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나온 두번째 과로사 판례집입니다.
발간사
과로사 !
아직 사회적으로 그 단어가 익숙하지 않던 1993년 ‘과로사 상담센터’가 개설되었다.
1960년대 이후 고도 성장 정책속에서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도 성장을 이룩하였으나 그 뒤에 희생된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산업 재해 왕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에 충분했다.
위 상담 센터가 개설된 배경에는 이같은 엄청난 산업 재해속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하여 노력하여 온 ‘노동과 건강 연구회’가 날로 심각해져 가는 과로사 문제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구제 및 예방을 위하여 상담소를 개설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 언론 매체를 통하여 과로사의 심각성이 홍보되면서 과로사라는 단어가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었고 이제는 누구에게나 아주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과로와 스트레스 !
이것이 과로사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어찌 산업 현장 또는 조직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랴. 더구나 요즘은 계속되는 불경기로 감원과 명퇴의 압력에 시달리는 상황이 아닌가? 졸지에 생계의 바탕이었던 직장을 잃게되는 두려움, 감원 대상에서 빠져 나오려 신기술과 신지식 습득에 아침저녁으로 학원문을 두드려야 하는 피곤함, 그리고 최근에는 IMF의 한파속에서 정리해고를 거부할 수 없는 참담함, 이 모든 것이 과로와 스트레스의 원인이 아닌가?
바야흐로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 과로사를 당하는 사람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로사란 ‘격무,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기존 질병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어 사망 또는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는 등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바,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과로사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왕성하게 일하던 40대 중견 사원이 갑자기 과로로 사망하였다면, 그 순간 행복하던 가정은 어머니가 파출부로, 아이들은 시간제 위탁 시설로 보내져야 하고, 회사는 경험 많고 유능한 사원을 잃었으니 자리 메움을 하기까지 업무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통계적으로 과로사가 40대 장년층에 집중되는 것은 연령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일 할 나이이고, 가계의 입장에서도 가장 경제적 비용이 많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 파장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이 책은 이같은 과로와 스트레스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의 목표는 오히려 과로사를 당한 사람들의 권리 구제를 1차적인 목표로 하면서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언을 하고자 쓰여진 것이다. 과로사도 업무상 재해이니만큼 일반 사고성 재해등과 같이 마땅히 산업 재해로 보호되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사고성 재해와 달리 이를 인정받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보통이어서 96년도네 발간된 1차 자료집의 판례소개 형태를 보완하여 과로사의 사례와 구제 절차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동안 위 상담 센터에서 과로사에 대한 상담 업무를 하여 오면서 이 책의 원고까지 집필하여 주신 과로사 상담센터의 김진국 변호사님, 강승화 노무사님, 박상규 노무사님, 방상진 노무사님, 신명근 노무사님 그리고 실무를 맡아 온 이복임님, 조연주 간사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든 노동자들이 보다 더 과로사와 그 예방에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며, 이 조그만 책이 그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영원히 추방되어 모든 국민이 하나로 어우러져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