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7,8월호



2007년 7월 1일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사실상 ‘비정규직 해고법’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연일 접하는 언론 보도 중 하나가 ‘어디어디 비정규직이 집단 해고되었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수법도 다종다양하여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알 정도로 법 시행 이전에 수많은 기업에서 법 시행에 대비하는 해고가 이루어졌고 그 이전 작업은 용역회사를 대동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였다. 정규직에서 용역을 통한 비정규직화를 거쳐 이제는 해고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포함된 대부분의 노동자는 여성노동자이거나 노동조합 간부이거나 조합 활동에 열심인 조합원들이다. 


호텔롯데에서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을 일해 온 룸메이드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호텔 객실업무의 핵심인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호텔롯데 룸메이드 노동자들은 ‘청소’가 ‘단순업무’라서 호텔 직접고용에서 2001년 용역으로 전환되었다. 

1998년 입사해 근 10여년을 일해 온 호텔을 ‘해고’로 떠나야 했던 윤금옥 전 호텔롯데 분회장은 “용역으로 넘어갈 때, 그때만 해도 엄청난 부당대우를 받을지 몰랐다.”며 당시에도 뭔가 찜찜해 용역전환을 위한 사측의 사직서 요구를 3일 동안 써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협박에 결국 사직서를 써야했다. 용역전환 첫 2년은 호텔에 직접 고용된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을 받았다. 그러나 2005년, 용역회사가 동호월드로 바뀌면서 복리후생비 삭감, 객실 수 대로 임금 지급, 4시간 계약에 기본급 47만원 지급 등으로 재계약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윤 전 분회장은 “객실 고급화로 업무량은 늘어나고 손님 요구도 다양해지는데 오히려 급여를 삭감하고 객실 예약률에 따라 근무시간이 조정돼 급여도 불안정해지는 상황”이었다며 “임금을 그렇게 삭감하지 않았어도 노동조합 만들 생각은 안했을 것”이란다.


파업, “피가 마르는 게 그런 거였다.”


노동조합을 만들자 3일 만에 129명의 룸메이드 노동자 중 109명이 가입했다. 8차례의 단체교섭과 4차례의 실무교섭으로 삭감된 복리후생비를 복원시키고 8시간 근무 계약과 근속기간에 따른 차등 기본급을 정하는 등 부당한 대우들을 고쳤다. 연장근무를 안 하면 9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100만원을 넘게 만들었다. 대부분이 주부였던 룸메이드 노동자들은 “노조가 있어서 너무 좋다.”며 행복해했다. 급여가 워낙 적어 두 가지 일을 하던 룸메이드 노동자들이 적은 급여지만 안정되자 두 번째 일을 안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노조 1년이 지나고 재계약 시점인 8월, 임단협 교섭기간이었다.

한 조합원이 건강보험이 연체되는 것 같다고 말해, 설마 하면서 알아보니 4대보험이 3개월가량 연체 중이었다. 호텔롯데에 이런 얘기를 하자 “자신들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뺐고 용역회사는 “원청이 돈을 안 준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노조는 원청이 용역회사 관리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지만 호텔 측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단체행동으로 조끼를 착용하게 되었는데 옷 입은 지 5분도 안 돼 안전과 직원이 까맣게 몰려왔다. 윤금옥 전 분회장은 과장을 만나 얘기로 풀겠다며 조합원들 몸에 손을 대지 말라고 했지만 안전과 직원들은 조끼를 강제로 벗기고 가위로 자르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먼저 조끼 착용을 해제했지만 안전과 직원은 노조간부들을 락카로 내쫓으며 업무복귀를 안 시킬 것이라며 락카 키를 내놓고 ‘나가라’는 말을 던졌다. 그 말은 곧 해고를 의미했다.


이때 조합원들이 ‘우리 때문에 노조간부들을 내쫓을 순 없다’며 락카로 몰려들었고 룸메이드 노동자들의 업무복귀 요구가 무시되는 상황은 1박2일의 파업으로 이어졌다. 

윤금옥 전 분회장은 “피가 마르는 게 그런 거였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일하다 예정에도 없던 파업에 들어가다 보니 먹을 것이며 기본 생필품을 외부에서 지원받았고 비번인 조합원들은 호텔 외곽에서 호텔 안 상황을 알리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보험연체, 퇴직금 해결, 고용안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노조 와해를 작정했는지 회사측은 이틀이 지나도록 반응이 없더니 둘째 날 저녁에 들어온 회사 측 노무사에게 총지배인 면담을 요구했다. 총지배인 그 면담에서 노조는 퇴직금 지급, 연체된 4대 보험료 해결, 고용안정 등을 요구, 구두로 약속을 받아낸 뒤인 밤 11시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노조 간부와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을 포함 모두 9명이 파업에 책임을 지고 해고되었다. 그러나 당시 구두 약속은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다.


윤 전 분회장은 “롯데가 생긴 이래, 자기들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해도 될, 우습게 본 아줌마들이 파업해서 피해를 보자 자존심이 엄청 상했을 것”이라며 “호텔 룸메이드 업무가 단순 청소라는 업무평가 절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젊은 나이에 들어가 오십이 다 돼 해고가 돼 나온 것은 정말 억울하다”며 파업 얘기에 이어 두 번째 눈물을 보였다.


주부의 노동력을 똑바로 봐라


윤금옥 전 분회장은 파업을 하면서 “아줌마들의 끈질김을 봤다”며 “40대 중후반 여성들은 가정 경제의 주체인 사람들도 많다. 임금삭감이나 해고는 가정 경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 그 중에서도 중장년층 여성노동자들을 남자 보조업무나 아르바이트로 보는 것은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실제 룸메이드 노동자들 중에서 한 부모 가정이거나 남편이 경제능력을 상실해 집안의 경제주체인 노동자들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10년 가까이 일한 사람들을 4시간 만에 “당신은 고용승계 되지 않았다.”는 문자로 해고한다는 게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더 우스운 것은 이런 게 합법이라며 정부, 기업을 통제할 법제도가 없는 현실을 통탄했다.


그는 돈이 절실하게 필요해서 나온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하는 것은 어렵고, 회사 눈 밖에 나서 해고 위험을 갖는 다는 것은 더 어렵다며 그럼에도 노조를 하는 것은 ‘너무 부당해서’라고 밝혔다. 

“주부들을 잘못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청소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여성이, 그것도 중년층 아줌마라는 이유로 노동조건이 안 좋은 것은 정말 싫다.”며 “일하는 여성이 죽는 사회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토해냈다.


“… 객실 하나를 청소하기 위해서, 먼저 휴지통 2개 비우는 것을 시작으로 옷장 안 정리와 … 이불시트를 벗기고 싸고, 러너와 이불을 정돈하고 이불커버와 (더러우면 교체) 베게커버를 교체한다. 침대보는  한 장씩 개서 한쪽에 놓고 시트를 2장 싸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은 욕실을 비누질 하고 샤워부스, 욕조, 변기, 세면대를 비누질하고 물을 뿌려서 닦는다. 걸레질로 유리와 벽면, 타올박스, 액자, 티슈, 시계들을 닦는다. 그리고 욕실바닥에 물기를 제거하고 … 방 하나에 들어오는 소모품은 호텔선전물에서 차 종류 등 50여 가지나 된다. 그리고나면, 방을 걸레질하고 … 커텐을 점검하고 총소기로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하고 복도 먼지까지 청소한다. 맨 처음 룸메이드를 시작할 때보다 갈수록 비품과 소모품은 늘어만 간다. … 그러나 룸메이드 방 개수의 양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

한 객실 청소 소요시간이 40분 정도고 위의 모든 것을 비수기가 아니라면 하루에 12개로 정해진 객실을 청소하다보면 밥 먹을 틈도 쉴 틈도 없는 룸메이드들은 노동강도가 워낙 세 살찐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몸도 안 아픈 곳이 없다. 손님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받는 것도 룸메이드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이다. 윤 전 분회장은 “엄마들이니까 그 일을 했다.”며 중장년층 여성 노동자들의 정당한 대우가 절실함을 피력했다.


원청이 비정규직 책임져야


윤금옥 전 분회장은 지금 복직투쟁과 함께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에서 조직국장 일을 맡아 비정규직 문제에 방점을 찍고 활동 중이다. 그는 얼마 전 일 때문에 호텔롯데에 들어갔는데 “내 집 같더라.”며 복직만 되면 당장이라도 객실로 달려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걸 알면서도 신념으로 치는 거다. 비정규직 노조들은 다 그럴 것이다.”라는 윤금옥 전 지부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비정규직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웃소싱으로 외주화가 늘어나는 것이다. 용역회사는 1년 계약 후 2년차부터는 수의 계약이다. 이익이 없으면 빨리 떠날뿐더러 근로자에게서 뜯어간다. 노동자를 착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사가 수시로 바뀌니까 노동3권이 보장받을 수 없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화하고 노동자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호텔은 고급화된 숙박 서비스업이다. 따라서 당연하게 청결하고 깔끔한 객실을 유지하고 고객을 맞는 것이 핵심 업무이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룸메이드 노동자들의 손길이며 그들은 수년간의 노동 속에서 객실청소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노동자들이다. ‘청소’라서 단순 업무로 취급할 일이 아니다. 

복직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가서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윤금옥 전 분회장과 같은 노동자가 호텔, 대형마트, 공공시설, 제조업 등 산업부문을 가리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것이 2007년 7월 1일 비정규보호법이 시행된 이 나라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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