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181.38) 조회 수 98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6년 12월호




c_20081117_319_504.gif


비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이 땅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성 인정과 정규직화를 외치는 마당에 ‘비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니! 아래 어느 기사 한 구절을 읽어보자.

“나는 대한민국 영화스탭 A다. 난 내가 엄연한 노동자라는 사실도, 법정 근로시간이 8시간이었다는 사실도, 연장 근로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 표준 근로계약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영화스탭은 원래 이렇게 못 벌고 못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직업을 선택한 내가 잘못이라는 기분도 자주 들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은 “관성적으로 문화영역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문화라는 말에 종속되어 스스로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못한다. 영화인이 예술가라는 개념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생겼고, ‘내가 노동자 맞나?’하는 의문이 시작된 것.”이라며 7년 전인 2001년 대종상 시상식 때 피켓시위를 시작으로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대중에게 보였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영화제작 현장에 존재하는 군대식 문화와 인맥 문화, 선후배 문화로 노동조합 결성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하지만 구조적 악순환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영화인, 아니 까놓고 말하면 배우와 제작자들의 잔치인 대종상 시상식에서 스탭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3월, 인터넷 모임을 시작한 ‘비둘기 둥지’가 주체가 된 피켓시위 구호는 ‘표준계약제를 실시하라’ ‘40억원 영화에 연봉은 200만원’ 등 스탭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드러냈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드레스와 턱시도를 빼입은 배우들이 밟고 지나가는 빨간 카펫 비용이 내 연봉의 몇 배인 영화산업노동자들서는 아주 당연한 ‘봉기’였다. 최 위원장은 “당시 그것은 혁명은 아니더라도 개혁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며 현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봉화점으로 조명, 연출 등 각종 직종협의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런 동력이 모아져 2005년 12월에 노동조합을 창립했다.

영화 제작은 프리 프로덕션(pre production, 사전 준비단계), 프로덕션(production, 영화제작), 포스트 프로덕션(post production, 후반작업)으로 나뉘는데 프리단계부터 일하는 스탭 노동자들은 이 기간에 무임금, 무계약 상태로 일한다. 프리단계는 짧으면 6개월 길면 3년 등 천차만별인데 이때 영화 스탭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개념은 밥과 가끔 있는 회식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프리단계를 겪은 한 노동자 얘기를 빌어보자. 
“5년 동안 영화판에서 일하며 번 돈이 220만원입니다. 지난해에는 한 영화사의 준비작품을 6개월 동안 각색하다가 몸이 아파서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받은 돈이라고는 그만둘 때 약 값하라며 찔러준 20만원이 전부입니다.”

계산하면 이 노동자는 5년 동안 한 달에 3만6천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았다는 얘기다. 프로덕션 단계로 들어가면 임금은 지급되지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이고 이때부터 노동강도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임금이 열악한 곳은 노동환경도 그다지 좋지 않다. 영화제작현장도 마찬가지.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포함한 고용, 국민연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대비한 인력과 장비, 시스템이 없다.

최진욱 위원장은 “안전사고로 죽었을 때나 상해보험 수준의 보상이 있지, 무거운 것을 들고 옮기다 허리를 다치면 파스를 붙이고 일하고, 아시바에서 떨어져 갈비뼈가 나가도 아무런 보상도 없다. 무거운 것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기술팀들은 무릎, 어깨도 많이 나간다. 하지만 죽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스로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사고가 나면 웬만한 것은 알아서 치료하고 일해야 한다. 뜨거운 열을 다루는 조명 스탭은 손바닥 쪽이 갈라지는 일이 많은데, 스스로 안전장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또한 세트장(스튜디오) 촬영은 한정된 공간에 다수가 모여 일하는데다 세트장을 만들고 보수하면서 발생하는 먼지,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으로 내부촬영 환경도 문제될 수 있다. 이에 영화산업노조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 남양주 종합촬영소 스튜디오 두 곳에서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했다. 노조는 아직 보고서를 공개하진 않았는데, 결과에 따르면 휘발성유기화합물과 발암성 물질로 보고된 포름알데히드가 적용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이는 세트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각종 목재료, 건축자재와 접착제 때문인데, 영화를 촬영할 때는 출입문을 닫은 채 환기시스템도 가동하지 않아 더욱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 셈이다. 노조는 적절한 시점에 보고서 공개와 더불어 대책도 요구할 계획이다.

“아픈지도 모르고 아파도 원인을 모른다. 나름대로 참고 일하다 악화되면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는 최 위원장은 이런 악순환을 깨는 것도 노조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래도 이렇게 현장에서 일하면 만족도나 영화인으로서 자긍심도 높은데 영화제작이 끝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이다. 일하느라 정신없어 눈에 보이지 않았던 핸드폰 값, 집세, 카드값, 교육비 등 영화가 아닌 현실이 주는 각종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임금, 노동시간, 근로계약서 작성, 고용불안 등 기본적인 문제부터 제기하고 요구하고 현장에 정착시켜야하기 때문에 아직 안전보건문제까지 건드릴 단계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의료시스템이라도 갖춘 촬영현장을 만드는 것도 노조가 할 몫 중 하나다.

영화산업노조는 지난 9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세계 영화산업 노동자의 노동환경 현황비교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임금․단체협약 체결 이후 과제 중 하나로 ‘영화산업의 공공성 강화’를 들었다. 즉, 영화가 사회적 담론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진욱 위원장은 “파업전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수많은 상업영화 중 한 두 번은 사회를 담는 영화들이 터져야 한다. 영상, 미디어가 주는 파급력은 사고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임금인상만을 위해 노조를 만든 것은 아니라는 그는 사회 담론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인력을 발굴해 영화산업 공공성 활성화에 노조가 힘을 실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비 몇 백억 원, 관객동원 천 만 시대로 한국영화의 발전을 얘기할 수 있는 이면에는 ‘나도 대한민국 영화산업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으로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겨온 스탭 노동자들이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들에게 인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영화산업 100년 역사 속에서 그들은 엄연히 영화산업을 지키고 일궈온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

사람

일과건강과 함께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1. No Image

    [인터뷰]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인터뷰 전 상황 1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유명인사인지 잘 몰랐다.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 이들이 유명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전 정보를 얻으려고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을 검색하니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다양한 언론매...
    Date2012.04.04
    Read More
  2. [인터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6년 12월호 비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이 땅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성 인정과 정규직화를 외치는 마당에 ‘비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니! 아래 어느 기사 한 구절을 읽어보자. “나는 대한민국 영화스탭 A다....
    Date2012.04.04
    Read More
  3. [인터뷰] 삶으로 산재환자를 만나는 천주교 노동사목회 산재사목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6년 11월호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경험은 세상을 알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되도록 많은 경험을 원한다. 하지만, 힘든 고생을 정말 ‘사서라도’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닐까? 그런데, 11월호 인터뷰 대상자로 만난 분들은 ‘낮은 곳 사람들을 알기 위해’ ...
    Date2012.04.04
    Read More
  4. [인터뷰] 화섬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초대 위원장 안우헌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6년 10월호 민주노총 전국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전진대회가 한창이던 9월 21일 늦은 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이하 화섬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공식화 했다. 그리고 이를 알리듯 전진대회 숙소였던 한강난지캠프장의 한 천막에는 화섬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깃발이 펄럭였다. 2년에 ...
    Date2012.04.04
    Read More
  5. [인터뷰] 한국재가진폐협회를 만나다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6년 7,8월 합본호 재가진폐자협회 주응환 회장 #다 같은 진폐환자인데 차별이 심하다 올 1월 19일의 일이다. 노동과건강포럼2005에서 주최한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이다-산재보험 개혁과제 정립을 위하여’라는 포럼이 마무리로 청중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한 분이 재가진폐재해자들이 ...
    Date2012.04.0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0 Next
/ 50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