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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충남지부 대림프라코지회 노동안전부장 김선화. 1/4분기 산보위 회의로 바쁜 그를 천안아산역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교육센터 이현정
김선화 노동안전부장과의 첫 만남은 2009년 7월 금속노조 충남지부 소규모사업장 노안활동가 양성교육에서였다. 사고조사 기법을 배우던 자리에서 그는 9명의 활동가 중 유일한 여성이었고 조합원 59명의 소규모 사업장의 비상근 노안부장이었다. 스스로 초보라서 배울게 너무 많다며 최대한 모든 안전보건 교육을 받고 싶다는 그는 열의가 높은, 이제 막 노동자 건강권에 발 들여놓은 상태였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대림프라코지회. 김선화 부장이 일하고 활동하는 곳이다. 대림프라코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인사이드 도어 핸들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본사 사업장은 경주에 있다. 생산직과 사무직을 모두 합쳐 6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생산직의 다수가 여성이다. 김선화 부장이 처음부터 노안부장을 한 것은 아니다. 생산직에서 주야 교대근무를 했던 그는 여성부장이었다. 전 노안부장도 여성이었는데 힘에 부쳤는지 그만두자 “생소한 부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하는 김선화 부장이 뛰어들었다. 잘 할 것 같다는 주변 격려도 한몫했다.
식상했던 교육 바꾸자 조합원 반응도 변해
- 2009년에 5월에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조직변경을 했다.
= 경주 본사가 먼저 민주노총으로 가입했다. 충남 아산 사업장은 2008년 초에 한국노총으로 가입했는데 경주와 상이한 노동조건을 보고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전에는 노동자 동의 없이 잔업 특근도 많이 시켰고 월차도 눈치 보며 써야했다. 체육시설이나 복지, 식당음식도 경주와 차이가 많이 났다. 민주노총으로 가입하고 나서 사측이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대림프라코지회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막둥이다.
▲대림프라코 작업장 모습. 대부분의 노동자가 여성이다. 많은 공정이 반복 작업이라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 교육센터 이현정
- 안전보건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던데?
= 전에는 사측 산업안전관리자가 다 아는 식상한 내용을 교육했다. 무의미하고 딱딱했다. 지금은 교육이 끝나면 조합원이 서로 교육 내용을 주고받고 설문지 작성도 잘해준다. 조합원이 모두 여성인데 어깨, 손, 목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강사를 모셔 근골격계질환을 주제로 강의를 듣고 예방자료를 배포했다. 올 해 모두 4차례 근골질환 예방교육을 계획했는데 첫 번째 교육이 끝난 거다. 교육 뒤에 “우리는 왜 유해요인조사 안 하냐?”는 질문도 받는다. 조합원도 노안활동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 2010년 노안 사업계획은 어떻게 세웠나?
= 첫 번째는 근골격계질환 조사사업과 작업환경측정을 노동자 요구에 맞게 추진하는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와 작업환경측정 일자를 잡으려고 회사와 협의 중이다. 노사 합동으로 안전점검 실시, 하지정맥류 예방대책 수립, 모든 조합원에게 노동안전보건의식을 강화하는 것도 목표다. 노안부장이 없을 때 조합원이 활동을 대신할 수 있도록 본조나 지부 노안교육에 조합원도 동행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 지금 1/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진행하는 걸로 안다. 사업주와 소통은 잘 되는가?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은 한 번에 오케이 해주는 게 없다. 1/4분기도 벌써 3번째 교섭인데 거의 돈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서로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산보위 안건은 조합원 의견을 100% 수렴하기 때문에 되도록 사측이 수용하도록 싸운다. 그래야 조합원이 “노동조합이 있어 든든하구나!” 이런 소리를 할 거 아닌가.
1/4분기 산보위 안건에는 독감예방주사 실시건도 있는데 사측에서 ‘그건 국가가 할 일’이라며 계속 철회를 주장하고 있단다. 대림프라코는 12시간 교대근무라 회사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일하는 공간이 추운데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근무하다보니 피로가 쌓여 감기 걸리기가 쉬운데 회사에서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선화 부장 주장이다. 물론 이 안건도 조합원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생소한 영역에 도전한 김선화 부장이 쌓아가는 신뢰이며 보람이다.
▲대림프라코가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만들어진 제품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에 납품된다. ⓒ 교육센터 이현정
- 충남지부 차원의 안전보건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 금속노조 5기 때 작업환경개선단(작개단) 활동이 있었다. 대림프라코는 세 번째 점검 사업장이었는데 지적사항이 많이 나왔다. 회사를 상대로 싸울 때 그때 자료를 잘 활용하고 있다. 올해 6기에서도 작업환경개선단 활동을 계속하기로 지부 노안담당자 회의에서 결정했다. 조금 더 배워서 올 해는 작업환경개선단 활동을 같이 하고 싶다.
- 금속노조가 노안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곳이지만 지역, 지회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 사실 초보 노안부장이 소화하기에 어려운 교육도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민주노총 노안활동가 수련회 교육도 좀 어려웠다. 나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5년, 10년 활동한 사람과 같은 내용을 교육받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더라. 초·중·고급으로 나눠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이해를 좀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 안전보건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 매월 안전보건교육을 내가 직접 해보는 게 지금의 작은 꿈이다. 그 뒤의 꿈은, 일단 작은 꿈을 이루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교육센터 2009년 12월 기획교육에 참여한 김선화 부장. 안전보건 지식과 현장 경험을 쌓아 직접 교육해 보는 것이 그의 첫 번째 꿈이다. ⓒ 교육센터 이현정
노동계가 고민하는 전임자 임금, 복수노조와 더불어 대림프라코지회의 또 다른 관심사는 해외자본이 인수한 뒤 직장이 폐쇄된 경주 발레오만도와 정리해고를 한 천안 발레오공조코리아 문제다. 대림프라코 역시 2008년 미국 자본 ITW가 인수해 남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말도 없이 특근하고 있지만 언제 우리도 발레오처럼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 2010년 단체협약을 ITW 본사를 상대로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낯선 만큼 굳은 버릇없는 것이 강점
김선화 부장은 조합원과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면 “노동조합 하기 전으로 돌아가 소리도 지르고 싸우고도 싶은데 지금은 그걸 못 하니까 많이 답답”(웃음)하단다. 그러면서도 조합원이 궁금해 하는 사항에 답도 해주고 본인이 작성한 안전보건 안건이 합의돼 조합원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처음이기에 낯선 것도 많지만 경력이 줄 수 있는 굳은 버릇이 없어 도전하고 배우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김선화 부장. 금속노조나 외부에 듣고 싶은 교육이 있으면 전날 밤샘 근무를 해도 참여하는 그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할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월간지『일과건강』을 만들지 않으면서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1년 정도를 쉰 인터뷰는 스스로 어색하기도 했다. 반면 왠지 모를 설레임도 있었다. 앞으로 한 달에 최소 한 번의 인터뷰 기사를 올려 다양한 현장 삶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한다. 인터뷰를 '당'하고 싶은 사람, 이 사람(혹은 사업장)은 꼭 알려져야 하는데 싶은 분이 있다면 추천해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 준 대림프라코지회 김선화 부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