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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에만 최소 3만5천명이 고용되어 있으며 2013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18만 명으로 알려져 있는 아파트 경비 업무 종사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서는 이들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규제와 모성보호,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시간도 매우 길고 임금도 현재 최저임금의 90%만 적용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수준은 고작 월 120만원~150만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즉, 이들의 업무는 전혀 힘들지 않은 일이므로 더 오래 일하고 더 적게 받아도 된다는 얘기다. 여성노동자가 있다면 이들은 출산을 전후로 한 임신과 육아에서도 아무런 모성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안전과 보건관련 다른 노동보호 규제는 제대로 작동할까? 이들 노동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은 연령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24시간 근무체계를 가지게 되면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생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많은 보고가 존재한다. 따라서 본 조사를 통해 이들에게 안전보건상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조사는 2014년 8월~9월까지 2개월에 걸쳐 노원지역 각 아파트 단지의 경비 초소를 방문하여 설문지로 조사하였고 노원지역의 경비업무 종사자 152명이 응답에 참여하였다. 

1. 응답자 특성
응답자는 전원 남성이었고 연령 평균은 66.2세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가 60대로 나타났다. 69.7%가 국내 기준으로 ‘노인인구(만 65세 이상)’에 포함된다. 연금을 받으면서 쉬어야 할 연령에 경비 노동을 하게 된 연유는 다양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경제적 요인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다수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한계를 잘 드러내 주는 사례일 수 있다. 

2. 경비노동자의 업무
경비노동자의 업무는 감시·단속 활동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다른 종류의 일을 훨씬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연의 방범·안전점검 업무보다 더 많이 청소를 하고 있고 택배관리 업무가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경비노동자들은 사실상 감시·단속 노동자가 아니다. 

<그림> 하루 업무의 분포  
20141105_01.jpg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규모를 간단히 계산해 보면 경비노동자 1인당 약 340 명가량의 입주민을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외부 방문자를 포함하면 훨씬 대상이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3. 경비노동자 안전보건 관리
(1) 재해경험과 재해처리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보건 교육을 매월 1~2시간 받아야 하지만 이런 규정은 66%의 노동자에게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업무 중 사고로 병원이나 약국치료를 받은 경험은 약 16%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문제는 응답자의 약 70%가 본인이 치료비용을 부담했다고 답했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이다. 치료에 4일 이상이 소요되면 산업재해로 처리해야 하고 그 미만이면 사업주 비용으로 공상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위험작업 실태
경비 노동자들은 배수로 청소, 눈 치우기, 나무 가지치기 등 외부 업무를 하는 경우도 일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한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한 결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가 오는 날 작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35%, 폭설이 오는 날 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71%, 걷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부는 옥상에서 작업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8%, 영상 35도 이상(폭염경보) 여름 날 작업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41%로 나타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7조(악천후 및 강풍 시 작업 중지)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필요할 때마다 제공하도록’ 현행 규제(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4장)에 명시되어 있는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데 업무용장갑의 경우 17%가, 작업복의 경우 31%가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휴게 및 목욕시설 미흡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79조(휴게시설), 제81조(수면장소 등의 설치), 제79조의2(세척시설 등)에 따르면 경비노동자들에게는 경비실 이라는 업무공간 이외에 휴게시설, 수면장소, 세척 및 목욕시설을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70~80%의 경비 노동자들은 이런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참고로 2014년 4월말~5월초에 걸쳐 전국의 47개소 지자체 청소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휴게시설 등 제공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 휴게시설이 제공된 비율은 85%였고 목욕시설 제공률은 70%, 세탁시설 제공률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권리는 이들 청소노동자보다 더 많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4) 택배, 음식물 수거 등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이들 노동자들은 택배나 음식물 쓰레기통 관리로 하루 근무 중 25kg 이상의 중량물을 드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55%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기준은 ILO에서 중량물 한계치로 제한하고 있는 중량이다. 가능하면 하루에 한 번 드는 것도 피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산업안전보건법 24조 보건조치 중 근골격계질환 예방 사항은 하나도 지켜지고 있지 않다. 

(5) 휴게시간 미확보
경비노동자들은 하루 24시간 근무 중 통상 7시간의 7시간의 휴게시간을 공식적으로 제공받는 것으로 계약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 시간은 무급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부여되는 공식적인 휴게시간을 100% 사용하는 집단은 응답자의 15%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본인에게 제공되는 휴게시간의 68%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리자(관리소장)가 순찰등의 업무를 강요하는 경우(55%), 쉬고 있으면 주민의 불만이 커서 제대로 못 쉬는 경우(64%), 쉬고 있는데 택배나 방문객이나 취객이 찾아와 잠을 깨우는 경우(85%)로 나타나 외부인의 방문이 가장 큰 휴식 방해자로 나타났다. 

(6) 직무스트레스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힘든 직무스트레스를 찾아달라는 질문에서는 ‘임금’을 제거하면(임금은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통상 최고의 문제로 꼽는 사항이므로) ‘입주민 응대’와 ‘고용불안 문제’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고충은 바로 ‘입주민 응대’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림> 가장 힘든 업무 스트레스(1순위, 단위: %)
20141105_02.jpg  
(7) 감정노동 스트레스
입주민 응대가 가장 큰 스트레스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으로 이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면(Morris & Feldman) 모든 문항에서 높은 감정노동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입주자 감정노동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방문자까지를 포함하고 있어 불특정 다수로부터 감정노동이 노출되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림> 감정노동(Morris & Feldman, 1996) 노출수준 
20141105_03.jpg
* 주 : 중간점은 2.5점임.

다른 집단과 비교해 보면 경비노동자의 경우 우리나라 대표적인 감정노동집단으로 알려져 있는 음식숙박업 노동자, 간호사, 가가호호 가정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분야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해 볼 때도 그 수준은 비슷한 정도이거나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비교 집단  대부분이 여성노동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의 정서적 민감성이 ‘남성’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성으로만 구성된 경비 노동자의 감정노동 경험 수준은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소장(상급자)는 귀하가 고객(입주민 및 방문객)을 상대할 때 지속적으로 관찰·확인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62%가 관리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감정노동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재고용’이라는 생사여탈권을 가진 한 주체인 관리소장의 눈치를 봐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8) 폭력 피해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1년간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각각 약 40%, 10%가량 노출된 것으로 나타난다. 가해 주체는 70%수준에서 아파트 입주민과 방문객으로 나타나고 20%~25% 수준에서 상급자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수준은 다른 직종의 젊은 노동자들이 겪는 언어 및 신체 폭력 노출보다는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대체적으로 노인 집단인 경비노동자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까지 휘두르는 사례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입주민의 ‘심부름꾼’, ‘하대’, ‘인격무시’인 것으로 나타난다. 인터뷰에서 “어린 아이들조차 이것저것 시킨다”는 말이 이들의 고충을 잘 드러낸다. 

4. 어떻게 해야 하나?
(1)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업무 매뉴얼 개선
현재 드러난 바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아파트 입주민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업무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적시하고 있는 ‘감시․단속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해당사자의 참여 하에 이런 말도 되지 않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 고용노동부, 아파트 입주자 협회, 더 나아가 각 지자체에 존재하는 ‘공동주택 관리 규약’에 이들의 업무를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 지켜지지 않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강제 적용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상보험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보장, 산업안전보건교육 실시, 악천후시 위험업무 회피권 보장,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시행, 휴게시설 및 세탁․목욕시설 구비, 적절한 보호구 지급, 재해시 치료비용 지원 및 산재처리 원활한 지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향후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의 근로감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3) 감정노동 완화를 위한 조치
불안정한 고용 때문에, 기존의 관행 때문에 입주민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감정노동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은 결국 정신건강 손상의 가능성을 갖게 된다. 현재 감정노동과 관련된 법에서의 보호 조항이 없지만 지자체의 행정지침 등을 통해 아파트 주민이나 방문객들에게 홍보활동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저녁 시간(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시간에) 아파트 내 방송을 통해 ‘경비 노동자 인권’에 대한 지자체의 행정지침을 얘기하고 보호할 것을 요청하는 방송을 보낼 수도 있다. 또한 경비초소에 크게 홍보물을 부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4)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
결국 이 노동자들의 다양한 불안전, 불건강 요인은 고용안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각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대표자회의와 도급업체간 계약관계를 거쳐 경비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도급업체가 바꾸더라도 노동자는 유임하는 구조의 계약을 맺는 노력이 필요하며 가능하면 무기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속이 높아지면 근속에 따른 임금보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노력을 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인데 다양한 영역에 걸쳐 진행할 수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아파트주민대표자 회의에 요청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자체에서 ‘공동주택관리규약’에 이러한 내용을 삽입하는 것이고 더 강력한 방법은 고용노동부에서 제도화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업체가 바뀌면 파리목숨이 될 수 있지만 사실상 한편으로 업체가 바뀌어도 유임되는 경우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불필요하게 불안을 겪으면서 살아갈 이유가 없다. 

좀 더 나아가면 아파트라고 하는 공동주택은 경비 노동자 문제뿐만 아니라 관리비 등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생기는 곳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체적으로 공동주택관리를 위한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경비노동자의 업무 매뉴얼, 고용관계, 적절한 규모 등을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글 :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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