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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인터뷰 전 상황 1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유명인사인지 잘 몰랐다.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 이들이 유명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전 정보를 얻으려고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을 검색하니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이들 이야기를 다루었다. 보컬인 미누 씨는 ‘KBS 외국인노래자랑’에서 대상을 수상키도 했고 베이스 기타를 치는 소띠하 씨는 한국인 아내와 함께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했다. 그러니까 꽤나 유명 인사를 만난 것이다.

#인터뷰 전 상황 2
이주노동자 삶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스탑크랙다운과 인터뷰 날짜 시간을 잡으면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일단, 이들이 여전히 일하는 노동자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주노동자 밴드로만의 삶을 사는 줄 알았다. 몇 다리를 거쳐 통화한 밴드 보컬 미누씨와 통화하면서 평일 인터뷰 날짜는 토요일 저녁 8시로 잡았다. 이들이 연습을 시작하기 전 시간이다. 생활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밴드 구성원들은 평일은 이 땅 노동자처럼 일을 하고 시간이 나는 주말을 이용해 음악연습도 하고 자신들을 부르는 곳에서 공연도 한다.

#칼바람 불던 토요일 저녁, 다섯 남자를 만나다
인터뷰 당일. 이들 일정은 꽉 차 있었다. 연습실을 빌린 밤 9시부터 11시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갖는 공연과 음반준비를 위한 연습을 하고 11시 이후에는 방송사 촬영이 기다렸다. 2집 음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들을 연습시간 전인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 만날 수 있었다.

'Stop Crackdown'
강제추방을 반대한다, 탄압을 중지하라는 뜻이다.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반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등을 요구하면 농성에 들어갔던 2003년 12월에 뜻이 맞는 이주노동자들이 결성한 세계최초 이주노동자 밴드의 이름이다. 강제추방 반대 농성을 벌이던 당시 상황과 잘 맞았고 현재에도, 그리고 상당기간 미래에도 이어질 이름이다. 이들 밴드 구성원은 모두 5명. 이주노동자가 4명이고 한국인이 1명이다. 어? 이주노동자 밴드에 한국인이? 라고 생각하다가 어차피 제 나라를 벗어나면 모두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으니 어색하지 않다.

한국에 온지 15년인 미누 씨는 보컬이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방송국과 R-TV에서 미디어 활동에 전념하는데 그 전까지는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밴드 결성을 주도하고 기타를 치는 소무뜨 씨는 음악으로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은 12년차 이주노동자로 소화기를 만드는 공장에 다니면서 활동한다. 이 땅에서 결혼하고 두 아이의 아빠인 소띠야 씨는 성형․사출 공장에 다닌다. 베이스 기타를 치고 9년 째 한국 생활 중이다. 인터뷰 내내 얌전한 모습을 보인 해리 씨는 노동넷에서 활동하다 단속이 심해지면서 일을 잠시 멈춘 상태. 키보드를 연주하고 한국생활 6년차다. 작년 여름께부터 함께 한 송명훈 씨는 드럼을 다룬다. 소모뚜 씨와 친분이 있는 대학선배 소개로 밴드에 결합했다. Stop Crackdown이 전국 공연하던 시점이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이들은 평일에는 생계를 위해 일하고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달라 주말을 이용해 연습하고 공연가고 음악회의도 하고 음반작업도 준비한다. 그래서 충분히 연습할 수 없는 것이 늘 아쉽고 쉴 수 없는 주말이 이어지지만 이주노동자 삶을 전달하고 음악으로 한국사회와 호흡할 수 있음이 오히려 기쁘다고 한다.

“음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투쟁에 도움이 되고 싶다. 밴드도 당시 진행 중이던 농성투쟁에 힘을 주기 위해 결성했다.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도움을 주는 밴드가 되고 싶다.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열정이 식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노력과 상관없이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고 참으로 희한하게도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가장 단편적인 선입견 중 하나가 ‘못 사는 나라에서 온 못 배운 사람들’일 것이다.

“나라로 따져서 잘 산다, 못 산다를 따지는 것은 아주 좁은 시야로 보는 것이다. 미얀마는 (소모뚜 씨와 소띠하 씨는 미얀마에서 왔다) 자살율이 없다. 돈이 아니라 마음이 풍요롭기 때문에 잘 산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못 사는 나라라고 생각수준까지 낮다고 생각하면 ‘정말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화․경제적 차이를 인정해야 ‘우리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보는 선입견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를 보는 또 다른 선입견을 만든다. 사람과 문화는 상대적이나 ‘제도’는 절대적이다. 그 중 고용허가제는 이들이 ‘노예계약제’라고 부를 정도로 고약한 제도로 통한다. 미누 씨가 한 예를 들어주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1천만 원 이상을 들여 한국에 온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서 일하는 곳은 월급이 적어 자신이 내고 온 돈이라도 벌겠다며 어쩔 수 없이 이탈하는 노동자가 있다. 이때부터 불법 체류자가 된다. 무엇보다 자기 나라에서 한 계약과 내용이 안 맞는 곳이 많다. 계약서상에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는 없다. 고용주 권한만 있을 뿐. 우리는 노예제도와 다름없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제도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노동자를 위한 제도…”라고 덧붙인다.

만약, 강제추방이 없어지고 이주노동자 인권이 확보된다면 이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강제추방이 없어진다면 Stop Crackdown이 반드시 한 도움을 해서일거다. 한국이 그렇게 된다면 이주노동자 인권을 탄압하는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지 않을까?” 밴드를 결성한 목표를 잊지 않겠다는 이구동성 대답에 이어졌다. 다큐 영화 제작을 고민하는 미누,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소무뚜, 한국 사람과 같이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소띠야, IT와 한국어, 한국문화 공부에 욕심 있는 해리,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우리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는 송명훈. 다섯 남자들은 칼바람 부는 토요일 저녁, 합정동 지하 연습실에서 노래를 맞추고 음악을 고민하며 강제추방 없는 세상을 향해 그렇게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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