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윤씨의 억울한 사연

2012.03.10 16:08

조회 수:13830

11월 4일, 국회의사당에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나서는 길이었다.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유병윤씨를 만난 것은. "은폐 40년 산재보험"이라는 피켓이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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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윤씨는 한쪽 팔을 손목 위부터 거의 못쓰는 상황이었다. 산재 장애등급 6급으로 큰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그를 괴롭게 만든 것은 못쓰게 된 팔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무성의함과 자신의 무식함이었다.

 

유병윤씨가 8개월째, 과천과 여의도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저는 2003년 1월 30일 병원(치료를) 종결하고, 근로복지공단 보상부에 가 상담원께서 일시불 받겠습니까? 연금으로 받겠습니까? 질문한 바 일시불로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일시불이면 '평균임금 × 737일', 연금이면 '평균임금 × 164일'이라고 왜 정보공개 안내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고, 사원교육 때 정보공개 안내 못하게 교육을 그렇게 받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상담원께서는 (저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였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였다면 제가 계산을 했어야 하는데, 저는 계산한 적이 없습니다. 2003년 2, 3월 경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근로복지공단 보상자료 서류를 해오라 하여 연금전환을 이야기 한 바 안된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정보공개 안내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합니다. 저같이 무지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하략)" - 2004년 1월 29일 유병윤씨가 제출한 『이의신청서』에서

 

유병윤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일시금과 연금의 차이를 설명받지 못했고, 일시금으로 신청한다며 도장을 찍어주었다는 것이다. 일시금과 연금의 금액 차이는 엄청났다. 유병윤씨는 산재를 당하고, 치료를 받은 다음에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재활을 시도했다. 컴퓨터도 배워봤으며 인터넷 검색 대회에도 응모했었다. 부지런한 노동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도 억울하게 손해를 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모든 일을 그만두고 시위에 나섰다.

 

과연, 우리나라의 노동자 중에서 산재를 당하고, 장애등급을 받으면 연금이 좋은지 일시불이 좋은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노동자가 모르는 것 때문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역할이 아닐까?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공문을 통해 이렇게 답이 왔다고 한다.

 

"귀하가 제출한 이의신청서의 내용을 검토, 확인한 바, 귀하는 2003년 1월 30일 치료종결하여 장해등급 준용 6급 장해판정을 받아 우리지사에서는 귀하에게 장해급여 일시금 및 연금제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였고, 2003년 2월 28일 장해급여일시금(연금)확인서에 본인이 우리지사에 내사하여 수령방법을 일시금으로 지급해달라는 확인설르 자필로 작성하였는 바, 본인의 의사에 의해 일시금으로 지급하였으므로 일시금에서 연금으로 전환은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 2004년 2월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 고양센터의 답신 공문

 

법적으로 유병윤씨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입술이 말라가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국회앞 낯선 행인들에게 설명하는 유병윤씨의 억울함이 해결될 수 있을까? 노동자들이 자신의 무지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서며, 참으로 맞는 말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은폐 40년 산재보험". 산재보험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지만, 정말로 노동자들 편에 서 본 적이 있었던가. 노동자를 위한 기관이 노동자에게 등을 지고 있으니, 그 역사를 은폐의 역사라고 보는 것이 절대 과장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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