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한법무사협회가 출간하는 월간 법무사지 4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의 주요내용과 보완과제
글 : 한인임 / 일과건강 사무처장
1. 들어가며_‘OECD 최장기노동’ 불명예 씻나?
1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근로를 포함해 52시간임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지난 3월 20일 공포되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최저임금 시행과 더불어 노동시간 단축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노동환경의 변화가 전망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사실 이번에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이미 1997년 IMF구제금융 이후 급박한 경제위기 속 ‘일자리 나누기’ 일환으로 ‘주40시간 노동제’가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주40시간 노동제’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 주당 근로시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이 ‘1주 5일’을 기준으로 40시간이며, 주당 12시간까지 초과노동을 할 수 있는데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즉,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초과근로시간과 주말근로까지 합해 최대 68시간까지라고 본 것이다.
둘째, 법정근로시간 제한규정에서 제외되는 특례업종이 너무 많았다. 무려 26개 업종이 특례업종에 해당되었는데, 특례업종 취업자의 비중은 총취업자의 약 50%에 이른다(노동자의 경우 약 450만 명). 그리고 셋째, 총 취업자의 약 40%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노동시간 규제가 아예 적용되지 않았고, 넷째,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규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주당 52시간의 노동시간을 초과할 수 있었으며, 연간 70일 가량(일요일을 포함한 국경일 등)의 ‘관공서 공휴일’도 비공무원에게는 의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2017년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노동시간이 2,100시간이 넘는, OECD 중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주(7일)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근로기준법」에 명시한 것은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과로사회로 이끌어 왔던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남아있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 본 글에서는 이번 개정법률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제안하고자 한다.
2.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그럼에도 남은 문제는?
1)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에서는 제2조(정의) 규정에 제7항을 신설,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명시하였다. 이에 대해 혹자는 “1년은 365일이다”라는 것도 법에 넣어야 하느냐고 푸념하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분명한 명시를 통해 이제 1주일 안에 52시간을 넘는 노동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사업주들이 있는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도 노동시간 단축으로 하락하는 곳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곳(대부분은 중소 영세업체일 것이다)에서는 규제 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2) 특히 ‘보건업’은 왜 여전히 특례업종이 되었는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에 따라 이전 26개이던 노동시간 특례업종이 5개1)로 줄었다. 이로써 약450만 명이던 특례업종 노동자들의 수가 약112만 명가량으로 감소하게 된다2). 도대체 그간 특례업종은 왜 이리도 많았을까? 노동시간 특례업종은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는데, 당시에는 통계조차 내지 않았을 정도로 적은 수3)였던 서비스업 대부분이 특례업종4)으로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후 산업 변동으로 농림어업의 규모가 크게 감소하는 대신 서비스산업이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인구의 약 80%가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게 됨에 따라 특례업종의 조정이 있어야 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속되다가 57년 만에 이번 개정을 통해 조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개정으로 특례 대상 노동자 수가 1/4로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선버스를 제외한 모든 운송업 및 보건업 등 여전히 남아 있는 5개 특례업종에 대한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해외를 다녀야 하는 해상운송이나 항공운송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굳이 특례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교대 근무 등의 근무표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5)
특히 국내에서 운행하는 화물운송의 경우는 근무표 조정도 필요 없이 노동시간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 물론 화물운송료가 지금보다 오르지 않으면 노동시간을 줄였을 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병원이다. 운송업 중 노선버스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한 이유가 운전자의 피로가 승객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병원 노동자는 장시간 일해도 환자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일까? 2017년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 1인당 1일 평균 연장근무시간은 82.2분이다. 이는 주당 평균 46.85시간을 근무하고 있고, 연간 평균 2,436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6년 실태조사에서는 주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비율이 10.8%에 이르렀다.
게다가 병원 노동자들은 노동시간뿐 아니라 노동강도도 높다.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위해 밥을 먹지 못하거나 물을 마시지 못한다. 왜냐하면 밥 먹을 시간과 화장실 갈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정 연장근무까지 허용한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현재의 노동 현실에서 가장 먼저 노동시간 단축 및 인력충원 수혜를 받아야 할 보건업 종사자들이 특례업종에 포함된 것은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특례업종 노동자들에게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사업주에게 부여되어, 그나마 지나친 과로를 피할 수 있게 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3) 노동시간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의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다. 2016년 현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558만 명으로 전체임금 근로자(1,990만 명)의 33%에 이른다. 즉, 전체임금 노동자의 3명 중 1명은 노동시간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소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산업재해에도 취약하다. 사실상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가장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입법자는 그 이유가 소사업장 종사자들의 규모가 크고 도처에 산재해 있어 관리 부담이 크고 사업장의 영세성 때문에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행정력을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문제가 더 시급하고, 특히 유럽의 2.5배에 이르는 자영업자 규모로 인해 ‘영업시간’ 규제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법만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예 로드맵조차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자영업자 수도 많은데다 도산과 창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구조는 큰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재편해야 한다. 생활임금조차 벌어들일 수 없는 한계기업들에 대한 인허가 규제도 필요하고, 상권 보호를 위한 제반의 행정적 조치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40시간 규제를 통해 생활임금 확보가 안 되는 소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정부가 지원책을 사용하든,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재편하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 모두가 차별 받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3. 맺으며_현재의 구조에서라도 연착륙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신속하게, 실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력충원을 위한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대상은 대기업 노동자보다 더 많이 일하고도 연장노동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다.
특히 무조건 일정 기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방송산업이나 출판업, 게임 등 프로그램 개발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마감에 맞추기 위해 집에서 일을 하거나 숨어서라도 작업을 하는 등 초과노동을 하는 경우, 그리고 수익 향상을 위해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의 경우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부는 아래와 같은 연착륙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장시간 노동기업에 대한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근로감독관 규모로는 일제조사가 불가능하므로 언론에 노출되어 문제가 된 사업장부터 우선 감독하고, 주기적으로 각 사업장이 전월 또는 분기별 노동시간을 보고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고 자료에는 노사(근로자대표) 모두가 날인하고, 이를 근거로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대해 감독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다.
둘째는 남아 있는 특례업종을 빠른 시일 내 없애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운송업과 보건업이 아직까지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미 특례가 폐지되는 업종의 경우도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규모별로 2022년 1월 1일까지 순차 적용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적용해도 결코 부담스러운 사항은 아니다.
셋째, 일부 업종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 중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이는 방송, 출판, 개발업무 등 업무가 집중되는 특정 시기가 있는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이해를 만족시켜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이러한 제도가 잘 시행되지는 않았는데, 굳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다양한 노동시간 규제 제외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적극 고려되어야 하고, 당연히 장시간 노동을 한 이후 더 노동한 시간에 대해서는 휴게시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넷째, 노동시간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보호 조항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으로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정신질환을 가져오게 된다. 현재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고 앞으로도 제도 때문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 집단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의 안전망이 작동해야 한다.
즉,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조항에 주당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건강장애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건강상 고충을 더욱 잘 듣고 고충처리를 해야 하며, 건강상 장애가 나타나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부는 이번 보호조항에서 텅 비어 있는 소기업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해 자영업 구조의 개편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1) ①노선여객자동차운송 사업을 제외한 육상운송업, ②수상운송업, ③항공운수업, ④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⑤보건업(병원)
2) 운송업(육상, 해상, 항공, 기타) 56만 명, 보건업 56만 명
3) 도소매업이나 금융, 운수‧창고‧통신업에서의 독자적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1980년에 와서다.
4) 운송업 대부분, 영상‧방송‧전기, 보건, 하수폐수 및 분뇨처리, 사회복지서비스, 도소매 등 각종 판매업, 금융 및 우편, 교육서비스 및 연구‧조사, 광고‧숙박업‧음식점 및 주점업, 청소 및 방제, 미용 등 유사서비스업 등
5) 즉, 교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승무원이 승무하면 된다. 이미 항공기 조종사의 경우 3-pilot제 등이 시행 중이다. 이는 국제기준에 따라 장거리 운행을 할 때는 두 명의 pilot이 근무하고 한 사람은 쉰다. 돌아가면서 근무하는 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