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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11월호



전국금속노동조합. 

14개 지역지부와 5개 기업지부 15만 조합원이 가입한 우리나라 최대산별로 투쟁은 물론 안전보건영역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활동을 전개하는 산별노조이다.


2002~2003년 근골격계 집단 직업병 인정투쟁, 2004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 2005년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조합원 집단 정신직업병 인정과 근로복지공단투쟁, 2006~2007년 산재보험법 개악저지 및 전면개혁 투쟁, 2007년 특검 투쟁에 이르기까지 해마다의 노동자 건강권 투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이 바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이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부러움의 시선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세상에 누구나 고민 한 가지씩은 안고 있다고,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도 나름의 고민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밖에서 부러움의 대상인 금속노조의 고민은 무엇일까? 그리고 고민을 해결하려고 어떤 노력들을 진행할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 안영태 실장을 만났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노동안전보건 간부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안 실장은 2007년 5월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로 왔다. 현장에서 가장 최근까지 있었고 본조로 올라온 지 이제 6개월이 되가는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본조에서 본 현장’ 또는 ‘현장에서 본 본조’의 차이였다.


“하늘과 땅 차이다.”로 말문을 연 안영태 실장은 조합원을 만나고 관리자와 싸우기도 하면서 성과가 생기는 현장에 비해 본조는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지금까지는 본조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지금 생각에 변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꼼꼼하게 업무를 챙겨야 할 것도 많은 곳이 본조라고 한다. 그는 지역지부는 안전보건 담당자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실제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를 해결하려면 기업지부의 빠른 해소를 하나의 해법으로 꼽았다. 즉, 기업지부의 안전보건 담당 간부들이 지역지부로 올라오면 어느 정도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간부 수가 많은 기업지부 인력들이 지역지부 간부가 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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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사망사고, 알고 보면 비정규직 문제


최근 잇따라 사망사고가 난 조선소 사업장 얘기에서 안영태 실장은 “문제는 사망자가 비정규직이라는 데 있다.”며 노사간 합동안전점검도 중요하고 정부 정책을 전환하라는 대정부 투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조직 비정규 동지들의 노조가입 사업, 조직화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정규직이 꺼리는 작업을 담당하는 비정규직들 안전보건 문제는 결국 그들을 조직화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때리면 ‘아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아무리 때려도 ‘아야’하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노조’다 하는 깃발만 꽂아두면 때리면 ‘아야’ 할 수 있지 않게냐?”며 반문했다.  

물론 이 문제는 조선업종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존하는 사업장이라면 존재하는 문제이다. 실제 위험직업에 내몰린 비정규직의 산재사망이 정규직의 2배라는 통계가 최근 노동부 산재통계개선위원회 조사결과 발표에서 확인되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금속노조는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 사업이 큰 목표로 잡혀있고 예산도 많이 배정한 상태라고 한다. 

안영태 실장은 금속노조의 이런 노력도 중요하지만 규제완화가 조선업종이나 금속 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안전에서 규제완화 영향력이 미치는 건설노조 등과 함께 풀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산별노조 ‘허리’, 지역지부의 노안영역 강화해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은 지난 8월부터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거의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보고서가 나올 예정으로 △종합적인 노동안전보건 실태 파악 △향후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과 대안 수립 △노동안전보건 운동과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정책․조직적 과제 제출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안영태 실장은 “15만이 조직된 노동조합에서 노안에 대한 많은 책은 있지만 기본적인 실태조사가 없었다.”며 “어느 지부에 노안 담당자가 있고 없는지, 상근인지 비상근인지, 임원은 있는지 등 기본적인 실태파악이 되어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사업을 할 수 있겠더라.”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장단기 사업을 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태조사는 각 지역지부와 기업지부, 지회의 기본정보는 물론 △산재환자 발생과 관리 △지회의 위험요인 종류와 심각성 △작업환경 측정과 건강검진에의 개입과 활동 △근골격계 질환 분석 △지회의 안전보건 활동 △단협 분석 등 노동자 건강권 활동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안 실장은 “(설문조사 시기가) 임기 말이었고 FTA 투쟁 중에 진행한 것이라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어느 정도 실태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사업계획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대노동이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그것도 노동자에게 안 좋은 유형인 2조2교대가 가장 보편적이었다는 점에 약간 놀랐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을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영태 실장은 산별노조를 사람 몸에 비유하면 지부는 허리이고 지회는 하반신인데 “허리가 매우 약하다.”며 지역지부 노동안전에 많은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지역지부 임원선거가 끝나면 지역지부의 노안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며 “임원들이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노안부서만 전임 상근을 둔다는 것에 부담을 갖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다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때문에 노안실 인력이 각각 역할을 맡아 현장 조합원과 간부들을 만나고 지회 현장을 일차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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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문제 인식하는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할 것


안영태 실장은 고생하신 분들 덕분에 나온 실태조사라는 좋은 자료를 기본으로 담당자 선임을 기초로 한 지역지부 및 지회의 체계 구축과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대공장과 취약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 차이를 좁힐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고용문제에 가있는 조합원 마음들을 건강권 문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지부․지회 간부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고서 핵심 내용을 임원들에게 보고하고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노동안전보건만을 주제로 지부순회교육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가능한 지회는 운영위원 단위까지 함께 해 실태조사 핵심을 별도로 정리, 보고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란다. 그는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에 잘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싸움을 하자면 피하지 않는 것이 금속노조의 자랑이고 금속 15만의 힘이 노동안전보건의 힘”이라며 안영태 실장은 “노동안전보건이 담당자의 몫으로만 굳어지는 것을 막고 간부 임원들을 설득해서 건강권 문제가 사회의제로 제기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1년 반을 채우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총 집행단위가 완고한 의지를 갖고 건강권 투쟁에서 성과 있는 큰 싸움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딱 한 가지를 주문했다. 그리고 총연맹 노동안전보건 상근자가 1명인 것은 민주노총이 노동자 건강권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면 인력충원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렇게 조금씩 큰 싸움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IMF 이후 심각해진 고용불안과 솟구치기만 하는 비정규직 증가는 정규직 중심, 임금복지 투쟁 중심이었던 그동안의 노동운동에 많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 변화 속에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서서히 생존권․생명권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 변화 밑에는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의 부단한 노력이 다른 노조, 지부, 지회에서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안영태 실장이 말한 ‘성과 있는 큰 싸움’이 어느 날이라고 꼬집을 수는 없지만 노동안전보건을, 노동자 건강권 강화를 위해 움직이는 수많은 활동가들이 있는 한 ‘큰 싸움의 그날’은 꼭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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