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통재라...그 쇳물 굳기도 전에 또 다른 주검이...
LS전선 자회사 캐스코(주)의 노동자 산재사망을 애도하며
어제(9월 10일) 캐스코(주)는 20대 후반의 두 젊은 노동자에게 ‘그렇게 살고 싶었던 오늘’을 안겼다.
선박엔진부품 제조업체인 캐스코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언론통제가 심하여 작업장 안을 들여다보기는 커녕 제대로 된 설명(변명이라도)조차 들을 수 없고 이튿날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는 ‘철의 장막’ 캐스코. 어제 아침 이 안에서는 새로 만든 용광로의 쇳물을 거푸집에 붓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래들’(용광로의 쇳물을 옮기는 기계)에 오작동이 일어나 리모컨이 작동되지 않았다. 이를 무리하게 수작업으로 진행시키다가 용광로 운반기계가 뒤집힌 것이다. 쇳물은 쏟아졌고 주변에서 업무를 진행하던 노동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방송에 따르면 바닥의 쇳물을 식히는 데만 소방대원들의 상당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1천도에 가까운 쇳물이 펄펄 끓는 위험천만한 작업현장에서의 안전수칙은 그 어떤 조건보다도 엄격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언론에 소개된 바대로 리모컨 작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수작업으로 무리하게 작업을 하게 된 경위,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을 따르지 않은 행위 등은 결국 비극적 결말을 끌어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시행령 제32조의8(유해ㆍ위험작업에 대한 근로시간 제한 등)에서는 용광로 작업과 같은 고열작업에서는 유해·위험 예방조치는 물론이려니와 작업과 휴식의 적정한 배분, 그 밖에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의 개선을 통하여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254조(화상 등의 방지)에서는 고열작업에 대해 해당 장소에 대하여 해당 고열물의 비산 및 유출 등으로 인한 화상이나 그 밖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사업주는 해당 장소에서 화상, 그 밖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방열복 또는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인 없는 재앙이 어디에 있겠는가? 과연 사업주는 이런 문제를 몰라서 지키지 않았을까? 정확히 2년 전 같은 날, 충남 환영철강에서 역시 젊은 노동자가 안전팬스 없는 용광로 위에서 일하다가 빠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사업주는 고작 기백만원의 벌금을 내고 생목숨 녹여낸 죗가를 치뤘다. 이번 재해에는 캐스코 사업주가 얼마로 죗값을 치를까?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18세기에나 있을 법한 산재사망이 일어난 사업장이 영세한 소사업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올 해 설립 8년차에 접어드는 캐스코(주)는 작은 중소기업이 아니다. 총자산규모가 무려 700억원에 이르고 연간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이다. LS전선이 거의 100%를 투자한 LS전선의 자회사이다. LS그룹은 우리나라 대규모기업집단(재벌) 18위를 달리고 있고 LS전선은 그 집단 중 핵심 기업이다. 이런 조직에서 18세기형 재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넋을 놓을 지경이다.
보편적 복지가 논의되고 국가경제력 세계 10위를 운운하고 있는 21세기에 작업장은 아직도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권력의 이유 있는 담합 때문이다. 저급한 자본의 작동원리, 정부의 해태, 노동부의 직무유기, 사법부의 친자본 행각.
지금이라도 당장 사업주를 구속수사하고 동일 업종에 대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안전 점검이 진행되어야 한다.
2012.9.11
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