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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꼭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많다. 공기가 그렇고 사회를 유기체로 만드는 각종 제도가 그렇다. 직업 세계도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로 꼽히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직업도 있고 들어본 적은 없지만 꼭 필요한 일자리도 있다. 그 꼭 필요한 일자리 중 하나가 바로 최근 알게 된 ‘의료급여관리사’이다.

의료급여관리사. 
의료급여제도를 관리하는 노동자이다. 의료급여제도는 빈곤층 중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의료를 보장하는 공적부조제도로 국민건강보험과 아울러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주축을 이루는 제도이다. 단적으로 요약하면 빈곤층 의료를 담당하는 국가적 서비스이고 그 대상자를 관리하는 일을 바로 의료급여관리사가 한다. 현재 기초단체 234곳 각 시, 군, 구에 1명 씩 배치되었다. 
 
의료급여관리사는 보건복지부가 2003년 처음 채용했는데, 그 목적은 의료급여 대상자들에게 적정의료 이용, 자가 건강관리 교육, 자원 연계를 통한 복지증진 등을 제공해 삶의 질 향상과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의료급여 재정을 절감하는 데 있었다. 이런 목적은 사례관리를 통해 이루고자 했다. 첫 채용 당시 명칭이 ‘의료급여사례관리요원’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중점 업무가 바로 수급권자들의 사례관리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의료급여관리사지회 송명경 지회장은 “중점 업무이고 해야 되는 업무가 ‘사례관리’인데,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재정절감 쪽으로 가다보니 우리도 관료입장에서 제재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2007년의 현실을 토로했다. 어려운 소외계층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제공이 목적이었던 것이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서 재정 감소를 목표로 일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의료급여’가 공직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체계적인 조직 구조를 가지지 못 했기 때문이다.

송 지회장은 “2003년에는 사례관리만 하라고 했다. 2004년까지도 상해외인, 연장승인 업무가 추가되었지만 중점 업무는 사례관리였다. 1순위가 사례관리를 통한 빈곤층의 삶의 질 향상, 2순위가 재정절감이었다. 그런데 2005년부터 재정절감이 최우선 목표가 되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관련 일을 하는 입장에서 보건복지부가 왜 그런 변화를 가진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수급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지방자치단체 각각의 문제점을 짚었다. 우선, IMF 이후 의료급여 수급자 수가 증가했다는 것이 큰 이유이지만 지금처럼 재정절감이라는 변질된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은 보건복지부의 태만이 크다고 꼬집었다. 즉, 연간 4조원의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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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4년에서 2005년 사이에만 보건복지부 의료급여 담당 과장이 4명이나 바뀌었다. 빨리 떠나려는 부서이기 때문에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 지, 낭비는 없는 지를 살펴볼 일이 없었다. 의료급여관리사를 채용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며 보건복지부의 복지부동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의료급여 수급자를 병원으로 유도하는 의료기관 문제, 대부분 보건복지부 예산이 투입되는 의료급여 사업을 바라보는 시군구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공짜로 병원을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하는 수급자의 낮은 인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앞서 말한 대로 의료급여관리사를 채용한 후 드러났고 이제야 ‘아차!’한 보건복지부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보다는 재정절감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송명경 지회장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수급자들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재정은 자연히 줄어든다.”며 보건복지부 방침에 문제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한 일로 의료급여의 중요성을 정부의 해당부처가 인식하고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성취감도 생긴다는 의료급여관리사들은, 그러나 불안하고 힘들다. 1년 단기 계약직에서 오는 고용불안과 채용은 보건복지부, 일은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중 고용관계에서 오는 각종 불편부당과 인격적 무시 때문이다. 송명경 지회장은 자신이 초반기에 겪은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야근을 하려고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함께 남아 일하던 공무원이 식권을 받으려는 자신에게 “(이 식권은) 너를 위한 식권이 아니다. (저녁은) 알아서 사먹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규직도, 해당 지자체에서 채용한 직원도 아니니까 구청식권을 이용할 권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이런 식으로 겪은 서러움으로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어느 순간 눈물은 오기가 되었고 지금은 지회장 역할을 맡으며 의료급여관리사 권리 확보 일선에 서게 되었다. 
이중 고용관계 외에도 정신질환이 있는 남성 수급자를 혼자서 만나야 한다거나 수급자나 가족의 언어・신체 폭력에 노출, 지자체 상사의 성희롱 등도 여성으로 혼자 일해야 하는 의료급여관리사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라고 한다.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위와 같은 스트레스와 대접을 못 받으면서 일을 그만두지 못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들 전직 간호사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이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 지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겠지만, 간호사는 3교대로 일한다. 아직 챙겨야 할 아이들이 있는 엄마로서 교대근무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게다가 밤 근무에 대한 가족의 이해도 생각보다 높지 않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두 번째는, 우리들끼리 하는 얘기로, 발을 잘못 담았고 한다. 일하다 보니 돈이 세는 것이 눈에 보이니까,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할 사람은 없는 거다. 정의감에서 일을 계속하게 되고 또 성취감도 있으니까 쉽게 그만 둘 수 없다. 또 하나는 무기계약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최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지침을 보고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는 그는 채용 당시 보건복지부 담당 서기관이나 사무관이 집합교육을 할 때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이상,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일하면 6급 이하에 준하는 공무원으로 대접받을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해마다 계약을 하고 급여수준이 낮은 것은 이미 고용 당시부터 알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말이 신뢰를 잃고 보건복지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신들의 처지가 서러웠다.

그러던 중 인천 남구청에서 2003년 1기로 채용된 의료급여관리사가 2005년에 계약해지가 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비정규직법안 논의가 어디로 튈지 모르던 때, 구청에서 법안 통과 이후를 미리 대비한 나머지 계약해지를 얘기한 것이다. 당시 노조가 아닌 인터넷에서 카페로 모임과 의견, 정보를 나누던 전국의 의료급여관리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비전이 있을 것’이란 보건복지부 담당자들 말과는 달리 가는 현실에서 의료급여관리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고분고분 말만 들었는데, 우리도 무엇인가 하자.” “조직적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각 기초단체 당 1명씩인 현실을 고려, 전국여성노조에 가입, 2006년 9월 5일에 ‘의료급여관리사지회’를 결성했다. 계약해지에 놓였던 인천 남구청의 의료급여관리사는 당시 결론이 나지 않았던 비정규직법안 상황과 전국여성노조와 보건복지부의 노력으로 재계약이 되었지만, 올 3월 끝내 계약해지 되었다. 그를 재계약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노동조합을 만든 지 1년도 안 되었지만, 의료급여관리사지회는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의료급여제도가 빈곤층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도로 거듭나야 함을 주장하고 불안한 자신들의 고용관계를 개선하려는 끊임없는 우직임을 보여주었다. 현재 지회는 고용안정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급여관리사를 직접 채용해 지방자치단체로 파견하거나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16개 시도단위에서 채용해 각 구・군청으로 파견할 것을 요구 중이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보면 이런 요구가 제대로 먹힐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의료급여의 중요성과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 의료급여관리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더 들어가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채용할지 여부는 우리나라 빈곤층 의료복지를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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