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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2008년 한 해 동안 금속노조와 함께 소규모 사업장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전국에서 8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지역별 훈련을 실시하였지만, 하루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마름만 커졌다. 금속노조 내부에서도 이 사업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2008년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을 통하여 100인 이하 사업장 안전보건활동가에게 월 16시간의 활동시간을 보장하기로 합의되었다. 그러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월 16시간이면 월 2일이 보장되는 셈이다. 하루는 현장순회를 하더라도, 하루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장 활동가일수록 교육 필요성은 더욱 컸다.

그래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2008년 말 소규모사업장 노안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을 마치는 워크샵을 통해 1년짜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자고 금속노조에게 제안한 바 있다. 한 달에 한 번만 100인 이하 사업장의 안전보건담당자들이 공장 밖으로 나와서 훈련을 받고 돌아가고, 자신이 배운 것을 실천해보고 다시 만나서 평가해보는 지속적인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이 실제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1년에 1만명을 훈련한다는 영국에서조차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활동가는 교육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상근자가 아니라서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내가 교육을 받는다고 빠져버리면 같은 부서의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고 그것이 미안해서 차마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안전보건담당자의 교육이 법에 의해 유급교육으로 출장비까지 지급되는데도 이런 상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오죽할까. 금속노조에게 제안은 하였으되, 진짜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멋지게 판을 벌여준다면 나도 멋지게 일을 해봐야지 하는 기대도 하면서 말이다. 금속노조니까!!!

아니나 다를까 원래 3월에 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은 차질이 발생하였다. 금속노조 노안실의 박세민 국장으로부터 조직이 힘들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예상했던 일이었으므로, 적은 숫자로 조직되더라도 밀어붙여보자고 답을 주었다. 이윽고 대전충남 이북과 이남을 나누어서 각 10명씩 교육을 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금속산업에는 100인 이하 사업장이 약 50 %가 넘는다.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서도 40 %가 넘는다. 약 80명은 조직되어야 하는데, 20명 밖에 조직이 안된 것이다. 하지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7개월 동안 빠지지 않고 나올 사람들만 조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1년에 20명이 제대로 훈련을 받을 수 있다면, 3년만 해도 60명이 될 것 아닌가. 오히려 길게보면 나쁠 것도 없다. 이런 마음이었다. 



표> 7개월간의 교육프로그램 

회차

활동내용

3월

- 지회/분회 조합원의 안전보건 요구를 이해하기 위한 설문지 작성방법, 분석 방법교육

- 각 지회/분회의 위험지도 그리기 실습

- 지회별 설문 조사와 분석 추진

4월

- 설문조사 및 분석과정 고충 수렴 및 해결 방안 토의

- 설문조사 결과와 위험지도의 비교 검토

- 조합원 면담, 토론 진행 방식 노하우 배우기

- 조합원 면담, 토론 등 진행

- 설문조사 미 진행 분석 사업장 조사와 분석 마무리

5월

- 현장안전진단의 중요성과 방법 교육/

-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의 이해

"현장의 고수에게 배운다 1" 경험 많은 노안활동가를 초빙 사업장을 정해, 현장안전진단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

- 현장안전진단과 조합원 면담 등 현장순회를 통한 문제 정리

- 회사에 대한 개선요구 정립

6월

- 안전진단 활동 결과 발표/ - 지역별 설문조사 결과 발표

- 설문조사 및 안전진단 결과와 의미에 따른 지회 및 지역 공동사업 내용과 계획 마련

- 지회 및 지역 실천 조직

7월

- 지역 공동사업의 필요성 교육

- 지역공동사업의 목표/ 방향/ 내용에 대한 토론 및 확정

- 공동사업 준비

8월

- 지역 공동사업 추진에 필요한 실무교육

- 지역 공동사업 점검 및 지원 요구 사항 토의

- 지역 공동사업 추진

9월

- 지역공동사업 애로사항 및 과제 토의

- 활동가 양성 사업 마무리와 평가




3월 25일 오전 10시 충남 아산의 엠시트 지회에서 대전충남 이북의 활동가들이 모였다. 현장에서 오신 분들은 딱 10명이었다. 먼저 학습의 중요성을 공유한 다음에, 현장의 위험지도를 그리는 법을 설명하였다. 오후에는 위험지도를 직접 그리는 실습에 들어갔고, 설문지 작성법을 공부했다. 강의는 두시간 남짓 걸렸고, 나머지 시간은 실습과 토론에 쏟아부었다. 오후 4시 30분에 평가에 들어갔다. 아, 평가는 진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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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시트 현장에서 도면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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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온 도면을 보고 조를 편성해서 발표용 위험지도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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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 발표를 통해서 현장의 위험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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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위험지도





그리고 3월 27일 민주노총 부산본부에는 대전충남 이남권의 활동가 20명이 모였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충남에서 진행한 것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다만, 지난 번에는 엠시트라는 회사에서 모였었는데, 이번에는 교육장소가 부산민주노총 사무실이다. “부산지역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상근하는 동지들의 안전보건 위험요인을 진단해봅시다”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이내 20명의 활동가들은 부산지역 본부 사무실의 근골격계문제, 환경문제, 안전문제 등을 골고루 찾아내어 지도에 그려넣고 있었다. 교육인원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조금 늦게 끝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투덜대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이후 교육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주었다. 이렇게 졸지 않은 교육은 없었다면서 말이다. 당연하지, 졸 틈을 주지 않고 계속 토론하고 실습을 했으니 졸수가 없었겠지. 일단 성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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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가 아픈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몸지도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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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평가하면 뭐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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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많은 문제들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사무실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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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실습, 우리는 서로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4월에 다시 모인다. 이 때까지 자신의 사업장에 돌아가서 설문조사도 하고 위험지도를 그려서 가져오는 것이 숙제이다.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이 숙제를 해올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한명이라도 숙제를 해올 수 있다면, 그 동지의 작품을 통해 다른 동지들이 자극을 받게 될 것이며, 다음번에는 더 잘해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 이번 교육의 핵심모토이다. 노동자는 서로에게서 배운다. 그럴 수 있는 동기만 유발하고 자리만 깔면 교육은 서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살아있는 학습을 통해서 우리는 현장의 안전보건 활동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2009년, 올 한해도 무척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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