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구몬학습 동울산지국의 이정연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전국학습지노동조합은 지난 6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하여 이정연 교사의 죽음이 학습지회사의 전근대적 관리체계로부터 발생된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센터는 작년에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와 함께 학습지노동자의 건강실태를 조사하고, 무엇이 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지 정리한 바 있다. 이정연 교사의 죽음에 애도하며, 늦은 감이 있지만, 학습지 노동자의 건강권 쟁취와 노동자성 인정을 위하여 동지들에게 학습지 노동자의 현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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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정연 교사의 죽음

 

6월 7일 전국학습지노동조합의 보도자료의 일부이다.

 

2004년 4월 19일 월요일 새벽.
구몬학습 동울산지국의 이정연 교사(28,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습지교사로 근무한지 4년. 사흘 전 금요일 아침, 몸이 너무 아파 지국 교육에
가지 못한다는 전화를 하고는 호흡곤란이 와 입원했고, 곧 의식을 잃었으며
중간중간 의식을 찾기도 했으나 결국 사흘만에 명을 달리 했습니다.


이 교사가 입원한 금요일부터 관리자들은 “빚이 많더라”,
“소녀가장이었다”와 같은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장례를 치른 날 울산 지역의 다른 지국에서는 관리자가 “다이어트로
죽었다”라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유족들에게 확인한 결과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이 교사가 관리하던 회원 인수인계를 하는데 204과목이던 관리과목 중
인수인계가 된 것은 47과목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150여 과목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동울산지국 교사들이 자체 조사를 해본 결과, 134과목이 속칭
“가라”였습니다. 퇴회를 받아주지 않아서, 신규 삭제를 해 주지 않아서, 입회
수치를 채우라는 강요에 못 이겨서 이 교사 자신이 134과목 400만원에 달하는
회비를 매달 회사에 갖다 바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지 6개월... 빚 1,500만원,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가고 결국 호흡곤란과 각
기관 이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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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습지 노동자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와 함께 학습지노동자들의 건강실태를 조사하고, 무엇이 학습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조사한 적 있다. 설문조사와 함께 토론을 통해 문제를 정리하는 방식을 택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학습지 노동자들이 겪는 건강상의 위험들은 세가지 범주로 묶여진다고 정리하였다.


"노동강도와 스트레스"
"각종 폭력의 위협"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충분한 휴식의 부족"


 

1) 노동강도와 스트레스의 문제 및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

 

작년의 설문조사에서 학습지 노동자들은 매일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생계를 꾸려나가는데 있어 본인의 수입 비중이 클수록 노동강도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을 지도하는 것 뿐 아니라 과제정리, 채점, 영업 등의 이유로 인해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학습지 교사들은 직무에 대해 불만족하는 첫 번째 이유로 "영업실적 강요 및 업무스트레스"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며, 가장 큰 스트레스로는 "영업실적에 대한 부담"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자신의 업무에 대한 조절은 33.4 %가 전혀 조절할 수 없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62.4 %는 조금 조절할 수 있다고 응답하여,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교사는 4.2 %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노동강도는 두 가지 이유에서 학습지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일정한 수입을 내기 위해 많은 과목을 유지해야 하며,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동중 사고의 경우, 교통사고를 제외하고는 급하게 이동하기 때문에 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습지 교사들은 정해진 시간에 학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이동 중에 서둘러야 하며, 삐임, 골절 등의 문제는 이로 인해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염과 같은 소화기계의 문제, 방광염 등의 문제 역시 식사시간을 여유롭게 갖거나, 규칙적으로 가질 수 없는 노동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째는 실적 중심의 관리에 의한 부담과 스트레스의 발생이다.

 

학습지 회사는 교사들에게 영업을 강요하며, 입회와 퇴회에 관련한 부담을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지국에는 실적판이 붙어있으며, 매일 마감전화를 통해 실적을 확인하는 방식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퇴회는 교사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때로는 그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한다. 수면장애, 두통, 불쾌감, 신경질, 업무과다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 50 % 전후하여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상황은 실적을 강요하는 관리에 의해 발생되는 문제로 판단할 수 있었다.

 

즉, 학습지 교사들이 겪고 있는 안전보건의 문제 중에서 각종 사고, 위염 등 소화기계 질환,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 등은 "과다한 노동강도와 실적 강요에 의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다고 정리할 수 있었다.

 

2) 각종 폭력의 위협 문제

 

물리적 폭력, 인격적 폭력, 성폭력 및 성추행 등이 조사되었고, 심각한 수준에서 학습지 교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격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의 경우 학부모와 지국관리자가 중요한 제공자이며, 성폭력의 경우 모르는 사람이 가장 높고, 학부모와 지국관리자 등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폭력이 발생되는 상황은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습지 교사들은 늦은 시간까지 학생을 방문하여 노동을 하게되므로, 각종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르는 사람에 의한 폭력의 비중이 낮지 않게 나온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습지교사들이 처한 폭력의 위협이 늦은 시간까지 노동하는 것에 의해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면접조사 및 자료검토 과정에서 분명해졌다. 관리자들은 경험있는 학습지 교사들이 꺼리는 위험지역에 대하여 신입교사나 복직교사에게 관리를 요구함으로써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신입 교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또한, 실적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교사들의 반발, 불만에 대해 폭력을 통해 통제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학습지회사 내에서는 이러한 폭력을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하기보다는 당사자간의 원만한 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충분한 휴식의 부족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

 

여성의 경우 유산을 심각하게 경험해본 사람이 5.4 %에 이르고 있었다. 게다가 유산의 위협을 느꼈을 때, 85.2 %는 일을 쉴 수 없었다고 응답하고 있었다. 또한 여러 가지 사고나 질병을 겪게 되었을 때,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91.9 %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치료기간이 부족한 이유는 치료비 때문이 아니라(2.9 %), 관리를 안 할 경우 실적이 좋지 않아져 문제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인 것(69.9 %)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실분리나 해고의 위험 때문이 27.3 %나 되고 있었다.

 

이와 같이 건강상의 위협을 느낄 때 쉴 수 없거나, 문제가 발생하였어도 충분히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작은 문제조차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학습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중요한 구조적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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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습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

 

모든 직업에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있으며, 대부분의 위험요인은 직업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된다. 학습지 교사들은 잦은 이동, 혼자 일함, 무거운 교재를 들고 다님, 생계를 위해 높은 노동강도를 유지해야 함 등이 학습지 교사로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위험요인들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근골격계 질환, 염좌나 골절 등 각종 사고, 위장질환 및 스트레스에 의한 심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서비스 산업은 물론, 타 산업의 노동자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부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조금 더 선진적 정책을 적용한다면 캐나다 알버타주(Alberta) 경우처럼 혼자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추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하면 학습지 교사들이 겪고 있는 모든 건강과 안전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학습지 회사간의 경쟁적 구조는 점점 심해져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습지 회사들은 실적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교사에게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적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대신 지국의 관리자들은 절대적 권력을 회사로부터 부여받고, 교사들에게 부당한 계약관계를 요구하거나, 각종 폭력으로 교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이윤을 더 많이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집단적 성찰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건강과 안전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유산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에조차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휴가를 요청할 수 없는 문화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물론, 각종 폭력 및 성희롱의 문제를 안전보건의 문제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직장내 폭력이나 성희롱의 문제 등은 산재보상 대상이 되고 있으므로, 보상적 측면에서는 안전보건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재보상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여 이러한 문제들이 예방될 수 있을까? 조사팀의 토의에서는 예방적 차원에서 이러한 폭력의 근절을 고민할 경우, 안전보건의 문제로만 사고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폭력의 문제가 발생되는 주요 대상이 학부모와 같은 서비스대상과 관리직이라는 상급자이므로, 전근대적 노사관계 및 노동과정에서 발생된 문제로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특히 서비스 대상으로부터 받는 피해의 경우 특별한 보호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관리자와 교사 사이의 문제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문제로 바라볼 때 자율적 문제 예방의 기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6, 70년대에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적 폭력이 행사되었으며, 이러한 문제들이 줄어들게 된 중요한 원인으로 노동조합에 의한 대응능력의 발생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해 준다면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전근대적 노사관계를 극복하려고 할 것이며, 정부에서 마련한 각종 법률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에는 폭력과 같은 전근대적 문제의 해결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학습지 교사들은 다치거나 아플 경우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며,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학습지 회사들이 교사를 관리하는 통제기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재보상보험법을 적용하게 되더라도 노동자들 스스로가 알아서 산재를 은폐하게 될 것이며,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치료를 하거나 처리를 하게 될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말로 정부가 산재보험을 적용하기 원한다면, 학습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산재보험을 눈치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 위장질환, 방광염, 두통, 불면증과 같은 문제들이 적지 않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산재보상체계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받고, 치료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문제들의 직업관련성을 해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은 학습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이러한 건강문제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으로는 노동조건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부분적 보호입법이 아니라 문제를 느낀 당사자의 노력이다. 즉,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고 각종 법률적 장치를 활용하여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과적인 해결책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장의 자율적 해결이라는 모토에도 맞는 것이다.

 

정부의 안전보건 정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보상의 종합적 체계를 뜻하는 것이다. 이제 학습지 교사들에게도 예방과 보상의 온전한 정책체계가 적용되어야 한다. 문제를 발생시키는 각종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하며, 나타난 문제들에 대해 조기 치료와 직장복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부분적 보호입법이라도 도입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고맙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 정책의 마련에 의한 노동자 건강과 안전의 확보가 절실하다.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 즐거운 교육을 선물하기 위해, 그럼으로써 더욱 건강한 사회,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습지 교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교사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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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만 학습지교사는 요구합니다 ●


■ 구몬학습은 이정연교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 사죄하고 보상하라!
■ 구몬학습은 울산사업국 내 부당영업 책임자를 징계하라!
■ 모든 학습지 회사는 부당영업 철폐를 제도화하라!
■ 학습지교사도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6월 26일(토) 오후 2시 울산대공원 동문에서는 이정연 교사 추모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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