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투쟁 12. 2007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2007)

 
2007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고삐없는 총자본 공격, 현장에서 무력화 시켜야

원진교육센터 한인임(uldam@dreamwiz.com)
일과건강, 2007년 12월호

2002년 말 개정된 산안법에 근거하여 2004년 상반기까지 최초유해요인 조사가 전국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되어야 했으며 3년이 지난 올해 역시 2라운드 사업이 진행되어야 했다.

최초유해요인조사를 경험했던 많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결과를 요약할 수 있다.1)
첫째, 실제로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금속사업장이 주도하였고 건설, 공공, 화섬, 유통·서비스 등의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둘째, 조사사업을 수행한 곳에서는 노조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조사기관선정에서부터 각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노안담당자의) 만족도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건강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를 제외하면 환자관리나 현장개선은 미미했다고 평가했으며 노동강도 완화에는 오히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을 하였다.)

그러나 최초유해요인조사가 ‘최초였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을지라도 이 조사는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구속, 해고를 각오하고 투쟁했던 현장의 힘을 ‘합법적’으로 승계하는 과정이었다. 또한 최초의 조사였음에도 노동조합의 끊임없는 개입을 통하여 작업장 변화를 도모한 점은 상당한 성과로 기억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2003년 근골격계질환 산재노동자 수를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도 일정하게 개선되었다. 최초유해요인 조사는 결과론적으로 단지 환자를 드러내고 현장의 문제를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최초유해요인조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즉 첫째,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은 공학적 설계가 잘못된 공장의 설계나 사무실 환경으로만 비롯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근골격계질환은 과도한 노동으로부터 발생한다. 이는 노동시간과 노동밀도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다. 따라서 OECD 최장의 노동시간을 드러내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자본에게는 세계적 기준에 맞는 ‘기업가로서의 기본’을 지킬 필요와 노동에게는 각종 제도 개편을 통해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제 구조와 맞서 싸워야 (여기에는 노동자 스스로 변화해야 할 영역도 포함된다.2)) 함을 전달한다. 주40시간제 도입이후 조직된 현장에서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둘째,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문제인식이 매우 크게 확산되었으며 이는 향후 노동안전보건영역에서 새로운 요구가 자리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불치병은 아니지만 오히려 노동자의 자살을 부를 수 있는 근골격계질환이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이 원인이 직업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이 대중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향후 어떠한 형태로 드러날지 모르는 다양한 작업장의 위험요소에 관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재래형 사고나 위험물질 노출 문제가 현실의 문제로 존재하지만 그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신종 질환들에 대한 문제인식이 커졌으며 이는 더욱 확대시켜가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행복추구권을 위해서라도.

셋째, 객관적인 노동조건의 기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아픈데’, 도대체 얼마만큼 일해야 적정한 노동인가? 우리 사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은 하루 8시간이면 적정한 것인가? 나의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에서 현재의 노동강도는 적정한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내 노동조건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그간 작업장에서의 적정인력 문제로 항상 노사간에 쟁점이 되어 왔던 문제였으나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통하여 확인된 ‘과도한 노동’에 대한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안고 시작된 2007년의 유해요인조사에서는 지난 시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착되는’, ‘현장개선에 최선을 다하는’ 유해요인조사가 될 것을 요구하였고 기대하였다.3) 보다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내년 말경에서나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올 해는 전반적으로 이전 시기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2007년 사업의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업에 돌입한 사업장의 수가 2004년 상반기까지 사업을 진행했던 사업장 수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노사가 자체적으로 조사사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환자 드러내기보다는 현장개선에 좀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넷째, 2003~4년의 사업이 가졌던 한계나 성과의 시사점을 계승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2003년 정점을 찍은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은 해를 거듭하면서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공상자의 비중은 더욱 늘어 실제 질환자 수 자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앞의 민주노동당 실태조사 결과). 추론적 성격의 간략한 평가를 하고 있으나 현장의 많은 사업장을 만나면서 느끼는 이 생각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을까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겠는가?

2003년 최초유해요인조사를 통하여 급격히 발생하는 질환자와 현장개선에 대한 부담, 노동강도 재편에 대한 요구 등의 변화를 목도한 총자본은 뒤바뀔 것 같은 현장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다. 기업들은 ‘꾀병환자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고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불승인 남발, 강제 복귀, 병원에 압력을 통한 산재환자 통제, 산재환자 직접 방문을 통한 조기복귀 강제 등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입체적 공격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굳이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씨알도 안 먹힐 얘기들을 흘리더니 급기야 엊그제는 산업보건기준에관한규칙 개정안(완화를 기본 골자로 하는)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즉, ① 유해요인 조사시 증상조사를 전수조사에서 환자발생 공정만 조사한다는 것과 ② 예방관리프로그램 적용 사업장을 현재보다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각각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증상조사는 사업장내 어떤 부서, 어떤 공정이 문제가 되는지를 아는 중요한 조사이다. 또한 유해요인과 근골질환과의 관련성을 보는데 매우 유용한 조사이다. 뿐만 아니라 증상조사는 근골환자를 조기발견, 조기치료 할 수 있는 예방적 의학 조치의 시발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환자발생 개소에만 실시한다면 잠재적 환자군이나 드러났더라도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 환자나 공정은 제외되므로 하나마나한 사후약방문식 조사가 될 것이다. 또한 예방관리프로그램 적용사업장 축소는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 같은 대사업장 조차도 대상사업장이 되지 못할 수 있다.4) 중소영세사업장이 대상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예방관리프로그램이 적용될 수 있는 사업장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이제 막 시작된 근골격계질환 예방사업의 싹을 자르는 일이 될 것이다. 2007년이 다 가고 있지만 우리는 2008년, 2009년을 어떻게 제대로 보내느냐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총자본의 공격은 고삐를 늦출지 모르고 있다. 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막을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더욱 힘차게 진행하여 결국 무력화시키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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