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0 16:02
38일차 파업중인 코오롱에서 일과를 마치고 드디어 욕심나던 주제를 정리해 보았다. 2/4 분기 산재통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결론은... 교통사고보다, 화재사고보다 산재사고는 훨씬 사람을 많이 죽이더라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7월 27일 “올들어 산업재해 감소세 주목”이라는 기사를 다루었다(위 그림). 7월 26일에 노동부에서 2/4분기 산재통계자료를 발표한 것에 대해 빠르게 분석한 것이다. 물론, 매일노동뉴스에서는 여전히 사망사고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교육센터는 굳이 2/4분기 산재통계 자료를 즐겁게 볼 수 없는 이유를 달고자 한다.
통계자료를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 통계는 믿을 만한 것일까?
이 상황을 좋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정부 정책이 성공한다고 보아야 하는가?
통계가 믿을 만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낼 욕심이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이 상황이 긍정적인 것인지에 대해 주로 얘기해보자. 그러려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고는 어떤 수준인지 궁금해졌다. 통계청에 들어가니 2002년까지 사고별로 통계를 다운 받아 분석할 수 있었다. 산업재해와 교통사고와 화재사고의 경우 발생건수와 피해자, 사망자를 구분해서 제시해주고 있었다. 그림으로 100건당 사망자수를 비교했다. 헉.... 산업재해는 교통사고보다 화재보다 건수 당 사망자수가 더 높았다.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표를 그려보았다. 음... 화재와 교통사고와 산업재해는 발생의 증가나 감소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화재의 경우 인구의 증가, 도시의 발달, 범죄의 증가에 의해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갖는다. 그래서 정부는 범죄에 대한 단속, 신속한 대처를 위한 조건의 확보 등을 통하여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교통사고 역시 차량의 증가 등에 의해 점차 건수가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규제와 기술을 정책적으로 도입하여 사고를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시행되고 있다. 안전벨트를 강제로 착용하도록 한 것이나, 정지선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 등이 그러한 정책의 일부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건수당 사망자수는 1970년대 7명에서 2002년 3명으로 감소했다. 30년동안 1/2보다 더 줄어들었다.
산업재해는?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노동자의 수가 증가한다면 재해건수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이 수립되면 산업재해는 더 증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특히 사망의 경우 훨씬 감소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재해 건수당 사망자수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물론 2000년대에 들어 하강 곡선을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을 뿐이다.
국가 인적 자원이라는 사이트(http://www.nhrd.net/)가 있어 들어가 보니 국가별 산재사망을 비교한 자료가 있었다. OECD 국가만 비교해보았더니, 1999년까지 국내의 산재사망율(10만명당)이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상황이 2004년인 오늘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사실 2003년 동시기와 비교해 보아도, 재해자 100명당 사망자수는 2004년에 오히려 증가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재해 건수도 줄었는데, 사망자 비율은 더 증가하다니...
바로 이러한 이유로 2004년 2/4 분기 산재통계를 보며 "산재가 감소했기 때문에 즐거울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산재통계를 잡아 대면서 나름대로 노력해서 산재가 감소한 것 처럼 보이려는 노동부의 노력에 눈물이 난다.
언제쯤이면, 우리 나라에서 제대로 된 산재통계가 나오고, 산재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마련될까? 2/4 분기 산재통계는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정부의 산재대책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손님이 와서 작업한답시고 옆에서 잠도 안자고 있는 김창모 부장님, 이제 잡시다.
어라... 이 시간에 인천 세큐리트에서 파업결과 보고 전화가 왔네... 징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