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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 2006년 6월 인터뷰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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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1층 정책실을 들락날락하며 낯이 익은 분을 2층 임원실에서 인터뷰했다. 1층 시절, 자리에 없을 때 컴퓨터를 슬쩍 빌려 쓴 기억이 있는. 바로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김지희 부위원장이다. 세 아이의 엄마이며 여성 조직화를 맡은 민주노총 여성부위원장인 그에게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긴 것은 왠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할 일이 많아서 부담은 된다.”며 인정은 하면서도 “경험이 도움이 된다.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젊은 시절 성수동 지역에서 일하고 활동했던 시절이 힘이 될 것이라고 강단있게 말한다.


#성수동? 지금도 작업환경 열악한 그곳에서

십 수 년 전 김지희 부위원장은 성수동 지역 ‘아세아수정’이란 공장에서 일했다. 주파수를 잡는 전자칩 만드는 회사로 성수동 내에서는 꽤난 큰 규모였음에도 작업환경은 영 아니었다고 한다. 소음이 장난이 아닌 공정도 있었고 먼지도 많이 나는 데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세정액을 사용하면서도 보호장구 없이 일했다. 야근, 특근 등 각종 수당을 다 합쳐도 월 50만원이 넘지 않았던 그 시절, 손가락 잘린 노동자도 많이 봤고 자신이 일하는 곳, 주위 동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동자 현실’을 보게 됐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분회장이 되고 100일 파업, 해고, 지노위 승소 등을 거치면서 그는 ‘공장의 벽을 뛰어 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말은 바로 그 시절인 것이다. 

경험이 그리고 현장을 알고 있다는 점이 분명 도움이 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노동안전보건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실제 금속노조/연맹, 화섬노조/연맹을 중심으로 한 제조, 생산직 부문이고 ‘노동안전보건부장’이란 명패가 일반화되어 있진 않다. 그래서 좀 더 저돌적으로 질문해 봤다. 사실, 민주노총 내부에서조차 노동안전보건활동이 중요의제로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실제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총연맹을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만 해도 2005년(확인 필요) 1월 중앙위에서 건설과 추진이 결의되었음에도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비판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당연하다. 노동안전보건 관련법은 죽어가고, 아파하고, 싸우면서 쟁취한 법임에도 조직 전체 성과로 남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해당 사업장, 연맹에만 남는다. 비판이 정당함과 동시에 노동안전보건 대응에도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운동으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단과 결의가 필요한 시기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다. 가면된다. 앞서간 조직의 지적과 평가를 받아 안아서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김지희 부위원장은 4월 말 진행했던 민주노총 내부토론회를 기억하며 전체 총국은 아니더라도 ‘인식의 협소함을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이 임원 내에서 형성되었다며 남은 임기가 길지 않지만 반드시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찍고 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그러면서 획기적으로 돌파되는 것은 아니라며 ‘가장 원칙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밀고나가겠다고 밝혔다. “2006년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기초를 다지는데 의지도 있고 자신도 있다. 다만, 더 연구할 부분은 토론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무리한 욕심은 내지 않되 할 것은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솔직히 좋았다. 귀가 솔깃하고 눈이 홀딱 뒤집어질 무언가를 얘기하기 보다는 현재의 한계와 상황에서 비판받을 것은 받되 전과 같은 전철은 밟지 않기 위해 기본부터 착실히 하겠다는 ‘의지’가 말이다. 그렇다면, 아직 공식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 어떤 중장기 계획이 있지 않을까? 

“2006년에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구성 관련 간담회, 교육, 일꾼 프로그램, 활동가 양성 등이 계획되어 있다. 우선 조직 골간이 형성되어야 한다. 지도부 간담회에서 ‘왜 담당자가 필요한지’ 밝히고 필요하면 총연맹이 직접 교육도 할 것이다. 산재법 개악시도도 최대한 조직해야 한다. 투쟁하면서 사람 만들고, 그 사람들과 함께 투쟁해야 한다. 이것은 생명의 문제로 알려내야 한다. 

조직적 건설에 있어서는 기초를 닦아야 한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 투쟁 사업 선례를 만드는 구도를 그리고 나가야 한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슬로건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사실 재정이나 인력이 열악하고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자문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6월 중으로 4~5명으로 인력을 꾸릴 계획인데, 2010년까지의 중장단기 계획을 잡고 어떤 포괄적인 지향과 방향을 가져갈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토론회도 열고 상시 자문위원회 외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전문가들 도움도 받을 계획이다. 

자체 정책력과 집행력을 가져갈 것이다. 예전에 비해 ‘애썼다’ ‘열심히 한다’ 정도의 평가가 나오지 않도록 사람들을 최대한 조직하고 실천단을 조직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그는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 중장기 목표를 갖지 못하면 기존에 박혀있는 사업을 하는 것, 절박한 사업임에도 소수 담당자와 해당 연맹만 하는, 일정을 잘 소화했다 정도로 끝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업이든지 개인이 가진 의지와 자신감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때문에 각 연맹별 산업노조별로 동참은 필수이다. 김지희 부위원장은 단위노조 대표자, 지도하는 대표자들이 노동안전보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다. 

“정말 현장 활동으로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결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이미 스스로의 건강이 침범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 건설 의지가 생긴다. 연맹이 중간 역할을 하지 못하면 현장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요즘 각 연맹․산업노조 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 토론회 토론자로 와준 건설연맹 위원장, 서비스 연맹 위원장을 개별로 만났고 앞으로도 또 다른 위원장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분들도 “(노동안전보건이) 일상활동이라는 문제임을 알지만 다른 사안에 밀려 하고는 싶은데 못 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며 “잘 나가는 연맹이 힘든 연맹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잘 나가는 연맹이 힘든 연맹을 지원해 준다? 좀 더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금속, 화섬이 좋은 모범이다. 객관적 상황과 요구를 받아 온 것이다. 이들의 모범과 선례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른 연맹이나 산별노조는 산업재해를 보는 인식조차 협소하다. 예를 들면 서비스 쪽은 75%가 비정규직으로 노동조건 자체가 불안정하다.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받을 소지가 높다. 눈에는 안 보이고, 몸은 아프고. 40대 지나면 ‘골병’으로 나타난다. 그제서야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사무직이나 선생님 같은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건강을 산업재해 개념을 협소하게 또 고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저항으로 봐야 한다. 건설연맹도 의지와 결의를 밝혔다. 집중적으로 담당자를 내오고,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 사업으로 현장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후보시절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부딪치면 대응하고, 밀리고, 버티는 투쟁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목소리를 내고 우리가 직접 세상 목소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노동안전보건운동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어쩌면 길지 않은 임기 내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기초를 닦겠다는 김지희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의 의지가 쉽게만 풀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가 보인 의지에 믿음이 가는 것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과 활동을 향한 실천들이 하나, 둘씩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민주노총 행보에 비판이 우선 했다면 이제는 실천을 같이하고 부족한 점에 힘을 보태준다면 기대에 부응하는 노동안전보건위원 건설이 조금은 더 튼튼하게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 도중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결의’ ‘실천’ ‘의지’였다. 혹, 여전히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이 시점에서 한 번 그가 말한 결의와 실천, 의지에 올인해 보자. 인생대박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최소한 수십 배 이상은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직격 일문일답
-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바쁘게 지내왔다. 
= 내부 토론회, 살인기업 선정 기자회견, 4월 사업 등이 있었다. 4월 사업은 의미가 큰 사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중에게 파급력이 있고 산재의식을 확대할 수 있는 사업이다. 내부토론회에서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과 투쟁의 중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해줬다. 

- 민주노총 내에서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 의제는 어떤 의미인가? 
= 노동자 건강은 자신의 노동, 생존의 기본, 삶의 기본으로 연결이 안 되는 것이 없다. 노동안전보건 자체가 해당 안 되는 것이 없다보니, 공감은 되면서도 구체적으로 일할 일꾼은 없다. 노동안전보건은 일상적인 활동으로 사안별 투쟁이 아니라 꾸준하고 완강하게 투쟁이 조직되고 사회 공공성이 쟁취되어야 한다. 그것은 의제 자체, 그리고 조직활동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그랬기 때문에 건설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고 제대로 건설되어야 할 위원회다.


- 공식적인 출범은 언제쯤 하는가? 
= 출범식? 자체적인 진군식이 필요하단 얘기는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담당자 회의를 노동안전보건위원회 회의로 가져간다. 이것은 책임과 의무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는 9월 중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및 담당자 수련회를 가질 계획이다. 내용, 구색이 잘 맞으면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진군식’ 형태로 준비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사정위 안에서 산재보험발전위가 출범했다. 이후 중집에서 불참을 결정했는데?
= 우리들 문제를 의제화 시키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 어차피 들러리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의식을 가진다. ‘노사정위’란 이름이 아니라 대정부 전선을 쳐주고 압박하는 역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노사정위 참여는 책임있는 단위에서 정리되어야 한다. 앞으로 노사관계로드맵, 특수고용 노동자 등에 우리 의제를 넣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투쟁, 교섭, 조직 등이 고민되고 제기되어야 한다.


- 현재 거주 형태가 1세대 2가구 인걸로 알고 있다. 독특하단 생각이 드는데? 
= 이 질문은 왜 하는 건가? (웃음) 결혼 후 출산하면서 활동을 못 하게 되었다. 그것의 해결방법이 바로 공동육아였는데 그 연장선이다. 아이들도 여럿이고 자라다보니 조금 불편한 점도 있다. 지금은 친정어머니가 와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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