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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이현정, 2007년 2월호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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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노조 분사 때문에 사고가 증가한다는 것이 현장의 얘기이다. 인천화력발전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조사 모습.




2001년의 캘리포니아 전력대란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간단히 사건을 요약하면 공공재인 ‘전기(전력)’에 시장논리를 도입한 캘리포아니아주의 전력공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전기 도매가격이 폭등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높은 전기요금을 내야 했던 일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주는 세계 2차 대전 때에도 없었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도 취소했고 긴급경계령을 사흘이 멀다고 발동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전력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IMF 해결사를 자처한 김대중 정부가 공공재든 뭐든 당장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팔아버리겠다고 덤비던 시설이었는데, 전력 민영화도 정부 방침 중 하나였다. 1998년 전력산업 민영화 발표에 이어 2000년 말에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을 국회에 상정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법을 통과시키면 파업을 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 총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 결과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전국의 발전 노동자들이 배낭을 메고 서울로 집결했다. 그러나 파업 이틀 전 밤, 돌연 위원장이 파업을 접고 잠적했고 법은 통과되어 발전-송전․변전-배전이 하나의 유기체였던 한국전력공사는 2001년부터 분리되어 한국수력원자력발전소와 5개 발전사로 쪼개졌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회사 분리로 노동조합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노동조합도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전력노조에서 분리,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과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으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노조가 분리된 가장 큰 이유는 2000년 말 법 통과 당시 전력노조 위원장이 파업을 접고 직권조인을 해버린 것입니다. 전력 사유화란 커다란 문제를 그렇게 풀면 안 되는데…, 감정의 골이 깊었던 거죠.”


서정혁 후생복지실장은 발전노조 탄생 배경을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설명했다. 이후 발전노조는 노조 탄생 배경에 맞게 전력사유화를 막기 위해 분리된 발전사 통합을 요구하며 꾸준히 투쟁을 전개했다. 2002년 38일 동안 전개된 파업은 국민들에게 전력사유화의 위험성을 경고함과 동시에 사회문제로 부각시켰고 현재도 이런 투쟁은 진행 중이다. 그 때문에 해고자도 여럿 생겼다. 서 실장도 해고노동자다. 작년 9․4 파업을 이유로 해고되었다. 

“몇 시간 하지도 않은 파업에 회사는 무려 1천8백 조합원의 징계절차를 밟았습니다. 그중 680여명이 견책 이상의 1심 징계를 받았고 21명이 해고되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만, 해고 인정 안합니다. 그놈들이 감히 나한테 해고 딱지를 붙일 자격이나 있나요?(웃음) 정직도 해고 규모 정도 됩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서 실장은 이렇게 어마한 징계 결과가 산업자원부 개입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발전회사 사장들은 임기제라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해 원만한 해결을 보려하는데, 산업자원부는 자기들 목표인 전력산업 민영화를 노조가 막고 있어 화가 났다는 설명이다. 본때를 보여줘 앞으로 민영화 정책에 거슬리는 놈들은 모두 제거한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발전노조는 2006년 9․4파업에서도 ▽발전회사 통합과 사회공공성 강화 ▽해고자 원직복직 ▽구조조정 프로그램 철폐 ▽부족인원 충원과 교대근무자 주5일제 시행 ▽비정규직 철폐 및 정규직화 등을 요구했다. 노조가 내건 요구는 단 하나도 관철되지 못했다. 파업에 앞서 수구언론은 이미 뭇매를 퍼부었고 정부는 대화와 협상보다는 신속한 직권중재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발전노조가 파업의 이유로 내건 요구들은 ‘안정적인 전력생산과 공급’을 위해 대부분 당연하게 필요한 조치들이다. 5개로 분리된 발전회사가 경쟁체제로 돌입하면서 각 사는 비용절감을 외치며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 향상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전력의 안전한 생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환경조성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이런 영향은 지난해 추석 때 발생한 보령화력 폭발사건으로 드러났다. 서정혁 실장은 “비용절감 하느라고 보수나 정비 관련 예산 다 깎죠, 오버홀(계획예방정비)도 섬세하게 안 하죠, 아니 못 하죠. 정비기간 단축하는 게 경영평가 대상이니까요. 그러다보니 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불안합니다.”라고 속내를 비췄다. 이어 그는 보령화력 폭발사건처럼 사망사고는 아니지만 간간이 정전 등의 상황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경영진들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까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들이 다 민영화랑 관계되어 있습니다. 민영화가 잘 안되니까 경쟁이라도 무진장 시켜놓자, 이런 거죠. 이게 우리나라 정부가 하는 짓거립니다.”


사망자까지 생긴 사건이라 보령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모르는 조합원들도 많습니다. 사실 알아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겁니다. 회사는 이것을 5개 발전사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보령화력 중심의 중부발전만의 문제로 가져가려 하고요. 그래서 어깨가 무거워요.” 한다. 서 실장은 일련의 상황들을 보며 안전보건 문제로 조합원들을 자주, 많이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 중이다. 

올 해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 두 가지를 구상 중이라는 그는 첫 번째는 5개 본부 소속 38개 지부의 안전보건담당자 전체 교육이고 두 번째는 법으로 보장된 매월 2시간의 안전보건 교육시간 중 일정 시간을 노동조합이 주관해 내용을 생산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안전보건담당자 전체 교육은 숙박형태로 가져가볼 요량입니다. 몇 개 지부는 안전보건활동을 열심히 하니까 그곳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요. 같이 교육도 받고, 잠도 자고, 얘기도 하면 동질성도 느낄 겁니다. 안전보건 교육시간은 각 지부가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외부강사를 최대한 확보하는 지침을 내릴 계획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저도 현장 분위기 파악을 위해 그곳으로 내려가야지요.”


발전노조가 처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업내용으로는 만만치 않는 것들이다. 교육은 조직과 내용생산이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정혁 실장은 “얼마만큼 많이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려고요. 그래야 다음 번 담당자가 올라왔을 때 사업을 이어가면서 잘 할 수 있잖아요."라며 차기 집행부 배려도 잊지 않았다.


남북이 둘로 나뉜 것보다 하나 일 때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듯이 발전사가 다섯일 때보다 하나일 때 전력산업 본연의 취지인 사회공공성이 확보되고 강화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전력산업 시장화로 낭패를 맛 본 여러 나라들은 시장화 실패에서 오히려 전력이 공공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시장의 개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5개 발전사 분리 뒤 1조원의 혈세를 쏟은 대한민국 정부만은 정신 못 차리고 민영화, 시장화를 외친다. 발전노조는 사회적 역할로는 발전사 통합을, 내부적으로는 해고자 복직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올 해도 가졌다. 2002년 여름, 38일간의 파업을 접었을 때 흘리던 눈물을 제대로 닦아 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서민 대부분이 눈물을 흘리며 전기를 사용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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