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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지침서 개발을 위한 공청회가 대전에서 열렸다. 그리고 5개월이 흘러 드디어 지침서가 개발되었다. 교육센터에서는 이 지침서가 노동조합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지침서가 만들어진 뒷 얘기들, 그리고 지침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을 집필진을 모시고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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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3년 10월 6일 16시
장소 : 민주노총 9층 회의실
참여 : 권영준(한림대), 박세민(금속연맹), 조성애(건강한노동세상), 조태상(민주노총), 임상혁(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한인임(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은기(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사회자(김신범) : 오랜만입니다. 여러분께서 수고하셔서 만든 지침서를 현장 활동가들에게 빨리 알리고, 지침서를 잘 보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전파하고자 이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장 활동가들을 대신해서 좋은 책을 만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제가 토론을 위해 간단한 발제를 하겠습니다.

근골투쟁의 발전과정은 제2부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됩니다. 즉,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세가지 영역에서 진행이 되어 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지침서에서는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과정에서 만들어진 주요 쟁점을 정리하였더군요. 이것도 간단하게 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업장 내부 쟁점
① 요양승인 여부
② 노동부에 대한 임시건강진단, 역학조사 등의 지도 감독 요구
③ 요양 후 복귀 조합원에 대한 탄압 및 차별
④ 치료로 인한 결원인력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투입
⑤ 인력충원과 노동강도 완화


노자간의 쟁점
① 노동자 참여 보장 : 산안법 개정과정에서 확보
② 심의 의결권 보장 : 법적 보장/단협을 통한 확보 두가지 전술 구사
③ 질환 인정기준 및 취업중 치료 : 취업중 치료 가능 질환 명시, 질환별 치료기간 설정이라는 자본측 요구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의 발전과정을 검토하고, 만들어진 쟁점들을 보면서 이번 좌담회에서 세 가지 내용을 다루기로 기획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은 어떠한 의의를 갖는가 하는 점입니다. 법의 개정과정에 참여하신 분들이 이 자리에 있는 만큼 생생한 얘기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두 번째는 개별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투쟁을 잘 벌여나가기 위해 이 지침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입니다. 개별 사업장에서의 쟁점들이나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투쟁의 준비와 원칙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는 앞으로 전국적인 연대투쟁을 벌여나가는데 있어 활동가들이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겁니다. 개별 사업장 수준에만 매몰되지 않고, 큰 눈으로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럼 첫 번째 주제부터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토론 :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의 성과와 한계



사회자 : 먼저 법개정에 대해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 배경 : 노동부의 각종 지도와 감독을 노동자들이 활용할 수 없었음. "사업주 예방의무가 법제화되지 않아 사업장을 지도감독할 근거가 없다"는 노동부의 주장 때문. 많은 사업장에서는 법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 소모적 노사대립이 초래되고 문제의 해결로 나아갈 수 없어, 노동부의 이러한 자세는 궁극적으로 근골문제를 방치하는 것으로 판단. 이에 따라 사업주 예방의무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게 됨


2. 사업주 의무 명확화 : 법 제24조 보건상의 조치에서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다음 각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의 5항에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를 포함시켜 의무를 명확히 하였음


3. 세부 항목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3조 유해요인조사에서 3년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도록 함.
  제145조 작업환경개선에서 필요한 조치를 사업주가 취하도록 함.
  제148조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 시행에서 근골문제가 발생되는 사업장, 또는 노사간의 이견이 지속되는 사업장에 대해 프로그램을 시행토록 하였으며, 프로그램은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하였음.


사회자 : 그런데 이제 좀더 자세히 알고싶은 내용은 법개정 투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이고 정부가 법개정을 받아들인 것은 무었 때문인가? 우리의 투쟁은 어땠었고 그리고 정말로 우리가 어떻게 따낸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굳이 순서를 따져서 말씀해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로 참여했던 분들은 누구인가요? 먼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조태상 : 법제정 과정은 두가지 단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첫 번째 단계는 우리가 사업주 예방 의무를 명시한 법개정요구를 쭉 들고 나간 시기입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이죠. 이 시기에는 우리가 내용으로 주도하면서 법개정 제안을 했고 우리가 하자고 하면 정부에서는 거의 끌려오는 형태로 갔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단계, 실제로 법제화되는 과정에서는 조금 그 양상이 달라졌어요. 우리가 내용을 제출한 것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다른 내용을 내고 우리의 일정대로 받아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약간은 역전된 형태로 정부가 일정을 내고 우리가 수정하는 식으로 바뀐 겁니다. 이건 대중적 평가에 기초했다기 보다는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어쨌든 초기에 정부는 아무런 내용이 없었죠. 부담만 있었던 거죠.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 내용도 잘 모르고, 현장에서 환자는 속출하고, 한마디로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법제화 내용은 이렇고, 외국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고, 우리는 이렇게 이런 거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를 했습니다. 당연히 그 당시 조건에서 정부는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초기상황을 벗어나면서 그걸 가지고 나름대로 내부 토론을 했든 자본의 압력을 받았든, 여러 과정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우리 제안의 많은 부분을 수정하게 됩니다. 수정하게 되면서 기본적으로 법에서 우리가 담고자 했던 노동자의 참여라든지 노동자의 생산과정에 대한 통제라든지, 개입이라든지 하는 실질적인 주요 내용들이 후퇴한 형태로 법제화가 추진됩니다.


사회자 : 노동자들이 굉장히 앞서 나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던 법의 내용과 만들어진 법 사이에 내용의 차이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그 차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분이 있으십니까?


임상혁 : 우리의 요구안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규칙 내에서 완결적인 구조를 가지도록 했습니다.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서 교육이나 검진 같은 모든 절차와 사업을 한꺼번에 명시하려고 한거죠. 두 가지를 따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노동자들의 참여, 현장에 대한 통제권의 확보 등은 실제로 우리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후퇴한 점이 있습니다. 반면, 규칙내의 완결성이라는 것은 '규칙'이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다 보니 교육은 산안법 몇 조에 있으니 빼야 하고, 검진은 또 몇 조에 있으니 따로 다루는 것이고 하는 식으로 다 나누어져 버린 겁니다. 규칙의 수준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교육이나 검진이 얼마나 형식적입니까? 그런 점에서는 아쉽다는 거죠.


사회자 : 그렇겠군요. 독자적인 특별법, 이를테면 근골격계 직업병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한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 편입하게 되니까 완결성을 확보할 수는 없었겠군요. 그 점은 이해가 됩니다. 아까 참여의 원칙과 규정이라는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그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임상혁 : 법안을 만들게 된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죠. 근골격계 직업병의 경우 투쟁과 법제정이 맞물려 들어갔어요. 기존의 산안법은 굉장히 기술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잖아요. 작업환경측정은 어느 어느 포인트를 해라, 건강검진항목은 이런 이런 항목을 넣자. 이런 기술적인 내용이 많았던 게 지금까지의 법인데, 근골격계 직업병의 경우 법제화 과정은 노동자의 투쟁 속에서 쟁취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1997년에 VDT작업자에 대한 고시입니다. 그건 한국통신의 투쟁 속에서 그 안들이 만들어 졌고, 고시의 내용 중에는 노동자들의 참여와 현장통제 이런 것들이 있었고 비교적 완결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시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었던 거죠. 그 다음에 98년도인가 99년도에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고시안이 만들어 졌는데, 그건 금속연맹에서의 집단 직업병 신청 투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의 법 제정은 2001년도 현대정공의 싸움으로부터, 그리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쟁취됩니다. 법안들이 투쟁속에서 만들어 졌다는 것이 근골격계 관련 법안의 역사입니다. 투쟁 속에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어떤 내용의 장점이 있냐하면 노동자의 참여 노동자의 결정권 이런 것들이 굉장히 강화될 수 있다는 거죠. 다른 법안과 비교해보면 노동자의 참여와 같은 원칙들이 조금이라도 많이 살려져 있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까 조태상 부장의 말처럼 두 번째 단계에서 우리의 요구보다 후퇴한 법안이 만들어지게 된겁니다. 좀 더 분명하게 이러한 원칙을 못박아 놓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투쟁에 의해 만든 법이니까요.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규제완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우리의 투쟁 성과가 더 후퇴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노동부나 자본의 경우 분명히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 : 잠깐만요. 그렇다면, 이제 근골격계 직업병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더 나쁘게 개정될지 모른다는 겁니까?


임상혁 : 아니, 이번에 제정된 법은 아니죠. 예를 들면 다른 법안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들입니다. 검진이나 산재보상 이런 문제는 어떻게든 개악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사회자 : 그렇군요. 법개정이라고 하는 것이 끝난 것이 아니군요


조태상 : 그렇습니다. 근골격계 직업병에 관련해서는 일단락을 진 건데 다른 여타의 법인 건강검진 이라든지 보상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내년에 개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현재의 상황을 진행형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개정은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투쟁해야 할 영역이라는 겁니다.


사회자 : 잠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두 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규제완화의 시기에, 각종 법들이 없어지거나 완화되던 시기에 근골격계 직업병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법에 추가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업주의 의무를 명확히 하자는 목적으로 법 제정을 추진했는데, 그것 역시 따내었기 때문에 중요한 투쟁의 성과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현장의 활동가들을 만나면 "우리가 무슨 근거로 그 일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면서 무기를 찾잖아요. 쓸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는 것은 성과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의하시겠죠? 그런데 두 분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투쟁의 성과를 더 모았다면 노동자의 참여를 보다 분명히 할 수 있었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결국, 그런 아쉬운 부분들은 현장에서의 투쟁영역으로 남게 되었다는 뜻이겠죠?


임상혁 :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그냥 현장 투쟁의 영역으로 미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좀 더 우리가 무엇을 원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통과되지 못했던 내용들은 노사간의 동수의 결정구조를 갖자, 그리고 실질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 관리 사업들을 노동자들이 하자 그런 의도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조직이나 기구나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죠. 표현은 노사가 같이 하자고 되어 있지만 숨겨져 있는 내용들은 노동조합이 주도를 하면서 현장의 통제권을 가지고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구체적인 내용들이 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태상 : 그리고 노사공동대책기구구성이 지금 법안에는 없는데 우리가 냈던 제안서에는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보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상층단위의 구성뿐이 아니라 하부실행단위까지 법안이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죠. 그리고 일련의 사업과정에서의 모든 것들은 노사협의가 아니라 합의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 법안에서는 유해요인으로만 정리가 되어 있는데 제안서에는 인력의 문제 생산량이나 작업속도 등도 노사가 공동 결정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 문제가 빠진 겁니다.


임상혁 : 그 제안서라는 것이 나오게 된 배경도 알아야 합니다. 애초에 정부에서 제시한 근골격계 질환 대책을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노동부에 항의방문을 갔습니다. 저와 조태상부장, 박세민 국장 이렇게 세 명이 갔죠. 한 60 쪽 분량의 자료를 만들어서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그럼 너희들이 한 번 만들어봐라 그러면서 프로젝트를 주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는 노동조합은 물론 진보적 전문가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쳐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동부에 전달했죠. 그랬는데, 노동부는 내용을 엄청나게 수정해서 발표를 해버린 겁니다. 공청회 자리에서 이 법은 도저히 우리가 못 받겠다고 싸웠습니다. 결국 재공청회를 따냈어요. 우리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는 없었지만, 노동부가 엉망으로 만든 문안에 우리 요구를 더 집어넣는 과정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번 법제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업주의 의무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활용할 무기가 없기 때문이죠. 노동부에서 현장에 쌓여있는 문제를 놓고서도 지도 감독할 근거가 없어 못한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규칙이 아니라 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던 겁니다. 일단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사업주 책임이 명확히 들어간 것은 우리가 양보하지 않고 따낸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사업주 책임을 따지고, 현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도구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따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구요. 그러니까 1차적 목표는 달성했지만,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얘기하는게 맞겠습니다.


조태상 : 저는 조직적 관점에서 평가를 더 해보겠습니다. 투쟁을 통해서 법개정을 쟁취했는데, 실질적으로 그 법개정을 투쟁의 성과물로서 조직적으로 확인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죠.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의 투쟁이 좀 더 힘을 모아야 할 부분이 있었던 겁니다. 노동부가 처음에 이 내용을 전혀 모를 때, '내용 있는 너희가 한번 만들어 봐라'는 식으로 우리의 입장이 강화되면서 크게 갈 수 있는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되겠다는 확신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직 내에서 이 문제를 전면화 시키면서 주요한 요구로 걸면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해서 좀 미적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대중적인 과정 속에서 투쟁을 확대하면서 법제화를 따내었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법개정을 쭉 밀고 갈 수 없는 국면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에 경제자유구역법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해서 반대하는 국면이 있었죠. 모든 조직적 역량이 정기국회때 경제자유구역법 통과되면 안 된다는 것으로 몰입되는 과정에서 산안법은 통과되어야 한다, 이것만은 개악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내의 조건이 안되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좀더 이 법개정 투쟁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사고를 하면서 좀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조직내에서 친밀하게 공유하는 과정을 가졌다고 하면 지금처럼 엄청난 법을 얻었으면서도 불구하고 이렇게 반성을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임상혁 : 네, 그래서 만든 게 치침서입니다. 좀 더 명확해 지는 것 같은데, 우리는 사업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법을 요구했고, 그것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세부적으로 참여와 노동자의 통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부분을 따내지 못한거죠. 그 부분의 아쉬움을 담아서 지침서를 통해 현장의 활동가들과 공유하고, 현장 곳곳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풀도록 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사회자 : 현장에서는 법개정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조성애 : 현장에서요? '어? 법 바뀌었죠? 어떻게 바뀌었어요?' 그런 질문이 많아요. 조태상 부장 말처럼 산안법이 개정되는 그 때에, 개악반대 투쟁으로 집중되었던 부분이 있어서 법이 바뀐 것은 아는데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이걸 갖고 무기로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 노동자가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분, 노사가 협의를 할 때 법개정의 내용과 의미를 얘기하면서 법개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바뀌었는지, 우리가 뭘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들을 현장에서는 아직 공유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태상 : 그런 부분들을 현장 활동가들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한가지를 더 공유하고 싶은데, 규제완화 과정에 있어서 드러난 자본의 태도에 대해서도 현장의 동지들이 정확히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초기에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자본은 뭔지 모르고 헤매었습니다. 초기에 자본이 방점을 두었던 것은 산재인정에 대한 방점, 즉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서는 산재인정을 못하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방법제화가 되는 것은 별문제 없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예방법제화의 과정에서 보니까, 자본이 이게 되면 어떤 타격이 있겠구나 정확히 읽은 것이지요. 예를 들면 법이 우리가 요구한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통과되었는데, 그걸 가지고 사업주들이 이렇게 얘길 한답니다. 이건 우리 편집부 동지들에게 들은 얘기인데 중소사업장에 가면 사업주들을 가끔 만나나 봐요. 취재하는 과정에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근골격계 문제가 법제화되서 사업주 망했다는 얘길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본은 규제완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뭐냐면 산업자원부 그리고 경제단체의 공개적 건의를 통해서 산안법 24조의 보건상의 조치중 사업주 의무사항을 폐지하자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냈어요. 어마어마한 로비가 들어가서 상당부분 정부가 냈던 개정안도 후퇴된 것인데, 그 개정안 자체를 규개위에서 더 후퇴시키려는 겁니다. 자본은 정말로 이 문제의 크기를 미리 예측하고 정말 조직적으로 대응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에 반해서 우리는 법제를 쟁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조직적으로 확인도 안 될뿐더러 이것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이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장의 동지들께서 자본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우리의 성과들이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데 관심을 가져주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지금 만들어진 법이 10년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쉽게 만든 법이 아닌데, 자본은 계속 규제완화를 위해 로비도 하고, 목소리도 높일 겁니다. 자본측의 움직임을 막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현장 동지들의 정확한 인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법의 성과를 가지고 현장투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법만 만들어 졌다고 그것이 무기라고 좋아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네, 일단 규제완화 할 때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사용 안하는 법을 뺀다는 논리가 있죠.  만약 현장에서 이번 법개정의 의의를 알고 있지 못하고, 활용하여 풍부화 하려고 고민하지 못할 때면 언제라도 없어질 수 있는 법에 불과하단 말씀이시군요.


임상혁 : 그렇죠. 노동조합이 투쟁을 잘하고 극복하려고 하면, 규칙이 아니라 법안으로 가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조부장님 말씀처럼 규개위에서 항목들이 삭제될 수도 있겠네요.


사회자 : 어느 정도 법개정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사업주 의무를 명확하게 만든 성과와 세부적으로 노동자의 참여를 위해 노력한 것을 잘 이해했구요. 그렇다면,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에 대해 현장의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겠는지 얘기할 차례인 듯 하군요. 자, 그러면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도록 하죠.



두 번째 토론 :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에 대한 현장의 대응
"지침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사회자 : 지침서 1부에 있는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대책이라는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노동조합은 다음의 원칙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
1) 산안간부만의 활동이 아닌 노조 집행부가 지원하고, 조합원이 참여하는 일상적 활동과 투쟁이 되어야 한다.
2) 질환자로 의심되는 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관리함으로써 문제를 최소화 한다.
3)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현장활동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4) 조합원, 현장활동가, 노동조합 간부들을 교육하고 훈련한다.
5) 위험요인 및 증상을 평가하고 관리대상 선정과 개선방향을 설정한다.
6) 환경개선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실천해 나간다.
7) 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실시한다.
8) 작업개선 및 증상변화에 대한 사후 평가를 진행하고 문제점을 보완한다.
9) 모든 내용을 문서화한다.


사회자 : 좀 억지다 싶게 끼워 넣기는 했습니다만, 조합 활동의 원칙 중에는 사전적, 사후적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 외에 조합의 혁신과 관련한 원칙이 네가지나 있더군요. 대책과 직접적 연관은 없더라도 무언가 조합의 활동이 바뀌어야만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이 제대로 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누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조태상 : 사실은 어려운 부분인데, 좀더 쓰실래요? (일동 웃음) 근골격계 투쟁들을 진행하면서 주로 금속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기간의 산안활동에 대한 뼈아픈 반성들이 있었죠. 기간의 산안활동이라는 것이 뭐냐하면, 한 사업장이 있다, 그런데 그 사업장에는 능력이 되는 산안부장이 있다. 집행부 바뀌어도 능력이 되는 그 사람만 있으면 우리사업장의 건강문제, 산안문제는 별문제 없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데 이게 왜 문제냐 하면요. 투쟁을 하다 보니까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라는 것이 단지 몇몇 뛰어난 활동가 한둘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거예요. 노동조합의 대중활동 ABC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겁니다. 산안활동이 노동조합의 대중활동 방식으로 전개되거나 활동을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활동들을 바꾸어 내려면 지금까지 묵인되고, 용인되고 권장되기까지 한 전문주의를, 활동가 1인에 의존하는 운동방식을 극복해야 겠다. 이것이 더 선결과제인 것 같다. 근골격계 질환 투쟁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이게 없으면 아무 것도 안되겠다. 이렇게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사회자 : 좀 바보 같은 질문일지 모르는데... 화학물질에 대책사업을 벌인다, 이를테면 발암물질에 대한 관리를 한다고 했을 때도 이러한 항목들이 중요해 질까요? 아니면 근골 투쟁이기 때문에 특별히 이러한 것이 중요해지는 걸까요?


임상혁 : 근골 투쟁의 경우에는 약간 다를 수 가 있는데, 뭐냐하면요, 대상이 전체 노동자들이라는 것들이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고, 두 번째 작업조건과 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이런 차이가 있죠. 하지만 실제로 노동안전보건에 관련된 문제의 해결의 원칙은 근골투쟁이나 다른 노동안전보건 문제나 똑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 운동에서는 안전보건 활동이 대중적이지 못한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조태상 부장이 얘기하는 것이 그 내용이죠.  그런데 근골 투쟁은 가장 노동자들의 관심도가 많으니까 이번 기회가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좀 드네요.


조성애 : 그런 것에 기반해서 우리가 지금 보건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바라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조합 자체가 소수 몇 명 아니면 일부에 의해서 움직였던 것에 대한 반성은 물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노동운동에 있어서 바뀌어야 할 부분은, 몇몇 선도적인 활동가들의 움직임이 아니라 전체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요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싸움을 확산시켜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자주 했던 말들 중에 하나가 일상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상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옛날의 노동조합의 임투때, 단협때, 정치활동을 할 때 이런 때의 일상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장에 뿌리박고 있는 이 곳에서의 활동이 뭔가 그걸 찾아보자는 겁니다. 그 속에서 여러 가지의 현장의 동력들을 모아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나가자는 것이죠. 요즘 금속노조 선거 있었죠. 전화와요. 고생 많았다고. 연임하는 사람은 2년 고생 더하겠다고 전화하고, 내려가는 사람은 지난 2년 고마웠다고 전화와요. 근데 내려가는 사람도 아쉽지만, 새로 올라오는 사람도 똑같은 2년을 경험하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죠. 물론 안전보건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을수도 있지만, 2년을 고생해서 조합활동 키웠는데, 다시 주저앉았다가 올라가야 하는거죠. 너무 소모적이죠.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노동운동의 틀 안에서 노동보건활동이 저변의 확대와 함께 현장으로부터의 활동들을 다져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의 것들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사회자 : 전 이 지침서를 읽으면서, 좀 다른 느낌도 받았습니다. 뭐냐하면 특별히 조합활동의 혁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노동강도부분을 다루거나, 또는 정규직을 투입해야하는 부분에서 조합원들의 인식의 변화가 따라오지 않으면 사업을 가져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는 조합을 믿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구나,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고,  우리 이 길은 가자 그런 결단이 필요한 사업이 근골격계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특성도 좀 있는 것 있는 것 아닙니까? 박세민 국장님 얘기를 듣고 싶군요.


박세민 :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얘기를 한 것처럼 전체 운동의 위기가 있습니다. 그 속에서 현장의 재조직화를 이루어내고, 현장의 참여 속에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자각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겠죠. 아니면, 근골투쟁을 해온 많은 노동조합들이 이러한 인식을 분명히 갖거나, 명확한 지표나 방향을 세웠다기 보다는 현장 투쟁을 벌여나가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이러한 방식의 접근을 택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연맹 같은 경우도 근골격계 투쟁과 조직혁신의 과제를 함께 묶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근골격계 싸움을 벌리면 벌릴수록 현 노동조합 집행부의 수준이 확인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을 하면서 활동가들이 가져야할 기분적인 틀이나 양식 같은 것이 이 사업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임금만 잘 따주면 표가 오는 식의 활동이 아니라, 진짜로 조합원들을 위한 노동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과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사실은 이게 참 중요한 변화입니다. 근골격계 문제를 계기로 안전보건 문제가 노동조합의 조직적인 과제로, 사활이 걸린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상사업이 핵심으로 부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사회자 : 박세민 국장님 말씀을 듣고보니, 예전에 산재추방운동연합 10주년 토론회 자리가 기억나네요. 당시 산안활동이 변해야 하는 지점에 대해서 모두가 입을 모았던 것이 산안부서의 사업이 아니라 조합전체의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가 핵심적인 내용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의 과제를 노동운동 전체의 과제속에 녹여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는죠. 당시에 지적한 것이 실현되는 것 같아요. 노동운동의 발전 속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힘들이 길러지고 있었고 그만큼 요구들이 컸다는 거지요. 물론, 근골격계 직업병이 현장에서 큰 고통을 주었기 때문에 심각한 사안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우리가 조직해내고 사업을 만들고 투쟁을 만들 수 있었던 우리 노동운동의 건강함들이 있었다는 거지요.


권영준 : 그런데 난 근골격계질환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크기라든지 그런 것도 중요했다고 봐요. 또 예전처럼 누구 한사람의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많은 조합원들에 걸쳐있는 문제였다는 사실도 중요했죠. 이 문제를 하면서 다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제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겠죠.


박세민 :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사실 변화는 이제 만들어진 것이고, 부분적으로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것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봐요.


조태상 : 맞습니다. 금속연맹에서 제안했듯이 근골투쟁은 조직혁신의 과제와 맥을 같이하는 거죠. 그러면 이 싸움들은 크게 보면 전 조직적으로 결합해야 하는 것이고 좀더 세분화시키면 조직업무 담당과 같이 진행이 되야 하는데 이제까지 우리 내부에서는 그런 전략자체가 없다라는 겁니다. 안전보건 하는 활동가들이 잘하면 되는 거고, 그 성과가 조직의 강화나 재조직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고마운 것이고, 그렇게 까지는 안되더라도 산재환자 생기면 치료하고, 수술해서 고치면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아직 많거든요. 그래서 아까 금속의 박국장이 말씀했던 것처럼, 전체로 확대되면서 실제로 노동조합을 재조직화 하고 조직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산안문제를 '자, 근골격계 문제로 촉발된 이 문제를 가지고, 정말 조직적으로 우리 노동조합 이래서는 안 된다. 자판기 노조라는 오해를 벗자'라는 조직적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것을 바꿔내지 않으면 이 싸움 우리가 큰 기획 속에서 나가고 있지만, 용두사미가 될 수 있는 그러한 소지도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조성애 : 충청권에서 전화를 몇 번 받았습니다. 금속 충북지부가 근골투쟁을 작년부터 굉장히 열심히 했고, 그것이 동력이 되기도 하고, 한때는 발목을 잡기도 했답니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지역 내에서 그 싸움들이 입소문이 났겠죠. 그러면서 저게 정말 필요하구나 하는 것들이 설득이 되는 과정이 있었다네요. 금속이 아닌 화학사업장 두, 세 군데서도 우리도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답니다. 왜냐하면 '저 사업장에서도 저걸 했어, 그럼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아' 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고, 법제화가 되면서 회사에게 근골 문제 다루겠다고 했더니, 회사는 해야겠다고 대답을 하는 분위기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상담이 들어왔답니다. 일단 회사랑 공동으로 하지만, 노동조합이 뭘 준비해야 하냐, 뭐가 필요하냐 이런 것들을 물어온다는 거죠. 그래서 금속이 하는 것을 보면서 먼저 노동조합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주도권을 노동조합이 잡으라고 대답해줬답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금속이 정말 선두로 나가는 것이 중요했고, 그것을 지역 내에서 다른 연맹이나 다른 조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 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군요. 법이 만들어지면서 사업주가 따라 올 수 밖에 없는 조건은 만들어졌고, 이 상황에서 근골사업을 잘 하려면 노동조합이 주도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고민해야 주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노동조합 활동의 혁신이었다고 봐야겠군요. 그럼 좀 더 그 내용을 세부적으로 검토해 볼까요? 노사간의 관계에서 먼저 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법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고, 법에만 국한하지 않고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 어느 분이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박세민 : 할 일이 많습니다. 법개정 하면서 많아졌죠. 일단 어느 사업장이나 근골격계 직업병 없는 곳이 없죠. 그러니까 조합원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조합이 먼저 사업을 시작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교육, 홍보를 하고,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환자를 찾아내는 검진 사업을 하고, 산재신청을 하고.... 그러면서 전 사업장의 문제라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서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내는 대중적인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사측과의 교섭이 실제로 진행될 수 있는 거죠. 처음부터 사측과 협의를 시작하면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증상호소자에 대한 검진이야 우리와 함께 하는 의사들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밀검진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의사와 환자를 만나게 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특진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어려운 과정이 아니거든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근골격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먼저 구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사업장 얘기입니다. 실천단이건, 실행위원회건 말이죠. 조합원들 의견 수렴해서 우리 조합원들은 문제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뭘 개선해야 하는게 좋을지 제기된 문제를 고민하고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춰야 합니다.


조태상 :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금속과 같은 경험이 다른 사업장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고민인 겁니다.  지침서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죠. 세부적으로 어떻게 해왔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쨌든 당장 내년 6월까지는 모든 사업장이 유해요인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사업장별 대응은 당연히 앞당겨져야 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먼저 준비를 해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박세민 : 그런데 유해요인조사를 해야하는 사업장은 일부 사업장입니다. 유해조사를 해야 할 법적인 범위를 놓고 보면, 아직 구체적으로 기준이 없는 것입니다. 경총에서 곧 방침이 내려가지 않겠습니까?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법 몇 조, 뭐에 해당하니까 이런 상황이 아니면 대처하지 말라는 식으로. 저는 그래서 유해요인조사를 그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환자를 찾아내는 일련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회자 : 일단은 사측이 먼저 움직이는 곳들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조합이 지금 준비를 안 하게 되면 많이 어려워 질 수 도 있다는 판단이 서는데요.


조태상 : 그럴 수 있죠. 예를 들면 이 지침서를 팔아보니까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금속사업장이 반 이상을 사갔고, 삼분의 일이 어디서 사갔냐 하면 사업주들이 사갔어요. 근데 사업주들이 사간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사고 있지 않아요. 사업주 쪽에서 산 곳은 몇 권씩 재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얘들에게는 어차피 우리의 전략이 다 노출되어 있는 것인데, 그럼 사측이 먼저 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의 현실적 고민이 앞당겨져야 한다는 겁니다.


권영준 : 만약에 유해요인조사나 뭐 이런 것을 사업주가 먼저 시작해서 위험하지 않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면, 3년간 유해요인 조사를 안해도 되는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가요?


박세민 : 그렇죠. 3년 후에 다시 할 수는 있지만요.


조태상 : 그렇기 때문에,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환자를 찾아 내는 것이 예방활동을 요구할 수 있는 핵심인 것 같아요. 지금 법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네요. 환자를 만들면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할 수 있도록. 사측의 경우에는 법에 나와있는 것 먼저 시행하면서 조용히 끝내고 싶겠지만, 문제를 덮으려고 할 경우 노동조합이 환자를 찾아내면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사회자 : 대략 입장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근골격계 직업병 사업을 하면서 노사간의 관계에서 노동조합이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박국장님이 제기하셨던 일련의 활동과정을 통해서 환자를 찾아내고, 자체적인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현장내에 활동가들을 두어야 하는데, 그것이 실행위원회 같은 노동조합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임상혁 : 저는 한가지를 더 얘기하고 싶어요. 여러 사업장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거든요. 상당히 많은 사업장에서 집단 직업병 인정 투쟁을 해왔습니다. 이 싸움을 통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려고 하는 현장 개선 투쟁으로 전환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 방향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환자를 찾아내는 것 이후의 문제들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실에서는 노동조합이 먼저 주도하는 사업장도 있을 수 있고, 사측이 먼저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대안이나 내용이 준비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침서의 내용을 가지고 더 얘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 그렇군요. 환경의 개선, 노동강도,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인데, 지금은 환자로부터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디로 갈 것이고,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박세민 :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가 발생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김신범 동지가 교육센터를 통해 몇 년째 현장 다니면서 교육하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이해하고, 제기하고, 풀어갈 수 있는' 틀 거리가 만들어져야 가능한 겁니다. 근골격계 문제와 관련하여 작업환경 개선과 기본적인 원칙 부분은 어떻게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고 참여하면서 이것을 끌어낼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이어져야 하는 거죠. 지침서에서는 이런 것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구를 제시했습니다. 현장활동체계가 그것이죠. 세부적으로 보면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현장활동체계라는 것이 근골격계 문제가 제기되고, 대응방법이 결정되고, 활동의 성과가 평가되면서 다시 수정되고 보완되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틀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현장활동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잘 해야 합니다.


사회자 : 독자들이 조금은 막연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조금 구체적인 부분을 얘기해 주실 분은 없나요?


조태상 : 예를 들면 몇몇 사업장에서 사례들이 있습니다. 투쟁 이후에 현장개선으로 인력충원이 있고, 비정규직도 들어오고, 정규직도 들어오고. 그리고 또 생산량을 좀 줄이거나 조정한 것도 있단 말이죠. 근데 이런 것들을 보다 많은 사업장에서 이루어내려면 박국장이 얘기한 것처럼 대책기구 등 지속적인 활동기구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인력의 문제를 산안쪽에서 담당자 몇 명이 모여서 얘기한다고 되겠습니까? 환자를 만들 물리력은 있는데 이런 문제는 잘 안 된단 말이죠. 이건 노동조합의 자기방향과 정책방향과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는 거예요.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 비정규직 얼마 쓸 수밖에 없다고 하는 곳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 많은 사업장에서는 환자대비 결원인원 어떻게 할 것인가 조율이 되야 하는데 아직까지 조율이 안 된다는 거예요. 현장의 의견을 모으고, 조합원들을 교육시키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나가는 것은 대책기구를 통한 대중적 활동 속에서 가능한 거죠. 근데 우리는 아직 그것까지 나갈, 그런 주제를 다룰 대책기구들이 아직 탄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 면을 얘기하신 것 같아요.


임상혁 : 그런 문제는 이제 현장활동 속에서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대책기구는 이미 상당히 많은 곳에서 위원회로 만들었거나, 산보위로 대체하여 운영하거나, 단협으로 쟁취했거나,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대책기구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공가를 받아내는 경우도 있죠. 그러니까 대책기구에 참여하는 활동가들이 어떠한 무기를 가지고 일해야 할 것인지 그런 내용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용접장비가 한 30 킬로그램 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걸 들고, 메고 움직인다거나, 계단을 올라 다닌다거나 하면 사람이 아픈 게 당연한거죠. 이러한 작업에 대해 쉽게 노동자의 손으로 위험요인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노동자의 손에, 대책기구에 참여하는 활동가의 손에 쥐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또 다른 얘기입니다만, 재미있었던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죠.  제가 어떤 사업장에서 대책기구에 참여하는 활동가들과 토론을 했습니다. 우리 사업장에서 근골격계질환 유발요인이 뭐냐고 물어 보았더니 30가지 정도 얘기를 해요. 그 중에서 자장 중요한 것이 어떤거냐 그랬더니 놀랍게도 뭐가 나왔냐 하면 교육이 나왔습니다. 노동자들이 모른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뭐냐하면 차등승급제가 두 번째였어요. 현장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대화하고 대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싸움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주도성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움직임을 우리가 빨리 가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법안이 만들어진 이후 회사쪽은 실제로 대응하기 시작했거든요. 우리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박세민 : 현장의 위험요인에 대해서 쉽게 평가해 볼 수 있는, 또는 체크해 볼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이... 글쎄요.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문제될 것 없는 것 아닐까요? 한 번 체크해 보면 그 다음에는 사용 안할 가능성이 큰거니까요. 굳이 다시 한 번 얘기를 해보자면 우리 조합원들한테 사전에 교육시키고, 자기가 어깨 아프고, 허리 아프고 그런 문제가 있으면 작업장 원인에 대해서 부서별로 제기하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부서별로 몇 십 가지씩 나옵니다. 이러한 과정을 상시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하구요, 몇 십가지 중에서 뭘 우선 과제로 할 것인지를 계산해보고 거기에 대해서 부족한 점들에 대하여 다시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임상혁 : 우리 지침서에서도 박국장이 한 얘기를 그대로 담았어요. 실제로 현장노동자들이 어떤게 위험하며, 뭐가 위험한지, 뭐가 힘든지 노동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침서에 나와 있는 체크리스트는 실제로 안전공단에서처럼 만들지 않았어요. 장난감 같이 쉬운 거죠. 그거는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박국장 말씀처럼,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나고 문제를 정리하고, 대책을 세우고, 활동을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회자 : 네, 정리를 좀 하겠습니다. 일상활동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군요. 조합원들이 불편해 하는 것들을 파악을 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요구를 만들어내고, 그리고 그런 것들을 실제로 따내고... 그 다음에 다시 평가해서 정말 우리 환경이 변화되고 있는가를 조합원들과 나누고, 근본적인 문제들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속에서 조합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기 할 얘기를 꺼내게 만드는 것.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상혁 : 지침서 관련된 토론이니까 좀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나무만 보이고 산은 보이지가 않는 경우들이 있어요. 저는 이러한 문제들이 평가도구에 원인이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침서에 있는 평가도구들을 사용한다면 산을 볼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사회자 : 평가도구가 기존의 것들과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다른 점은 기술주의적, 전문주의적 관점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임상혁 : 기술주의적이고 전문주의적일 수 있지만, 노동자들의 것으로,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굳이 전문가 부르고, 산업안전공단 들어오고 이런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현장의 위험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자 : 평가도구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잠시 한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강도 평가를 해볼 수 없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지난 4월의 지침서 개발 공청회에서는 노동강도 평가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정리했던 것 같은데요.


조태상 : 일각의 전문가들은 노동강도 평가를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중요한 과제로 잡고 있는 거고, 다른 일각의 전문가들은 우리 조건에서는 노동강도 평가해봐야 자본에게 이용만 당하니까 하지 말고 가자는 겁니다. 두 가지 입장이 있는데 어느 것이 맞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제가 잘 모르긴 하지만, 역시 핵심은 노동강도 평가를 누가 하느냐 아니겠습니까? 결과를 어떻게 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좋은 전문가가 들어가서 노동강도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자기 조직력을 가지고, 기조를 가지고, 평가를 하면 평가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안하는 겁니다.


임상혁 : 사회자께서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오해하신 부분이 있군요. 일각의 전문가는 평가하지 말아라 라고 했다는데, 그 일각이 나를 얘기하는 것 같아서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그래요. 노동강도를 평가해야 해요. 그런데 누가 하느냐? 노동자가 해야 한다. 전문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전문적인 틀 거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겁니다.


박세민 : 현실적으로 답답한 게 있습니다. 인원충원이 필요하다고 투쟁의 성과를 만든 사업장이 있습니다. 외곽지원팀으로 300명 정규직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현재 적정생산표준의 70%이상을 작업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무슨 결론이 나오느냐, 인력 재배치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현장에서 환자는 계속 발생하는데, 여유율 이런거 평가하면 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지금 현재 하고있는 작업 여유율 이라던가 이런 평가 가지고서는 영 답이 안 나오는 거고, 우리는 뭐 여전히 무식한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환자 나오고 아픈 사람 많으면 덜 일해야 하는 겁니다.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힘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사회자 : 네, 잘 알겠습니다. 노동조합에서 내용을 가지고 추진하지 않고, 노동강도 평가하면 뭐 좀 유리한 것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이 드는군요. 우리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이제 마지막 주제를 얘기합시다.



세 번째 토론 : 전국적으로 투쟁을 벌여나가야 할 부분은?



사회자 : 전국적으로 우리가 공통된 투쟁을 벌여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현장의 활동 속에서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민주노총에서 투쟁본부를 준비하고 있는데, 투쟁본부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에 대한 제안도 좋겠습니다.


임상혁 : 전국적인 정책이나 이러한 것을 투쟁본부에서 다뤄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노동부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형태의 고시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단 말이지요. 직업병 인정이나, 치료기간 같은 문제도 보나마나 툭 던져놓고 끝내버릴 가능성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힘으로 막아내겠죠. 하지만 노동부는 "알았어" 해놓고는 나중에 또 툭 던지는 식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투본에는 전문가들이 당연히 결합해야 합니다. 투본에서 조직해야죠. 현재 직업병 인정기준은 예전보다 20 % 정도 진보한 겁니다. 우리가 싸운 것에 비해 성과가 낮다고 볼 수 있어요. 더 싸워야 합니다. 치료기간이 설정된다는 것 자체는 진보가 아니라 퇴보인거구요. 이런 것에 대한 싸움을 여러 힘을 모아 해내야 하는 겁니다. 대정부를 향해, 그리고 자본측의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하는 조직들을 향해 강한 압박을 하는 것이 하반기 싸움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권영준 : 근골투쟁에 있어서는 집단요양투쟁으로 산재인정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계속 집단적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여러 사업장에서 집단요양투쟁 한 이후, 또는 집단요양투쟁을 하지 못한 경우 개별 산재승인신청을 하는데 이러면 승인이 잘 안되는 경향이 있어요. 집단에서는 집단의 힘으로 되지만 개별에 있어서는 그전에 인정되던 부분들이 불인정 된다든지... 근로복지공단의 문제겠죠. 아까 얘기했던 직업병 인정기준이 그전에 비해서 점점 더 엄격해 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의 대책이 필요하죠. 또, 집단 요양이 들어가면서  환자를 관리하는 부분이 지침서에는 약간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만, 산재요양에 들어갔던 환자들이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관리안되고 그런 부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 : 근골격계 문제가 여러 가지 온갖 것들을 다 끌어내는군요. (일동 웃음) 산재인정의 불합리함과 근로복지공단의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도 아니죠. 아무래도 우리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특히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법은 언제든지 개악될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어요.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언제든 규제완화라면서 풀려버린다는 거죠. 우리가 싸운다는 것은 민주노총이 성명서 하나 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현장의 활동가들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필요한 행동이 있을 때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오늘 여러 가지 얘기를 들으면서 또 욕심이 납니다. 근골격계 투쟁이 우리 노동운동 진영에, 안전보건운동 진영에 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마도 박세민 국장은 이제 싸움 시작했는데, 또 뭔 토론만 할거냐 하면서 싫어하시겠지만... (웃음) 내년에 열심히 싸우고, 그 부분을 정리하도록 자리를 한 번 만들어봅시다. 마지막으로, 지침서를 만드신 분들께서 현장 동지들에게 이 지침서에 대해 한마디씩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성애 : 일단 책이 책같이 나와서 좋아요. 나름대로 편집이 잘 되어서. 그런데 내용은 정말 현장에서 얼마나 충족되는 내용인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실으려고 했는데, 그게 뭐 글자로 찍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면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침서보다 지침서의 맨 앞장에 있는,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인가, 만든 동지들인가 그 사람들을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책 만원이에요? 만원 주고 하나 살만하죠.


권영준 : 책이 잘나와서 좋다고 저도 생각하고요.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책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자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많은 자료와 책이 만들어지기 바랍니다. 너무 문건스럽게는 만들지 마시구요.


조태상 : 특별한 말씀 드릴건 없네요. 많이 활용해 주셔서 지침서 이따위로 만들면 안된다,  사기치지 마라, 뭐 이런 현장의 평가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김은기 : 저는 간사로써 참여했습니다. 여기 참여하신 분들이 너무도 고생들 많이 하셨죠.  어떤 날은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저녁까지 먹으면서 늦게까지 회의하고 검토하고,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이 책이 정말로 좀 활용될 수 있는 그러한 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구요. 나아가서는 이제 민주노총에서 적극적으로 하시겠지만 업그레이드가 자꾸 되어서 좀더 내용이 풍부화되고 구체화 될 수 있는, 현장의 우리 동지들이 좀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성애 : 참, 지난번에 이 책 중에 충북지역간부들 얘기는 그 지역 간부들만의 얘기가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했는데 결국 충북지역이라고 나왔어요. 이거 충북, 충남, 인천의 동지들이 이야기한 겁니다.


박세민 : 조태상 부장의 얘기를 빌어서 얘기를 하자면 ,현장의 많은 요구가 있었으면 좋겠고,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고. 지금 현장 투쟁의 과정에서 보탬이 되고 그리고 투쟁을 평가해서 볼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는데, 다양한 현장 투쟁 속에서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실제 재미있고 보탬이 될 수 있는 풍부한 평가들이 나와서 빨리 2판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자 : 모두들 감사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딱 덮으면서 '아! 민주노총 고맙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많은 부분 우리가 근골투쟁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오고 있고, 어려움도 부닥치고 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근골투쟁 때문에 생긴 어려움이 아니라 어찌보면 계속 누적되어 왔고, 잘못 사업해왔던 어려움들 이니까 이제 바꿔내고 새롭게 우리 운동을 펼쳐 나갈 때라고 인식한다면, 아마 초보 활동가들이 읽으면서도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오랜 시간 함께 토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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