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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주환 부소장,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기획특집


1. 유통 노동자의 조직화 현황과 과제

 

“3·6·9. 2001 아울렛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3개월 계약 후 다음엔 6개월 계약, 총 9개월 이상은 근무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소모품이다.”
“3~4년을 매일 8~10시간을 휴식시간 까지도 강제반납 당하며 70~8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출근해보니 이제는 필요 없으니 오지 마라는 관리자의 말 한마디에 허탈감을 넘어 눈물이 납니다.“
최근까지 각 지역마다 대형 할인점이 급속하게 늘고 있으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주요한 장이 되어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유통 비정규 노동자의 피눈물이 있다.

 

2. 비정규·여성 중심의 유통노동자,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

 

유통노동자는 188만여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2.2%에 해당하는데 이는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산업이다. 유통산업은 비정규직 비율이 68.5%에 이르고 있는데 특히 여성노동자는 비정규직 비율이 80%에 이르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유통서비스 업종이 전체 노동자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이 한국사회의 비정규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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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유통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데 유통이 노동시간은 상대적으로 파트파임이 많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주요산업 중에 운수와 숙박 및 음식점업을 제외하고는 가장 긴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에 임금은 숙박 및 음식점업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할인점의 경쟁의 격화됨에 따라 영업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있으며 노동 강도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3. 가장 낮은 수준의 조직율, 조직화를 위한 새로운 전망을 요구


이렇게 유통산업에서 고용과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유통산업 노동자의 조직율과도 상관이 있는데 도소매업 경우에는 조직률이 4.5%로 숙박 및 음식점업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중에 고용형태별로 보면 정규직의 조직률이 10.5%인데 반해 비정규직의 조직률은 1.79%에 불과한 실정이며 성별로 보면 남성의 가입률은 5.9%인데 반해 여성의 가입률은 3.2%로 나타나고 있다. 유통산업에서 조직률이 낮은 것은 우선 절대적으로 노동조합 자체가 조직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다음으로는 노동조합은 있으되 가입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유통부문에서 조직률이 낮은 것은 우선 유통산업이 대부분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며 대규모 사업장인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경우에도 노조가 없거나 있더라도 다수를 이루는 비정규직 조직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유통산업의 노조가 현장 노동자들에게 대안이 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공장·남성·정규직·제조업 중심의 조직화를 꾀하여 온 한국의 노조운동이 유통산업의 특성과 괴리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주노총에서도 유통산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5대 전략조직화 대상으로 선정하여 조직 활동가를 배치한 상태이다. 유통산업에서의 조직화를 위하여서는 기존의 대공장·남성·정규직·제조업 중심의 조직 관행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데 먼저 유통산업 현장에 맞는 조직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한다.    

 

우선 유통은 기존의 제조업과는 다른 현장의 특성이 있다. 제조업 현장은 다수의 노동자와 소수의 관리자로 구성되어 있으나 유통은 소비자라는 또 하나의 주체가 공존한다. 지금까지 유통 자본은 현장에서 대면하는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를 내세워 통제와 노동 강도를 강화하여 온 것이다. 즉 자본은 노동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통한 간접적인 압박을 병행하였고 노동은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조직화와 투쟁을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따라서 조직화를 위하여서는 이러한 유통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노조활동의 전망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유통노동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로서 위치 지워지는 한 이러한 상황이 반전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와 다른 관계설정을 변화시킴으로서 기본적인 구도를 바꿀 필요가 있는데 소비자도 대부분 노동자이거나 그 가족들이라는 점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유통노동자와 소비자가 상품의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단순한 관계를 넘어서 노동자로서 공동의 이해에 기초한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자본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노동자를 쥐어짜지만 한편으로는 서비스 질을 왜곡함으로써 소비자를 속인다. 자본은 경쟁이 격화되면서 서비스 질을 높여야 되는데 이 부담은 대부분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물건을 파는 노동자와 물건을 사는 노동자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저가를 미끼로 적절하지 않은 상품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으로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구매를 조장한다. 따라서 유통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공동 이해관계에 기초한 연대를 통하여 자본의 이윤에 대항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동에 기초한 관계 맺기를 위하여 다양한 사업이 가능한데 판매되는 상품의 적절성에 대한 감시, 판매되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적절한 편의 제공 등의 판매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노동이 소비자와 연대하여 개입하여야 한다. 또한 대형할인점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입점업체들에 대한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데 같은 현장에 있는 자영업자와의 연대도 모색할 수 있다. 현재 통합된 이랜드일반노동조합(구 이랜드와 까르프, 이하 이랜드 노조)은 조직화를 위하여 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을 기치로 사업장 내의 비정규직 문제와 입점업체에 대한 부당한 상거래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을 지역사회에서 전개하여 많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차원의 독자적인 캠페인 활동도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단결인데 바로 전체 노동자들을 함께 가는 조직화 방안을 고민하여야 한다. 실제로 대형할인점에 가면 정규직은 20%도 되지 못하는데 대부분은 대형 업체의 직·간접 고용 비정규 노동자와 프로모터 등으로 불리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입점업체 노동자 등 비정규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기존의 유통의 노조운동의 대부분 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한 노조활동의 변화가 요구된다. 병영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유통산업은 남성이 여성에게,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심지어는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에게 혹은 입점업체 직원들에 대한 일방적인 지시와 군림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연대를 통한 노동자로서 관계 맺기로 재편되어야 한다.

 

유통에서 방치되어 있는 산업안전보건과 비정규직 조직화
위에서 언급한 이랜드일반노조는 지난 한 해 동안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여 왔는데 그 중하나가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 문제와 노동안전보건 문제였다. 이랜드 자본은 까르프 인수를 전후로 하여 현장에서 CS 강화를 시도하였고 이에 맞서 노동조합은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CS 강화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하였는데 이를 비정규직과 함께하였다. 정규직이야 CS 지적을 몇 번 받아도 결국 징계에 그치지만 비정규직은 한두 번의 지적만으로도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은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까지 함께 CS 강화에 맞섰던 것이다.
서비스 업종에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감정적 부조화가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유통노동자들은 육체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노동과정에 몰입할 것으로 강요받음으로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유통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하여서는 정신노동을 수행하는 유통의특성에 긴밀한 접근과 대안이 요구된다.
한편으로 노동조합은 이주진료단과 함께 매장에서 일하는 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연대진료를 실시하였는데 7차례에 걸친 진료결과 어깨와 상지를 중심으로 70%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유통 노동자들은 일상화 된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에도 이를 노동재해로서의 적극적으로 해결은 물론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유통노동자들의 산업안전보건을 위하여서는 노동 주체들의 변화와 조직화 노력과 함께 산안전문단체와 전문 활동가들의 역할이 요구된다.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 해있는 사회의 빈곤화의 핵심구조로서 비정규 노동의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서는 비정규직 주체의 조직화가 핵심과제가 되었다. 또한 비정규 문제는 당위적 수준의 구호를 넘어서 현장에서 조직화 노력이 구체화되어야 하는데 현장의 유통노동자들이 겪고 심각한 산안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전문단체들과 활동가들의 연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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