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8 15:40
이 기사의 필자는 전국건설노동조합 박종국 노동안전보건 국장입니다. 최근 건설현장 산재사망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는 '전문 신호수'만 배치되었어도 예방될 수 있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건설노조 박종국 국장이 전문신호수 배치 필요성을 주장한 글을 보내셨습니다.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박종국
# 실천없는 노동부의 당찬 포부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는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는 659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이 사망하였다. 산업재해 중 대부분이 추락, 전도, 협착, 낙하, 비래 등 후진국형 사고에 집중되었다는 점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광우병보다도 더 심각한 산업재해가 사회문제로 고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자기 몸뚱이는 자기가 돌봐야지, 남의 호주머니 돈 먹기가 쉽겠나!”하는 자기 체념적 온정문화가 팽배해 있다. 정부와 건설자본은 ‘안전 불감증’을 사고 원인으로 핑계 대는 것이 단골메뉴가 되었다.
최악의 경제 한파 속에 지난해에도 재해자는 전년대비 6% 증가한 9만 5천806명을 기록했다. 노동부는 지난 1월 28일 “사고성 재해 위험사업장을 집중관리하고 올 한해 1천 955억 8천만원을 투입하여 올해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2월 11일자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국장 인터뷰).
▲ 사고가 발생한 동대문 재개발 현장. 지난 5월 30일, 타워크레인으로 인양하던 자재가 떨어지면서 건설노동자 1명이 산재사망하였다. ⓒ 이현정
# 자재 추락으로 건설노동자 1명 사망
그러나 최근 판교, 화성 붕괴사고 등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건설현장 중대재해를 보면 노동부의 당찬 포부를 무색케 한다. 지난 5월 30일 오전 8시경 서울 동대문구 재개발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으로 자재를 인양하던 중 신호수가 묶어놓은 자재가 20M상공에서 추락하여 건설노동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현장 신호수 역할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사례이다.
건설현장에서는 건설 중장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건설기계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같은 중장비는 유해위험기구로 사용 전에 안전관리자가 입회하고 현장에 전문신호수를 배치해야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결국 각종 전복사고, 협착사고로 단순한 재래형 사고들이 중재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5월 30일 사고도, 일주 전 일어난 구로동 타워크레인 전복사고가 그랬다.
노동조합은 지난 몇 년 동안 건설현장 전문신호수 육성을 주장하여 왔다. 그런데 공사자체가 다단계하도급으로 시행되다 보니 안전관리 책임주체가 불분명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종합건설회사 안전관리자들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 강행되는 공기단축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교육기관에서 일정정도 신호수 교육을 이수한 자로 하여금 신호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일반화 되어 있는 제도이다. 전문신호수가 배치되어 제대로 역할만 해도 사고의 상당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 5월 24일 구로동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이 사고로 건설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 건설노조
# 건설 중장비 사용 현장에 전문교육 이수한 신호수 배치해야
건설현장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래형 사고에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많은 재해를 예방 할 수 있다. 법(산업안전보건법 제19조)으로 보장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사협의체’만이라도 잘 운영되길 기대하지만 노동자들의 참여는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다.
지난 2008년 6월 29일, 서울 강남코엑스에서 안전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세계 각국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다짐인 노사정 서울선언서를 채택하였다. 선언서 채택으로 정부는 ∇ILO 산업안전보건 증진체계에 관한 협약(2006년) 제187호와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약의 우선 비준을 위해 노력하고 ∇국가 안전보건 예방문화의 조성 및 향상을 위해 힘을 기울이며 ∇강력하고 효과적인 근로감독제도 등 적절한 안전보건 기준을 집행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선언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전에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