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7월 2일 꽃다운 어린 소년 문송면이 15세의 나이로 수은에 중독되어 사망하였습니다. 곧이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국내 역사상 최대의 직업병 사건인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 사건이 사회에 알려졌습니다. 문송면의 죽음은 당시 진보지식인 진영에 엄청난 충격과 자성의 목소리를 불러 일으켰고 10년에 걸친 원진레이온 노동자의 대규모 투쟁은 우리나라 산업보건 역사를 크게 뒤흔드는 사건으로 자리매김 되었습니다.
당시 노동계의 투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사망 이후 또 한 번의 투쟁을 통해 28년만에 산안법이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정 산안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 지탄받고 있으며 하위법령에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보호범위는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작업 중지 명령의 경우 더 후퇴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공약이었던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투쟁 속에서 진일보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멉니다. 이를 위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인식하며 새로운 미래를 이어갈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송면 사망일에 즈음하여 진행되는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에 참여하시어 진심으로 추모하고 이후 함께 나아가야 할 과제를 모아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