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재해인정, 어느 천 년에?

2012.03.02 23:49

조회 수:6553

지난 10월 7일, 대법원이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소송과 관련해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려 대법원의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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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재해는 유럽대륙국가는 물론 가까운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인정되어 왔고, 국제노동기구는 1964년, 업무상 재해급여 협약 및 권고에서 출퇴근 사고를 업무상 재해와 동일시하거나 동일하게 처리할 것을 인정하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도 역해할 뿐더러 늘 재정부족과 '사업장 지배관리하'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는 공단과 경영계 주장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출퇴근 재해 인정을 산재보험제도 개혁틀에서 주장해 온 노동계와 노동자 건강권 운동 진영에는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대법원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범위를 넓힐 필요는 있다"면서도 "사법부가 법 해석을 통해 판단하는 것은 삼권 분립의 취지에 어긋나고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판결은 스스로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법 제도 발전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들마저 공무원들의 출퇴근 업무상 재해는 인정하면서 일반 노동자는 불인정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래 기사는 두 신문의 사설 내용 전문이다.

 

첨부한 '출퇴근 재해' 파일은 2005년 9월 29일 대법원이 오토바이로 출근하던 산불감시원의 교통사고 사망을 출퇴근 재해로 인정한 판례이다. 대법원의 출퇴근 재해 인정 논거를 읽을 수 있는 듯하여 따로 첨부한다.

 


출퇴근 재해인정, 어느 천년에?

 

10월 9일 서울신문 사설

 

출퇴근 사고 산재 인정 형평 맞춰야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하면 공무원과 군인, 교사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반면 일반 근로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 근로자는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사망시 유족에게 유족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공무원과 군인, 교사는 공무원연금법 등에서 출퇴근과 임시부임 등이 모두 업무의 연장으로 규정된 반면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보호법과 시행규칙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일어난 사고’로 업무상 재해범위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대법원이 최근 자가용을 몰고 출근하다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이 제기한 유족급여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입법을 통해 업무상 재해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불합리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업무상 재해범위도 ‘보호법’에 걸맞게 공무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선진국의 입법사례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국제노동기구(ILO)도 이미 40여년 전에 출퇴근길 사고를 산업재해에 포함시키도록 권고하지 않았던가.

   

현재 국회에는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즉각 법안 심의에 착수해야 한다. 정부도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법안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국회가 산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엉터리 산재 환자에게 새는 부당 지출만 막아도 산재 범위 확대는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 10월 9일

 


10월 8일 세계일보 사설

 


[사설]출퇴근 중의 사고, 산재 인정 확대해야

  

대법원은 일반 근로자들의 자가용 출퇴근 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이용 중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며, 출퇴근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출퇴근이 노무 제공 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데다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통근 재해’ 인정 여부를 관련법 개정 없이 기존 법 해석을 통해 확대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출퇴근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경우 공무원 가족은 유족급여를 받는 반면 일반 근로자들은 받지 못하는 현행 제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공무원과 군인, 교사는 공무원연금법 등 관련 규정을 통해 통근 재해를 인정받고 있는데, 일반 근로자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출장 중 사고의 경우 근로자가 자의적으로 교통수단이나 방법을 선택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만 통근버스 이외의 교통수단이나 도보로의 출퇴근을 제외하는 것은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독일은 1925년, 프랑스는 1946년부터 출퇴근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으며, 일본도 1973년부터 통근 재해에 보험금을 지급토록 하고 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도 출퇴근 중 사고를 산업재해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제는 법·제도를 정비할 때라고 본다. 대법원도 업무상 재해의 인정범위를 넓힐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가 있음을 피력하지 않았는가.

   

때마침 ‘업무와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고’ 규정을 신설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출퇴근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공무원 등과의 형평을 맞춘다는 측면에서도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하루속히 통과돼야 한다. 공무원이 아니라고 해서 산업재해에서조차 차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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