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1일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칼럼 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매일노동뉴스에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지난 22일 고용노동부는 건설재해 취약현장에 대한 기술지도 및 점검·교육을 지원하고 대형사고 발생현장에 대해 제재 강화 등 공사의 계획·설계 단계부터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건설업 안전보건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중대재해 발생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강화하고 ‘건설안전지킴이’를 활용한 순찰활동 강화, 발주자의 참여를 통한 사후관리, 원·하청 상생협력프로그램 시행, 건설현장 질병 예방을 위한 특수건강검진지원 및 3대 실천운동(가볍게/줄여서/없애기)과 2011년부터 시행되는 건설현장 기초안전교육 이수제 등 그동안 노동계의 요구사항도 일부 반영 되는 등 나름은 고무적인 대책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자율안전은 건설노동자 생명을 시장에 떠넘기는 것


그러나 발표 내용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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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건설연맹




첫째, 사업주가 자율안전컨설팅을 받을 경우와 원·하청업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시행할 경우 정부 차원의 ‘점검을 면제’ 하는 것은 그동안 국회 차원에서도 자율안전점검 제도 문제점이 제기 된바가 있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조차도 대표성 선임 방법 등 절차적인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산재 은폐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건설자본에게 ‘자율’을 빙자한 ‘안전’까지도 ‘시장’에 떠넘기는 위험한 발상이다.


둘째, 건설노동자 건강관리를 위해 교육자료 홍보와 실천운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10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줄여 신체적 피로가 증가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주 40시간 전면시행은 건설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또 “건설업 특성상….” 운운하며 넘어갈 것인가?


셋째, 산업차원의 ‘기초안전보건 교육이수제’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시행했는데 강사들의 현장전문성이 떨어지고 교육(4시간)을 받고나자 일당에서 공제해 버리는 현장들이 발생했다. 좋다고 시행한 정책이 현장에서는 불만과 거부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건설노동자의 눈으로 보는 정책철학의 부재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넷째,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발주자, 근로감독관, 공단전문가, 감리자 및 현장소장 등이 참여하는 ‘지역별 안전보건협의체’ 구성 계획에 노동계는 철저히 배격되었다는 점이다. ‘구상과 실행’이 철저히 분리된 정책은 성과를 내는 것은 고사하고 잦은 규제를 위한 규제만 남발할 뿐이고 현장 노동자들을 더 한층 피곤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


산재 일으키는 원인부터 줄여야


완만하게 줄어들던 산업재해가 외환위기 이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정체돼 있다. 전체 산업재해에서 매년 700명 가까이 사망하는 건설업 산업재해가 약 24%를 차지하고 있고 5조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현장에 만연된 불법 다단계하도급과 빨리빨리 몰아치기, 최저가 낙찰제, 장시간 중노동, 사업주 처벌 강화 등 산재를 일으키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고용노동부의 ‘건설업 안전보건개선 종합대책’은 실효성을 담보 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각계 전문가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동활동가들의 노하우를 수렴하는 등 면밀한 보완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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