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2 23:42
6월 1일부터 시작된 노동부의 안전보호구(안전모, 안전화, 안전대) 미착용 노동자 과태료 부과 제도 시행 후 5일 만에 첫 과태료 부과가 인천의 한 오피스텔 현장에서 이뤄졌다. 기사에 따르면 경고 절차 없이 바로 과태료가 부과되었다고 한다. 부산노동청도 지난 5일 보호구 미착용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인 7일, 3명의 노동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겨우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친 노동부의 ‘안전보호구 미착용 작업자 과태료 부과’ 시행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행 5일째 되는 날 인천에서 첫 과태료 부과 실적을 올렸고 각 지방노동청은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 시행에 이의를 달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노동부 정책은 마치 노동자를 표적 수사 하듯 다루는 방식이고 산업재해, 안전사고 책임을 작업자에게 떠넘기는 꼴이다.
노동부는 이번 제도 실시 근거로 산업안전보건법 72조를 들며 “실제 근로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건수는 미비한 상태”라며 “보호구 착용을 생활화하고 추락이나 낙하, 비래로 인한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모,안전대 착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태료 부과 절차도 경고조치 없이 바로 부과하고 작업자가 사실 확인을 거부할 때는 관리감독자나 동료 목격자까지 동원하는 방법이다.
산업재해 예방은 과태료 부과건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 발생 근본 요인을 없애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과태료 부과가 산재 예방이 될 수 있다는 태도다. 게다가 기준을 오직 노동자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면서 사업주는 ‘보호구 지급 의무’만 다하면 재해발생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놓았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벌써부터 “산재사망 중대재해 등 안전사고 책임을 작업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산재 발생 근본 원인을 은폐하고 안전보건 조치상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제도의 잘못된 점을 꼬집었다. 특히 사업주가 안전보호구 미착용 작업자 과태료 부과 지침을 악용하여 현장을 탄압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우려하고 있다.
3개월의 계도 기간에 얼마나 많은 홍보로 전국 수많은 생산현장과 건설현장에 이 제도를 알려낼 수 있었는지도 의심가는 대목이다. 충분한 알릴 수 없는 홍보 계도 기간이었고 대기업처럼 산업안전 담당자가 없는 중소영세사업장 경우 제도 자체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결국 노동부의 안전보호구 미착용 작업자 과태료 부과 지침은 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조처로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제도이다. 그리고 작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 전에 사업주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 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근로복지공단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자본 이해를 대변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을 노동부는 하루빨리 폐기하고 산재사망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작업환경 개선을 자본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동이다.
작업환경개선이 먼저일까? 과태료가 먼저일까?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72조 “사업주가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토록 지시하였으나 근로자가 이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근거로 안전보호구 미착용 작업자 과태료 지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안전기준규칙 제29조를 보면 1항 “사업주는 보호구를 사용하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가 유해, 위험 작업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설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2항, “사업주는 1항의 조치를 이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해,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어려운 때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당해 작업에 적합한 보호구를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즉, 보호구 이전에 작업환경 자체를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사업주 의무가 우선이란 얘기다.
사업주에게는 면죄부를, 노동자에게는 산업재해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이번 지침은 사업주에게 작업환경개선을 우선 명령할 수 있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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