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노무법인 참터 사무실에서 유성규 노무사를 만났다. 사실 유성규 노무사는 일과건강 회원 중 가장 자주 얼굴을 마주한다. 매년 4월에 진행되는 일과건강 노동안전보건 실무학교에서 대표 인기 강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일과건강 운영위원으로 분기별 회의를 함께한다. 또 과로사예방센터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에서도 얼굴을 마주한다.
유 노무사와 일과건강의 인연은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11월 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바로 노동인권회관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 모임을 찾아갔어요.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다보니,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산업재해였어요. 당시 대부분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는데, 다친 사람은 많지만 산재에 대해서 모르거나 알아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죠”
당시 유 노무사가 문을 두드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 모임 에는 박석운 일과건강 운영위원장도 함께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녹색병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도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었어요. 윤간우 직업환경의학과장과 함께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교육 사업을 진행했죠. 그리고 2005~6년에는 일과건강과 이주노동자 커뮤니티 리더들을 모아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어요.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이 일과건강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 셈이죠.”
유 노무사와의 인연에 과로사예방센터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과로사 문제를 함께 공부하고 고민한지 벌써 3년이 흘러가고 있다. 지난 6월 일본에서 진행된 ‘제 4회 과로사방지 학회’에도 함께 참여했다.
“학회가 매우 놀라웠어요. 수백명의 연구진, 활동가,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서 과로라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공감하고 어떻게 변해야 할지 토론하고 논의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우리가 일본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왔는데 아직 우리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거겠죠”
사실 과로사 문제는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지만, 과로사예방센터 활동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아직 우리가 과로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엄청나게 중요한 이슈라는 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죠. 산재사망 노동자들 중에 과로사 비율이 높고,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실상 산재인 사건들 중에는 과로와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요. 과로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또 그로 인한 자살을 과로의 범주에 넣는다면 과로는 엄청나게 중요한 이슈죠. 하지만 함께 분노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부족한 것 같아요”
유 노무사를 만난 날은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남긴 시점이었다.
“올 한해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서부발전 김용균님 사망 사건이 아니었나 싶어요. 산업안전 법제나 노동안전운동의 큰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꺼에요. 30년 전 문송면 사건이 운동 변화를 가지고 왔듯이, 운동의 흐름을 바꾼다는 의미가 있을 거에요”
2011년 이마트에서 발생한 냉동창고 알바 노동자 사망 사건, 2016년 구의역 김군, 또 얼마전 발생한 대전 택배 물류창고 감전사까지…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산안법 개정안에는 그간 우리가 요구했던 것들이 다 담겨질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원청이 간접 고용한 대상에 대해 법률상 미비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이 처벌을 통해서 사용자들의 무한한 이윤추구를 제어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죠”
유 노무사와의 공식적인 다음 만남은 아마도 내년 2월에 진행될 노동자 건강권 포럼이 될 듯하다.
“저는 산업재해라고 하면 보상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고가 나고, 다치고 죽은 다음에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잖아요. 예방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자리가 노동자 건강권포럼 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문가 뿐 아니라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와 관심있는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