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검진제도에대해다시논의해야한다(2007).pdf | 원본보기 | 내려받기 ]

이 글은  2007년 12월 일과건강에 실린 것입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선생님께서 2007년 부실특검을 바라보며 노동자의 입장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특검제도 개선요구한 지 10년, 2007년에 질적 변화 있었나?
노동계, 현장이 원하는 요구안 만드는 작업 필요

원진연구소 산업의학전문의 임상혁
일과건강, 2007년 12월호

2007년 노동자 건강과 관련하여 일어난 많은 사건 중 가장 큰 사건 중 하나가 특수건강진단이었다. 2006년 특수건강진단의 부실로 중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하다가 발생한 DMF 중독 사망을 계기로 노동부는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에 일제점검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부실기관으로 확인된 96개 기관(80%)에 대해 지정취소 및 업무정지 처분을 하였다. 지정취소 3개소, 업무정지 93개소(3월 이상 48개소, 3월 미만 45개소), 시정조치 이하 24개소였다. 과거 김병원의 특수건강검진 조작사건 때에도 이러한 점검은 없었으며, 특수건강진단제도가 만들어진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제점검이었다.

노동부의 특수건강진단기관 일제점검의 결과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다수의 특수건강진단기관이 무자격자(의사 및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를 고용하여 건강검진을 할 뿐 아니라, 검사방법도 무시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검진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 사업주의 눈치를 보면서 직업병 유소견자를 일반질병 유소견자로 둔갑시키는 등 기관의 양심을 팔아 영업행위를 하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일부 기관은 노동자 건강을 위한 특수건강검진은 돈이 되는 일반검진을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검진비용을 할인해주는 이른바 ‘덤핑’ 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어 문제가 너무도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노동계가 꾸준히 제기해 왔던 사업주와 측정기관의 유착관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한마디로 특수건강진단제도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보다는 병원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하였으며, 사업주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전시행사로 전락해버렸음을 보여 주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특수검진을 거부하는 동시에, 민주노총은 지난 4월 26일에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에 ‘투명검진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공문으로 요구하였다. 이 확약서는 특수검진기관이 건강검진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다짐하는 서약서로 거의 모든 검진기관이 이 서약서에 서명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 연맹과 지역 본부에서도 사업주에게 올바른 검진을 요구하였고, 지역별 검진기관과 간담회를 갖는 등 검진기관과 사업주를 압박하였다. 또한 민주노총은 전문가들과 논의하여 민주노총 건강검진안을 만들고, 토론회를 통해 노동자 특수건강검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주노총의 대안을 설명하였다. 민주노총의 특검 대안은 다음과 같다.

1) 검진기관 선택권을 노동자집단에게 주어야 한다
현재의 건강검진 체계는 노동자라는 산업보건서비스의 실수요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업주 일방으로 주어진다거나, 사업주와의 합의하에 선택되는 점에서 그 유용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원리로 사업주의 구매력에 좌우되는 검진기관과 사업주의 관계를 끊는 가장 중요한 방안은 검진기관의 선택권이 실수요자인 노동자집단에 있어야 한다. 물론 노동자집단의 선택권은 공공적인 방식으로 규제된 산업보건 서비스기관의 서비스 제공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형태로 노동조합의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2) 사업장에 필요한 특수검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검진 전 작업환경 측정 결과나 과거 검진 자료 등을 통해 검진집단의 특성과 배경을 파악하여,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제시할 수 있는 적절한 검진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① 검진 전 예비조사 및 검진 계획서의 의무화
현 체제의 건강검진은 작업환경측정에서의 폭로 정도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폭로가 있는 유해부서에서 일하는 경우 시행하므로, 문제를 일으킨 원인의 조사와 분석을 병행할 수 있는 체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장의 건강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예비조사와 측정 자료 등의 여러 관련 문헌 등을 참조하여 검진기관이 사업장에 맞는 검진 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사업장에서는 실제 노동자의 건강상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검진기관에게 검진을 요구하여야 한다.

② 검진 내용 및 방법, 주기 결정 등 노동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건강평가제도 신설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노동자 개인의 직업병 확진 제도 신설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행의 검진처럼 유해 환경 정도와 상관없이 검진 내용, 방법, 주기가 정해진 수혜적 검진이 아니라, 사업장 문제를 발굴하는 검진이 되어야 한다. 검진의 내용, 방법, 주기 등이 사업장의 문제를 통해 정해져야 하며, 훨씬 다양한 건강 문제에 훨씬 다양한 평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즉 사업장별로 문제가 되는 건강 문제별로 맞춤형 평가를 실시할 수 있을 특수검진이 되어야 한다. 사업장에서 피부질환 문제가 있으면 피부질환 검진을, 뇌심혈관계질환의 문제가 있으면 뇌심혈관계질환의 검진을 시행하면 된다.

또한 직업병 진단 체계는 증상이 없을 때 집단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초기 증상이 있을 때 개별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여 직업병이 조기에 진단되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3) 특검으로 사업장의 문제점과 함께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검진결과의 수집과 평가가 필요하며, 그에 따른 교육, 환경개선 등을 포함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일회적이고 단면적인 직업병의 유병율 자료는 그 기능을 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내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① 검진기관의 검진 후 검진결과 보고서 작성 및 설명회 의무화
기존의 특수검진이 개별 노동자를 대상으로 결과를 개별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장 전체에서 검진결과에서 나타나는 주요 건강 문제는 무엇이고, 어느 부서가 유해하고, 그 유해의 크기는 어느 정도 인지를 알 수 있는 보고서 제출과 결과 설명회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업장에서 시행되어야 할 검진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② 사후관리 내용에 작업환경개선 내용 첨가
현행 사후관리 내용에는 작업환경 개선 내용이 없다. 즉 의학적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경우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작업환경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필요하다. 발견된 문제점이 해결될 수 없는 기존의 경우에는 개인에게 적절한 의료혜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업체나 동료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④ 안전공단의 감시기능 강화와 현장 개선 강화
현재 산업안전공단과 같은 기관에서 전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산업보건상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산업안전공단 산하의 지도원 등을 통하여 찾아진 문제점을 예방조처와 연결시킬 수 있는 체제가 바람직할 것이다.

4) 취약계층인 불안정 노동자의 건강권 및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
건설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감시하고 개선하려면 기존의 사업장 중심의 접근으로는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다룰 수 없다. 
업종과 지역을 동시에 고려하여 정부 주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불방식은 제3자 지불방식을 통하여 어떤 사업장에 있더라도 모든 노동자가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검진 결과는 사업주에게 통보하는 것을 배제하고, 개별노동자와 정부기관에 전달되어, 문제가 있는 사업장은 정부기관이 실질적 예방활동과 노동자 보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단기 고용 노동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 확충과 모기업의 연대책임 강화 등 포괄하는 방안 역시 모색되어야 한다. 노동자 선택권이 보장되기 힘든 경우라면 민간검진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특수검진을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5) 검진기관의 질관리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번에 실시된 노동부의 일제점검은 단지 기술적인 점검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기술적 점검도 필요하지만 검진기관이 특수검진 원칙에 맞는 검진이 되었는지, 그리고 앞서 기술된 검진 과정이 타당성을 가지고 진행되었는지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질관리는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검진기관의 점검이 어려울 경우 무작위로 검진기관을 선택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검진기관 점검에 노동자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민주노총의 특수검진 대안은 기존 특수검진의 목적인 직업병 조기발견은 잘못된 목적으로 판단하고, 특수검진의 목적을 건강상의 문제 크기와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 예방과 연계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였고, 사업주와 검진기관의 비리를 근절하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 참여를 요구하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 이후 특수검진제도는 어떤 절차로 어떻게 개선되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민주노총 요구안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특수검진제도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부는 특수검진제도개선TF를 꾸렸으며, 산업의학회에 제 3자 지불방식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나름대로 개선안 마련에 노력을 하였지만 아쉽게도 노동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수건짐제도의 목적을 직업병의 예방과 감시에 두자는 노동계 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채 이미 그 유용성이 없다고 증명된 직업병의 조기발견을 강화하는 방안(표적장기검진)으로 특수검진을 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와 검진기관의 유착관계를 끊기 위해 필요한 노동자의 검진기관 선택권과 참여권 역시 논의되지 않은 채 유용성이 떨어져 노동계에서 도입을 반대한 검진 비용 제3자 지불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제3자 지불방식이란 검진비용을 산재보험 재정에서 제 3자(근로복지공단 또는 안전공단)를 통해 검진기관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를 도입하면 비용을 사업주로부터 받지 않기 때문에 검진기관이 소신껏 검진을 할 수 있다고 검진기관과 전문가들이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검진기관 선택권이 사업주에게 있는 한 제3자 지불방식 도입만으로 사업주와 검진기관의 유착관계는 절대로 단절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수검진제도 개선 요구가 나온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0년이 흘렀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 10년이란 시간동안 우리의 검진제도는 양적으로만 변화한 채 특검제도의 문제를 바르게 개선하려는 질적인 변화는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참으로 답답하고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특수검진제도의 진정한 개선을 막는가? 왜 민주노총 요구안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논의조차 안 되는가?

혹자는 비대해진 검진기관의 힘에 때문에, 이익 때문에 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각도로 이야기하고 싶다. 특수검진제도 개선이 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노동계의 요구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훌륭하게 작성된 민주노총 요구안은 실은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아니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연맹의 상근 활동가 중 민주노총 요구안을 이해하는 활동가가 몇이나 될까? 각 사업장의 안전보건 현장 활동가 중 민주노총 요구를 검진기관에게 또는 사업주에게 한 활동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민주노총 요구안이 활동가에게 이해되고 현장에서 요구될 때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되는 것이다.

특수검진제도의 논의는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문제가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이며, 어떤 실천을 하여야 하는지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문제가 나타나면 대응하는 일회적 대안이 아니라, 끈질기게 요구하고 현장에서 실천되는 요구안으로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

자료실

일과건강 및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제공하는 자료 공간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수
16 건강검진 노동자 건강검진 자료를 읽는 법 2 2012.04.01 11708
15 건강검진 [정보] 상식과무기7. 천식을 진단하는 설문지 file 2012.04.01 12852
14 건강검진 [정보] 상식과무기6. 우울증 점검을 위한 설문지 5 file 2012.04.01 11960
13 건강검진 [정보] 상식과무기5. 피로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 2 file 2012.04.01 10733
12 건강검진 [정보] 상식과무기4. 고온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 45 file 2012.04.01 12804
11 건강검진 [정보] 상식과무기3. 담배와 폐암, 그 인과관계 51 file 2012.04.01 11087
10 건강검진 [정보] 상식과무기2.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음식 ... file 2012.04.01 8915
9 건강검진 [정보] 상식과무기1. 간염검사를 왜 어떠한 경우에 실시하는... 38 file 2012.04.01 10563
8 건강검진 [교육] 2007년 교육센터 기획교육 자료집 2 file 2012.04.01 9411
7 건강검진 [교육] 2006년 교육센터 기획교육자료 2012.04.01 9189
6 건강검진 [정보] 2007년 뜨거웠던 투쟁, 부실특수건강검진의 문제와 민... 2 2012.04.01 10721
» 건강검진 [정보] 특수건강검진, 제대로 바꿔내자 46 2012.04.01 22075
4 건강검진 [정보] 건강검진, 비싼 게 좋은 건가요? 1 2012.04.01 9853
3 건강검진 [정보] 건강검진 실시기준(노동부) 4 2012.04.01 13278
2 건강검진 [정보] 건강검진관련 노동법 상식 5 2012.04.01 16909
1 건강검진 [정보] 건강검진관련 노동법 상식 3 2012.04.01 14509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