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2 20:33
노동부에서 22일에 1/4분기 산재통계를 발표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산재가 줄었다고 한다. 기쁜 일이다. 하지만, 발표자료를 자세히 보면서 도저히 노동부 통계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렸다.
통계를 워낙 모르니까 이런 일이 생기나 보다 싶었지만, 용기를 내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 놈의 통계자료에 대해 한 마디 해본다.
아래 표는 노동부 통계자료 중에서 업종별로 재해자수와 사망자수를 정리해 놓은 표를 다시 정리해 본 것이다.
|
전체 |
업무상사고 |
업무상질병 | ||||||
재해자수 |
사망자수 |
비율 % |
재해자수 |
사망자수 |
비율 % |
재해자수 |
사망자수 |
비율 % | |
총계 |
20,649 |
666 |
3.2 |
18,480 |
342 |
1.9 |
2,169 |
324 |
14.9 |
광업 |
581 |
120 |
20.7 |
104 |
13 |
12.5 |
477 |
107 |
22.4 |
제조업 |
8,866 |
149 |
1.7 |
7,879 |
78 |
1.0 |
987 |
71 |
7.2 |
전기가스 수도업 |
29 |
3 |
10.3 |
25 |
2 |
8.0 |
4 |
1 |
25.0 |
건설업 |
4,343 |
167 |
3.8 |
4,247 |
137 |
3.2 |
96 |
30 |
31.3 |
운수창고 통신업 |
1283 |
64 |
5.0 |
1,145 |
36 |
3.1 |
138 |
28 |
20.3 |
기타산업 |
5,547 |
163 |
2.9 |
5,080 |
76 |
1.5 |
467 |
87 |
18.6 |
비율 : (사망자수/재해자수) × 100, 재해자 100명 당 사망자가 몇 명 나왔는지 의미함.
전체적으로 보면 1/4 분기동안 20,649명의 산재 노동자가 발생했고, 666명은 사망한 것을 알 수 있다. 재해자 100명당 3.2 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상했다. 산재라는 것이 근골격계 직업병도 있고, 피부질환도 있고, 기계에 부딪혀서 타박상을 입는 경우도 있고, 손가락을 잘리는 경우도 있고, 떨어져서 허리를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 30명이 산재를 당하면 그 중에 1명은 사망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광산에서 진폐증 걸린 분들이 많이 사망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업무상 질병 통계를 따로 구해보았더니, 꼭 그렇지도 않다. 전체적으로 산재환자에 비해 죽는 사람 수가 너무 많다. 건설업의 경우 100명 당 3.8명인데, 제조업에서 100명당 1.7명이 사망한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100건의 사고나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2명이 죽는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자료는 결국, 우리가 매일 떠들어왔던 산재은폐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공상으로 처리하거나, 죽지 않을 만큼 다치거나 병들면, 개인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회사가 요구하는 것이고, 죽는 경우는 숨기지 못하니까 산재로 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 그렇지. 산재가 감소했다고 떡하니 발표하는 바람에 우리 통계의 현실, 아니 우리나라 산재 발생의 현실을 잠깐 잊고 있었을 뿐인게다.
놀라운 것이 또 하나 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100명당 14.9 명이 사망하고 있다. 말도 안된다. 업무상 질병은 거의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근골격계 직업병이 업무상 질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텐데,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테니 말이다. 그 밖에 질병들은 아주 심각한 상태여야만 산재로 인정된다는 것을 말한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통계자료이다. 아니 우리나라의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주 좋은 통계자료이다.
혹여나 통계를 모르는 사람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누구든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면, 부디 노동부는 산재환자가 감소했다며 언론마다, 방송마다 떠들어대는 것만은 삼가기를. 진정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부라면,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발생되는 산업재해들이 제대로 집계되도록 할 것인지 박 터지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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