 경우에도 뇌심혈관질환이 사인일 가능성이 높다(사실상 사인미상과 같은 의미인 청장년급사증후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기타 업무에 기인하는 것으로 입증된 뇌혈관질환’ 같은 일반적인 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과로가 유발요인이 되어 발생한 기타 뇌심혈관질환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현재 실무상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에서는 위 7가지 질환이 아니더라도 ‘근로자가 과로를 했고 기존질환이 과로 때문에 악화된 것으로 의학상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별표 1]은 사실상 구속력이 없다. 그렇지만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승인 신청을 하려면 우선 근로자나 유가족, 산업의학의사들이 업무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법령을 중요하게 참고하므로 그 규정이 적절해야 현장에서 1차적인 판단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위 ‘다’목에 따르면 평소 업무상 과로가 누적되었더라도 발병일 이전에 연속 3일 이상 과로를 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업무에 따라서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과로가 발생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단지 발병 직전 3일간에 평소보다 과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형평에 반할 우려가 있다. 또한 3일이라는 기준의 근거도 확실치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3일보다 짧은 과로만으로도 충분히 과로사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근무강도라도 기존질환이 자신도 모르게 상당 정도 진행한 근로자는 그 때문에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위 규정에 따를 경우 ‘만성적인 과로’를 인정받으려면 업무량과 시간도 일상 업무에 비하여 30%이상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업무시간이 장시간인 근로자는 평상시 근무만으로도 과로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만성적인 과로를 인정받으려면 일상 업무보다 다시 30% 이상 업무량과 시간이 증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상 업무에 장시간 과로가 보편화된 직업에서는 만성적 과로를 인정받기가 오히려 힘들게 된다(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개선방안-2005년 노동부 정책과제 최종보고서).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업무가 바뀐 경우’라는 규정도 문제이다. 이는 과로 기준을 당해 근로자가 아닌 일반인 또는 일반근로자에 두고 있다. 이것은 산재법 시행규칙 제39조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규정과 약간 다르고 대법원의 일반적인 기준과 배치된다. 즉 시행규칙 제39조에서는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때 [별표 1]이 1차적인 기준이고 한편으로 근로자의 특별한 상황을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별표 1]에서는 과로의 기준을 당해 근로자가 아닌 일반인에 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당해 근로자의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여부를 판단하고 있다("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2004. 9. 3. 선고 2003두12912 판결 등). 만성적인 과로여부도 근로자의 ‘①평상시 업무특성’과 ‘②과로사 발생 당시의 업무변화’를 함께 고려해서 일반인이 아닌 ‘③당해 근로자의 신체 상태’에 비추어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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