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알권리
2014.04.09 11:09

1만5천명 죽인 사고... 박근혜를 압박하자

조회 수 243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만5천명 죽인 사고... 박근혜를 압박하자
[이웃의 살인자③] 미국서 30년 전 제정된 지역사회 알권리법의 교훈

누구도 알지 못했다. 우리 아파트, 학교, 과수원 근처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있다는 것을. 이 고약한 냄새는 금세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내 몸을 망가뜨릴 줄은 몰랐다. 사전에 알려줬다면 이상한 낌새를 차렸을 때 가능한 조치라도 취했을 것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관리,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4일 울산에서 에스오일(S-Oil) 원유탱크 누출사고가 발생했다(관련기사 : 에스오일 유출사고, 얼마나 노출됐나). 요즘 발생하는 사고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참 일어나기 힘든 사고들이 잘도 일어난다 싶다. 그래서 두렵다. 많은 기업들이 상당기간 동안 설비유지보수에 투자를 하지 않은 데다가 정비보수 인력을 아웃소싱하여 관리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IE001697820_STD.jpg
▲ 에쓰오일 기름유출 사고 현장 온산공단 에스오일공장 저장탱크에서 기름이 유출되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 sbs방송사진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고, 어디에서 또 터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번 사고도 믹서기의 무슨 이상이니 뭐니 기술적인 에러(error)들에 대한 분석 결과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사고를 일으킨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현재 벌어지는 모든 사고들은 주민이 기업감시의 주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주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말이다. 

화학물질 정보를 요구하는 운동에 대한 기대
최근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가 지역사회에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주민의 참여 속에 사고대응계획이 수립되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 요구다. 한 마디로 미국의 지역사회알권리법 같은 것을 만들자는 얘기다. 

그런데 운동의 양상이 과거와 좀 다르다. 법개정 운동은 그동안 참 많이도 해왔는데, 이번엔 기대가 생긴다. 그 이유는 지역별로 기업을 감시하고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를 결성했고, 온라인에서는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인단 모집이 시작되었다. 

미국도 그랬다. 우리가 부러워마지 않는 지역사회 알권리법이 제정된 것은 1986년. 인도 보팔에서 1984년 발생한 끔찍한 사고 때문에 미국에서 이 법이 제정된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보팔사고는 촉매였다. 1980년대 초반부터 약 5년간 전개된 주 별·도시 별 알권리 쟁취 운동이야말로 진짜 동력이었다. 

1984년 보팔 사고는 출발이 아니었다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레이건 정부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가 제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자, 지금부터 30년 전 미국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1984년 12월 인도 보팔시에 있는 유니온카바이드라는 농약공장에서 이소시안화메틸이라는 맹독성 가스가 누출되었다. 지구상에서 발생되었던 화학물질 사고 중에서 가장 끔찍한 사고였다. 사고 발생 이후 한 달 사이에 약 1만5000명이 사망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멀게 되었다. 전체 피해자는 5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는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특히, 기업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존재이며 정부는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를 시민들이 깨닫게 만들었다. 지난 2012년 9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구미 불산누출사고가 준 충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미의회와 환경부는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를 주민들에게 철저히 공개하는 ‘지역사회알권리 및 비상대응계획 수립에 관한 법률(아래 지역사회알권리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건 반쪽의 진실에 불과하다. 보팔 사고가 발생한 1984년 12월 이전에 이미 미국의 뉴저지주를 비롯한 열 개 이상의 주에 지역사회알권리법이나 조례가 제정되어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1974년에 약 4000명의 노동자가 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상해와 질병으로 산재를 당했다. 1984년 이 숫자는 약 8000명으로 두 배 증가한다. 노동자의 문제만 있었던 건 아니다. 특히, 소방관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위한 고민이 있었다. 1984년 캘리포니아에서는 1194건의 독성물질이 관련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어떤 위협이 도사리는지 모르는 화재사고를 만나게 되면, 소방관들이나 응급대응팀은 시설이 전소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거나 해야 했고, 자신들의 목숨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했다. 실제로 애너하임에서 발생한 화학공장 화재로 7500명의 인근 주민이 대피했는데, 이는 소방관이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관심도 증가했다. 1980년대 언론매체를 통해 각종 화학물질 사고 소식을 들으면서 대중들은 위험에 예민해져갔다. 캘리포니아 콘트라 코스트 카운티의 정유공장과 화학물질 제조공장 주변의 주민들은 이 시설들에서 생산, 저장, 사용, 폐기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만약 기업이 공개를 거부한다면, 그건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지역사회 알권리의 불이 지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팔사고가 발생했다.”(Black EG. California's Community Right-to-Know. Ecology Law Quarterly. 1989)

즉,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노동자와 소방관과 지역주민들에게 피해가 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정보를 요구하는 운동이 지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카터와 레이건, 운동은 지역을 선택했다
IE001698068_STD.jpg
그런데, 왜 지역사회알권리법 제정운동이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전개된 것일까? 그 이유는 1980년 카터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당시로 더 거슬러 올라가야 이해가 된다. 

카터 행정부는 1980년 여름부터 18개월 동안 화학물질의 정보 공개에 관한 기준을 제정하려 하였지만 최종안을 만들지 못하고 차기 정부에 그 작업을 이월하게 되었다. 그러나 규제완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건 레이건 정부는 이것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시민사회진영 역시 레이건 당선 이후 이러한 상황을 진작에 예측하고 중앙정부를 포기한다. 대신 지역으로 들어가서 각 주 별로 법률을 제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 규제완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를 제정하게 된다. ⓒ 백악관(White House)

“제일 처음 필라델피아에서 조례가 제정되었다. 이 조례는 1981년 1월 22일 통과되었으며, 지역사회의 화학물질 노출을 정조준하였다. 그 밖에 다른 주에서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우려하는 지역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주의회가 화학물질 확인에 관한 주법률 제정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러한 법률이 제정된 주는 뉴욕, 메인, 웨스트버지니아 그리고 코네티컷이다. 알권리법은 노동자들의 문제에만 국한될 수 없었다. 

공장안의 문제는 공장 밖의 문제가 된다는 깨달음이 대중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노동자와 주민의 안전보건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정치적 압력 또한 지역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연방법의 제정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대중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실제로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알권리를 보장한 것은 연방법이 아닌 지방정부의 법률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공중보건 활동가들, 노동조합, 시민들의 지역별 연대가 만들어졌던 것이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Bingham E. The ‘Right-to-Know’ movement.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983)

그러면 기업은 가만히 있었을까? 대중들의 분출되는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자 기업은 지역사회알권리가 아닌 노동자알권리에 국한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이것이 바로 레이건 정부가 1983년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소관 법률로 제정한 유해물질 정보 제공에 관한 기준이고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인 것이다. 당시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를 노동자들에게만 국한하여 제공하고, 기업비밀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였다. 이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한 표현이 있다.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은 주법(지역사회알권리법)을 통해 보호를 받으려 했고, 기업은 연방법(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였다.”(Hjelm C. Environmental Law I: Worker and Community Right to Know Laws. Annual Survey of American Law. 1987)

운동은 더욱 지역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주에서 지역사회알권리법이나 조례가 제정되었다. 

보팔 사고, 그 이후
이러한 상황에서 보팔 사고가 발생했다. 미의회가 더 이상 가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1985년 제임스 제이 플로리아 하원의원과 프랑크 알 로텐버그 상원의원 등은 화학산업의 사고위험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법률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기업들이 주정부와 지방정부에게 위험을 알리고, 평가를 받도록 하였으며, 정부에게는 지역별 비상응급계획을 수립할 권한을 부여하였다. 

몬산토와 미국화학물질제조자협회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미 게임은 끝나 있었다. 지역사회알권리법은 대세였다. 이미 주 별로 제정된 지역사회알권리법이 있었기 때문에, 연방법은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콘셉트로 제정되었다. 1986년 당시 형성된 공감대는 이러했다. 

“현재 미국사회에서는 위험 정보 소통에 관한 추가적 법제정 노력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필요한 규제는 이미 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보의 제공은 분절적이고 제한적이며, 기업이 지방정부나 주민들과 소통하도록 정부가 기업을 강제하는 힘이 약하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지방정부로 하여금 비상응급계획을 수립하도록 강제하지 않는다. 그 결과 미국사회에서 새로운 수단(지역사회알권리)이 강구되는 중이다.”(Baram M. Chemical industry accidents, liability, and community right to know.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986)

기업의 패배는 당연한 것이었다. 대중이 이미 선택한 길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제조업 분야 노동자들에게 유해물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알권리법은 달랐다. 알권리의 대상에 있어서 더 의욕적이었으며, 기업비밀 보호를 강조하지도 않았다. 우선, 지역사회알권리법은 환경부로 하여금 화학물질로 인한 응급상황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포괄적 계획을 지방정부와 협업하여 개발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또한, 국민 대중이 유해물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넓게 열었다. 지방정부는 환경부의 감독하에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광대한 정보를 모으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정보들은 주민들에게 제공될 것이었다.”(Hjelm C. Environmental Law I: Worker and Community Right to Know Laws. Annual Survey of American Law. 1987)

IE001698305_STD.jpg
우리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암적 존재라고 표현했다. 30년 전 미국 국민이 레이건을 마주하던 심정이 이러하였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화학물질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비밀 앞에 무기력하고 사업주 처벌을 완화하기에 급급하다. 화학물질관리법이 전면 개정되어 사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였다지만, 주민의 참여는 없고 기업이 주민에게 통보하는 알권리만 담겨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행동할 수 없는 알권리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  지난 3일, 보신각에서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운동을 골자로 한 화학물질사고 더 이상은 앙대여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 일과건강

여수, 청주, 인천, 수원, 양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를 반드시 손에 넣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이웃들에게 정보청구인단이 되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주민들이 기업감시의 주체가 된 지역들이 등장하면 할수록, 지역사회알권리는 애매한 법률용어가 아니라 주민과 기업이 공존하고 상생하기 위한 안전의 도구가 될 것이다. 열심히 해보자. 그러면 조만간 미국의 지역사회알권리법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테니.


글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실장
?

활동포커스

일과건강이 집중 활동하고 있는 분야 입니다.

  1. 화학물질사고, 제2의 세월호가 될 수 있다!

    화학물질사고, 제2의 세월호가 될 수 있다! 예방과 대책수립의 출발은 제대로된 정보공개로부터~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는 오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알권리 보장을 위한 전국사업장 유해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10개의 청구단체와 주민청구인단 2727명 명의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현재 갖고...
    Date2014.05.22 Category화학물질알권리
    Read More
  2. 청소노동자 씻을 권리 보장 규제가 외면당하고 있다

    2010년부터 논의되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청소노동자의 씻을 권리’는 국민적 관심 속에서 전국수준의 캠페인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법(규칙) 개정을 이루어냈다. 업무를 마치고 각종 유해 미생물에 오염된 작업복을 제대로 갈아입지도, 세척하지도 못한 채 집으로 가져가게 되는 상황은 노동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위생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
    Date2014.05.21 Category환경미화원
    Read More
  3. 지역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화학물질 관리법의 조...

    기자회견문 지역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화학물질 관리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오늘 저는 각종 화학물질 사고로부터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입니다. 이번 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의 발의가 ‘위험사회’인 대한민국이 보다 안전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여야와 행정부...
    Date2014.05.15 Category화학물질알권리
    Read More
  4. 1만5천명 죽인 사고... 박근혜를 압박하자

    1만5천명 죽인 사고... 박근혜를 압박하자 [이웃의 살인자③] 미국서 30년 전 제정된 지역사회 알권리법의 교훈 누구도 알지 못했다. 우리 아파트, 학교, 과수원 근처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있다는 것을. 이 고약한 냄새는 금세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내 몸을 망가뜨릴 줄은 몰랐다. 사전에 알려줬다면 이상한 낌새를 차렸을 때 ...
    Date2014.04.09 Category화학물질알권리
    Read More
  5.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로 ‘우리동네 유해물질 위험지도...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로 ‘우리동네 유해물질 위험지도’ 그려봐요~ - 화학물질 사고, 더 이상 ‘앙대여’ 캠페인 시작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 - 3월 20일 24개 참여단체로 발족한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이하 감시네트워크)는 지난 27일 16개 단체 103명이 참가한 전국동시 1인 시위 및 인증샷 행동의 날 행사에 이어 4월 3일 12시 보...
    Date2014.04.04 Category화학물질알권리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44 Next
/ 44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