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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입학식과 공식 수업을 시작한 성수동 제화기능훈련원이 오는 17일 개원식을 갖는다. 공식 개원식에 앞서 제화기능훈련원 이해삼 원장을 만났다. 이해삼 원장은 작년 2월까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었고 9월까지 비정규운동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 원장이 그에게 고향과 같은 제화노동자에게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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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동 제화기능훈련원 이해삼 원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화기능을 교육시키는 훈련원이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 이현정





# 성수동에 국내 유일의 제화기능훈련원 열어


이해삼 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이 성수동으로 귀환했다. 이제 그의 정확한 직함은 ‘제화기능훈련원 원장’. 제화기능훈련원은 노사발전재단이 국비로 후원하고 성수동 제화업체와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가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추진한 국내 유일의 제화기능훈련원이다.


이해삼 원장에게 제화기능훈련원(훈련원)은 아주 오래된 ‘계획’이었다. 그가 훈련원을 처음 꿈꿨던 시기는 1997년, IMF 직후였다. 당시 제화 기능공 양성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접어야 했다고. 사업주도 영세중소기업 이하이고 조합도 재정이 튼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제화업계가 합리화 되려면 공식 기능학교가 있어야 하고 기능공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 제화지부가 적극 나섰다. 무엇보다 국비후원이 재정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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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빡빡한 일정표.사무실 벽 일정표에는 개원과 수업을 위한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 이현정





# 정원 늘렸음에도 10명은 대기상황

“제화기술은 일제시대부터 도제식으로 양성되었어요. 선생이라 불리는 기능공이 기술을 전수해 주는 거지요. 그런데 90년대 들어 이런 도제식 교육도 사라졌습니다. 배우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였는지 이 원장은 훈련원을 만들면서 ‘몇 명’이나 등록을 할 지 내심 고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민은 기우에 불과했다. 30명이었던 정원을 40명으로 늘려야했다. 10명은 대기상황이다. 훈련생은 구두 디자이너, 다른 업종 종사자, 실업자, 미취업자, 매장 근무자 등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는 절실하게 제화기능 훈련생이 되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제화 기능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교육기관이 없어 안타까워했던 이들이다.

제화업계는 노동시간이 길다. 수제화 기능공들은 제화 1족당 임금을 받는 개수 임금제라 많이 생산할수록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기능공들은 평균 40대 후반으로 기술 수준이 장인에 가깝지만 8시간 노동으로 따지면 시간당 1만원 정도의 임금이란다. 이해삼 원장은 “30년 기능공, 40대 중후반 임금 치고는 많은 것이 아니”라며 “한창 크는 아이들이 있다면 8시간 일해서는 생활은 해도 저축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 근로조건 개선하려면 백화점 수수료 인하되어야

제화기능공들이 장시간 노동에도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 백화점 관행 탓이다. 그래서 이해삼 원장은 제화지부가 백화점 수수료 인하 캠페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입점 업체는 구두 1족을 팔 때마다 수수료가 붙는다. A백화점이 35~37%, B?C백화점이 35% 정도란다. 10만 원짜리 구두 1족을 팔면 3만5천원에서 3만7천원을 백화점이 가져가는 셈. 그는 “백화점 수수료 인하 캠페인으로 수수료가 인하되고 개선되면 근로조건도 개선될 수 있고 하청업체도 이롭게 되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그 스스로 제화노동자였던 이해삼 원장은 “기능 있는 사람이 대우받고 잘 사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며 “지금 학벌 인플레가 굉장히 심한데, 기능공이 존중될 때 학벌사회도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것이 훈련원이 세워진 이유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제화기능훈련원이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 “기능과 노동이 우대받는 사회로 가는 길에서 일익을 담당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제화기능훈련원은 지역사회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할 계획이다. 성수동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비영리민간단체와도 교류를 해 ‘기능공’의 소중함을 알리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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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화기능훈련원 3인방.왼쪽부터 제화지부 박규상 지부장, 훈련원 민호식 전문위원, 이해삼 원장 ⓒ 이현정




# 모든 사람이 운동의 주인

이해삼 원장은 제화지부와 함께 제화사업장과 관련 부자재 사업장 6백여 곳에 매달 10일 발행되는 노보를 돌리고 있다. 조합 활성화를 위해서이다. 1987년 염천교 시절에 만들어진 제화노조부터 노동도하고 조합일도 하면서 제화노동자와 연을 맺은 지 23년. “운동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장애와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그 사람이 지배자가 아닌 이상 모든 사람이 운동의 주인이고 다양한 경로와 계기를 통해 사람들은 변화 발전할 수 있다.”는 이해삼 원장.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면 지위와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당당하고 묵묵하게 할 일을 하는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제화노동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같다. 



“우리 일이 소중하고 필요한 일이었어.”
▲ 제화기능 훈련원 모집 포스터 일부. / ⓒ 제화기능훈련원

제화기능훈련원은 상반기 10주, 하반기 10주 일정으로 제화 기능을 교육한다. 주3회 2시간씩 전 과정이 실습 위주로 운영된다. 강사는 현장에서 일하는 제화기능 경력 30년 이상의 ‘장인’이다. 6월, 11월에는 제화기능공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배움이 끝난 사람에게는 취업 알선, 수선 공동체 사업 추진 결합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나도 힘든데, 이걸 배우는 사람이 있겠어?”라고 반응했던 이들은 훈련생이 정원을 넘자 “생각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소중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었음을 공감했다고 한다. 이해삼 원장과 제화노조 박규상 지부장은 제화기능훈련원을 제화기능공들의 기능훈련장, 교육장, 사랑방 역할을 하며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제화기능훈련원은 4월 17일 오후 5시에 개원식을 가집니다. 개원식 참여를 원하거나 물품 후원을 하실 분은 ☎02-461-9233으로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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