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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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 뒤에는 전 산업 재해율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조선업 재해율’이 숨어 있었다. 이처럼 높은 조선업 재해율은 노동부가 2006년 도입한 ‘조선업 안전관리 자율평가 프로그램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조선업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는 노동자. 2007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계속되는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제명된 노조가 상부방침으로 평가 거부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은 지난 14일 부산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노동부 자료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노동부가 추진한 ‘조선업 사업장 노사자율안전관리 정책’에서 자율안전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산재가 은폐되었다.”고 밝혔다.
홍희덕 의원은 노동부의 2008년 조선업 자율평가 노측 참여 현황 검토에서 “노동자 대표를 배제한 노사자율안전수준평가가 86.7%에 달했고, 노동부 자료에 기재된 노측 참여자조차도 대부분 사용자 대리인”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부는 노조측 대표가 상부조직인 금속노조 방침으로 (자율평가에) 불참”했다지만 확인결과 “금속노조는 관련 방침을 내린 적도 없을뿐더러 노조 역시 회사로부터 평가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현대중공업(주)이나 미가입 노조가 상부방침으로 평가를 거부했다는 자료를 보여주며 “노동부가 사용자 측의 고의적인 노조 배제를 알고도 방조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노조가 배제된 채 진행된 평가의 공정성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평가결과, 사측은 ‘수’ 노조는 ‘가’
홍희덕 의원은 “지난 해 한진중공업은 자체 평가 결과를 1000점 중 918점이라고 보고했지만 노동부 평가확인팀 검토 결과는 876점이었고 노조 검증은 522점에 불과했다.”며 “사측이 노조를 배제하고 마음대로 허위사실을 기록하는 지금의 제도는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아래 표 ‘자율안전보건관리 활동분야’와 ‘현장 위험성 평가분야’에서 사측이 주도하는 자체평가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지만 노조평가는 자체평가에 훨씬 못 미치는 점수였다.
<표1. 2008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전관리 수준 평가결과>
평가항목 |
배점 |
자체평가 |
노동부 확인팀 평가 |
노조 평가 |
총점 |
1000 |
928 |
876 |
522 |
일반관리 |
500 |
434 |
408 |
230 |
자율안전보건관리 활동분야 |
180 |
178 |
168 |
100 |
현장 위험성 평가분야 |
320 |
306 |
300 |
192 |
근로자대표 참여 가점 |
0 |
0 |
0 |
0 |
▲ 선박건조 현장. 조선업은 선박건조라는 특성상 추락 전도 협착 등의 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 이현정
조선업 안전관리 전면 재검토 필요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국장은 “산재사망이 다수 발생한 업체가 안전관리 자율평가를 통해 우수업체로 선정된 뒤 노동부 관리감독이 면제되는 웃지 못 할 일이 ‘조선업 자율안전관리’라는 이름아래 자행되어 왔다”며 “이는 노동부의 명백한 사업주 편의 봐주기”라고 평가했다. 박 국장은 “지난해에만 4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며 “지금 노동부가 할 일은 실패로 드러난 조선업 자율안전관리 정책을 폐기하고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2. 조선업 재해율>
연도 |
전 산업 |
조선업 |
2009년 6월 |
0.32 |
0.72 |
2008년 |
0.71 |
1.76 |
2007년 |
0.72 |
1.55 |
노동부는 2006년말 조선업 자율평가관리 프로그램을 도입, 해마다 100인 이상 48개 조선사업장의 안전관리 자율평가를 실시해 총점의 90% 이상을 취득한 업체는 노동부 지도감독을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시행 첫 해부터 ∇노조가 배제된 사측의 일방적 자율평가 ∇산재증가 ∇지도감독 면제를 틈탄 사업주의 불법 작업 횡행 등의 문제점이 노조로부터 제기되었다.
한편, 홍희덕 의원은 ∇조선업 노동안전관리 전면 재검토 ∇허위로 평가를 기재한 업체 강력 처벌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