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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7,8월호




“청소년 노동에서 ‘10대들의 일’이란 개념을 가지고 10대를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하는 청소년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지난 6월 편집회의에서였다. 일과건강 편집위원인 이수정 노무사가 소개한 하자작업장학교(이하 하자) 학생이 아르바이트 후 집으로 가던 중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로부터 출발한 하자 구성원들의 문제해결 과정이었다. 하자 구성원들은 이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않고 ‘아이들이 생계를 위해 오토바이를 탈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문제로 인식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홍대클럽에서 저녁 7시 정도부터 일을 시작해 새벽 4, 5시에 업무를 마치는 A 학생이 오토바이로 귀가를 하던 중 연세대학교 앞 신호등에서 사람과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탈학교생인 A 학생의 집은 대전이었고 어머니도 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스스로 돈을 벌어 월세도 내고 생활도 하고 여유가 있으면 집에 돈을 부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낮에는 하자작업장학교에 다녀야 했기에 평일 저녁과 주말 밤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일이 새벽에 끝나다 보니 집으로 가는 교통편이 늘 걱정이었던 A 학생은 하자의 다른 학생에게서 받은 오토바이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던 중 신호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학생은 무면허였고 오토바이도 미등록 상태였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하자의 교사들과 학생들은 A 학생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한 번 도와주고 말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노동, 안전’ 등으로 사고를 확대했다. 하자센터에서 매월 열리는 맛보기 시장에서 바자회와 음식판매로 후원금을 마련했고 그날 저녁, ‘우리에게 헬멧을’이란 행사를 열어 ‘청소년과 아르바이트’ 영상 상영, 우리들의 안전불감증 이야기, 공연단 공연 등의 행사로 청소년 노동과 안전망을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우리에게 헬멧을’이 담은 뜻은 ‘위험사회의 청소년을 위한 사회 안전망 만들기’ 이다. 

행사 기획을 함께 하고 A 학생 담임인 변형석 교사는 “가족으로부터 경제, 정서적으로 돌봄이 없는 청소년들이 많다. 청소년 중 10%는 자기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한다. 오토바이를 타게 만드는 사회, 이들이 아무런 보호장치 안에도 놓이지 않는 상황이 바로 ‘위험사회’”라고 말했다. 즉,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어 노동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사회는 이들을 위한 어떤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청소년이 살아가기에 굉장히 위험한 사회”라며 A 학생도 금, 토, 일 밤샘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A 학생처럼 생계를 위해서든 용돈 충당을 위해서든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이들의 노동권이나 안전보건 권리를 지켜주는 사업장이나 주인은 거의 없다. 착한 주인 만나면 복 받은 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재수 없는 일이다. 실제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팬시점, 주유소, 학교 근처의 분식집이나 식당에서 앳된 얼굴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접하는 일은 매우 흔해졌지만 이들이 왜 일을 해야만 하는지, 한다면 도대체 노동권과 건강권은 보호받으면서 일을 하는 건지에 사회는 무감각했다.


변형석 교사는 ‘우리에게 헬멧을’에서 나온,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각종 부당한 대우를 들려주었다. 

“맥도널드에서 일한 학생이었는데,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었고 매니저가 학생을 군대 쫄따구 대하듯 했다. 하루는 햄버거를 싸고 있는데 매니저가 “이렇게 싸면 안 된다.”고 해 “아, 그래요. 몰랐어요.”라고 대답했더니 이걸 싸가지가 없다며 그때부터 매장 걸레질을 시켰다. 일주일 넘어도 계속되자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임금을 다 줄 수 없다는 대답에 억울해 한 학생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회사 중에는 꽤 큰 회사인데도 그 정도라는 그는 주유소에서 일한 학생 얘기를 이었다. 

“다른 사람이 실수로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어 피해보상 액수가 생겼는데, 그 비용을 아르바이트생들 비용에서 다 제했다. 한 달 꼬박 해도 40~50만원 정도인데 그 중에서 30만원을 띠고 10만 원 정도 주고 바로 아르바이트생을 정리해버렸다.”


이 외에도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도 못 받고 계약서 작성은 아예 없으며 밤에 일하면 1.5배를 더 줘야 하는데 오히려 더 싼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배달사고나 나면 모두 아르바이트 학생이 배상한다. 변 교사는 “규정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장 마음대로 하고 아이가 어리다 싶으면 더 그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일터에서 사고가 나면 어떨 지는 뻔하다. 


“화학물질 때문에 저의 발에 큰 상처가 생겼어요. 그런데 돈도 조금 밖에 안주고… 치료비도 조금 주고 그만두라네요. 매니저님이 그러더라고요. 윗사람이 다친 사람은 안 쓴다나 머한다나. 그래서 그만두었습니다.”

“음식을 튀기다가 기름이 튀어서 약간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내가 약을 사서 치료했다.”

“배달을 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내가 잘못했죠…, 중앙선 침범. 합의와 병원비, 수리비… 총 30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근데, 사장님이 반반씩 부담하기로 하여 제가 160만원 정도 갚아 나가야겠죠. 지금 그 빚 때문에 4개월 째 꼼짝 못하고 있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임금도 떼이고 다쳐도 자비로 치료하는, 노동권과 건강권이 아예 무시당하는 것이 바로 청소년 노동의 현실인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어른을 만나고 물건을 팔고, 고객을 대하고, 어떤 일을 책임지고, 시간 맞춰 나가야 하는 경험들 안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 의욕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큰 경험이다. MP3플레이어를 사기 위해서든 생계를 위해서든 각각의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목적과 중요한 경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업주는 잉여노동으로 본다. 그러다보니 업주는 헐값으로 쓰고, 정부는 장려할 이유도 없고, 웬만하면 안 했으면 좋겠는데, 하면 이렇게라도 해라, 이정도 생각이다.”

그나마 하자의 학생들은 맛보기 시장에서 ‘1일 아르바이트’를 통해 계약서 작성 등 본인이 챙겨야 할 것들을 체험한다. 하지만 여기서 배운 ‘노동인권’은 현실에서 무력하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기에는 벽이 많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는데 그런 얘기를 하면 ‘그럼 너는 가라. 너 아니라도 (일)할 애들 많다’고 나오니까 계약서를 쓰자는 말도 못 한다.”는 변형석 교사의 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십대들의 노동을 남는 노동력이 아니라 십대가 겪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일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십대가 아닌 사람들이 일하는 것보다 더 보호하고 교육하는 그림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은 옛날 70~80년대 노동자들처럼 ‘이걸 하면 나한테 큰 일이 생길 것 같은’ 의식을 갖고 있어 신고도 못한다. 어디다 신고하는 줄도 모른다.”며 “회사 입장에서의 고충은 아이들이 책임감이 없다는 점이 못 미더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건강하게 일을 가져갈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2003년 5월, 노동부가 실시한 연소근로자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중고생은 80만 명,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희망자는 138만 명에 달했다. 또, 2006년 청소년 경제활동참가율은 30.2%로 15세~19세는 7.5%, 20세~24세는 54.6%로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에 82.7%가 취업해 있다는 보고다. 

깨알 같은 글씨로만 존재하는 근로청소년보호대책이나 법전에만 있는 근로기준법의 권리가 일하는 청소년에게도 제대로 지켜지려면 기성세대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 먼저 달라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인, 아동, 여성까지는 생각하는데 이 안에 ‘청소년’도 들어가야 한다.”는 변형석 교사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에 노동자가 될 청소년이 사회를 처음 체험하는 장소로서 ‘청소년 노동’을 바라본다면 제도권 내에 있는 학생이든 탈학교 학생이든 ‘그들의 노동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대접받을 수 있는 권리를 키워주는 교육과 청소년 노동력을 이용하는 사업주들에게 구속력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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