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노동자 안전보건
2012.03.09 01:26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강화를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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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부터 시작한 금속노조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강화 프로그램이 지난 7월 8일을 마지막으로 지역순회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 두 달 동안 8개 지역의 동지들을 만나 토론한 것을 정리하고, 2009년부터 금속노조에 소속된 작은 사업장들의 노안활동이 강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았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교육센터는 금속노조와 함께 10월 중으로 워크샵을 가질 계획이다. 워크샵에서는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강화 프로그램 운영을 보고하고 2009년 과제를 만들 것이다. 이 글은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 지부․지회가 노안담당자 임명 필요성 깨우쳐야

 

현장 동지들께서 말씀해주신 바에 따르면, 활동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리고 사업장이 영세하여 돈이 없거나 사업주가 안전보건에 너무 무지한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문제는 다음 표처럼 여러 가지가 있었다.

 

c_20081122_351_637.jpg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노동조합 활동가 육성과 활동보장은 현장의 건강권을 강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노안담당자 임명 필요성에 대한 노동조합의 미인식과 활동보장과 교육지원이 미약한 것은 소규모 사업장 내부의 노안활동 동력을 강화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별지회나 분회차원의 문제도 있으나, 금속노조 본조나 지부 차원에서 소규모 사업장에 맞는 지원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사업주의 무관심이나 무지는 노동자의 적극적 문제제기로 바뀔 수 있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이것을 노동자에게만 맡겨놓지는 않는다. 사업주의 인식과 무관심을 해소하는 것은 정부 역할로 보는 나라들이 많다. 영국은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갖고 소규모 사업장에 맞는 위험도평가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정부가 수행한다. 이 경우에는 얼마나 많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영향력을 갖느냐가 중요하며, 결국 지방노동관서의 소규모 사업장 관련 사업배치 및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방문 같은 것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클린사업장 사업이나 국고지원 사업은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우고 관리 노하우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측정검진기관에서는 작은 사업장 측정검진사업에 메리트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측정검진 비용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측정과 검진사업이 공공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측정검진기관으로서는 얼마나 많은 사업장에서 사업을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다. 이 때문에 한 사업장에 투입되는 노력은 최소화된다. 같은 방식의 측정이 반복되며, 예비조사나 보고회 같은 출장기회는 가급적 생략한다. 심하면 한 사업장에 측정시료를 걸어놓고, 또 다른 사업장으로 측정을 가는 경우도 많다. 한 명의 인력이 동시에 몇 개의 사업장을 측정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만약 노동조합에서 제대로 된 측정을 요구하면 측정검진기관에서는 그 사업장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개별 지회의 노력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뜻이다.

 

 c_20081122_351_636.jpg

 

# 소규모 사업장에 맞는 노안활동 강화 프로그램 필요

 

그간 8개 지부의 현장 동지들과 토론하면서 어느 정도 개선과제를 도출할 수 있었다. 핵심적 개선과제는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안 활동시간 확보와 실질적 활동보장, 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체계 및 지원체계 구축, 그리고 가능한 수준의 공동사업을 통한 안전보건서비스 질 개선 등이다.

 

일단, 활동보장과 관련하여서는 실현 가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2008년 금속노조 산별중앙협약에서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담당자들의 활동시간이 공식적으로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산업재해 예방】 회사는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 건강 및 생명을 보호하고, 가치 있는 노동자의 삶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실시한다. (중략) 2) 노측 안전보건 담당자 1인(명예산업안전감독관 또는 노동안전부장)에 대하여 인정하는 월별 유급 재해예방활동은 100인 이하 16시간, 200인 이하 20시간, 300인 이하 24시간, 500인 미만  30시간, 500인 이상 사업장은 34시간으로 한다.

 

이제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담당자에게는 월 16시간의 활동시간이 확보되었다. 이 활동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 건강권 확보수준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관행대로라면 바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금속노조의 모든 소규모 지회에서 중앙교섭에서 확보한 16시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의심된다. 각 지회 임원들에게 16시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시키고, 임원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16시간 활동이 실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다. 16시간 활동을 따냈지만, 구체적으로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월 16시간, 즉 월 2일, 그러니까 1년 24일의 활동이 보장된 셈이다. 24일 중에서 역량강화 교육은 며칠, 지역노안담당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며칠(월 1회 4시간을 지역 노안담당자 회의로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안전점검은 며칠, 작업환경측정과 건강검진 준비는 며칠 등 구체적으로 24일을 잘 쓰기 위한 방안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특히 실질적 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안전점검 경험이 많은 대규모 사업장 노안활동가들이 100인 이하 지회에 가서 직접 현장 안점점검을 보여주면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같은 생생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금속노조와 워크샵을 하면서 24일의 활동시간을 잘 사용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지역 공동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공동검진이나 공동측정, 공동교육 등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잡아서 추진해야 한다. 작은 사업장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함께 진단해보고, 그 속에서 측정사업이나 검진사업을 공동으로 배치하거나, 조합원 교육을 공동으로 기획하여 추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8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최소한 100인 이하 사업장들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추진하여 기본 정보를 확보하고, 사업장을 순회 점검하여 유해물질이나 위험요인을 진단한 후, 공동 측정요구안이나 공동 검진요구안, 공동 교육요구안 같은 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함께 사업을 하는 과정 자체가 노안활동가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서로 의지하며 배우는 과정이 될 것은 분명하다.

 

세 번째로, 이제는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지원체계 구축을 고민해볼 때이다. 영국은 수십 년간 노안활동을 해온 활동가들이 있다. 이들은 그간의 경험을 살려서 지역순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작은 사업장에게 실질적인 활동지원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험 많은 노안활동가들이 지회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지역활동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처럼 전문노안활동가 과정을 만들어 인증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2009년에 당장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금속노조가 노안활동가 인력풀을 넓혀나가고 노안활동가들이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비전과 활동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소중한 시도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교육센터는 영국의 전문활동가 과정 등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활동가 훈련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할 것이다.

 

# 변화냐 아니냐는 선택만 남았다

 

오늘 우리 활동이 어제 하던 것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100인 이하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발견한 문제는 그간 몰랐던 것이 아니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오늘 우리가 그러한 문제에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냐 아니냐 하는 선택만이 남은 상황이다. 100인 이하 사업장 동지들과 지난 몇 달간 함께 나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가봅시다.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할 일을 알게 되었다면 한 번 해봅시다. 그리고 나서 안 되면 무엇이 안 되었는지, 잘 되었으면 무엇이 잘되었는지 평가해보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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