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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노동안전보건단체, 시민사회단체, 민주노동당홍희덕의원실 등이 참여하는 ‘석면피해 예방과 석면피해 건설노동자 찾기 및 지원 캠페인’단(석면 캠페인)은 지난 7월 28일 첫 번째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서울 상암2지구 SH공사 한신 및 중앙 건설현장 앞에서 본격 시작을 알리는 발대식을 가진 후 건설노동자들을 만나 리플렛과 스티커를 배포하며 석면피해 중심에 건설노동자가 있음을 선전하였다. 석면 캠페인은 석면피해가 소비 물품 중심으로 언론을 타면서 외면된 노동자, 특히 건설노동자의 석면문제를 알리려는 노력이다. 직접 생산에 관여하면서 가장 많은 노출 위험을 감수하는 노동자이지만 이들은 언론과 대책에서 소외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면 정말 노동자, 특히 건설노동자는 석면피해가 그리 심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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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물에 쓰인 석면함유자재들. 건물 하나에 이렇게 많은 석면함유 건축자재가 쓰였다. 석면 위험성을 모르던 시절,

석면함유 건축자재를 보호구 없이 취급하였다거나 비산된 석면 분진을 호흡기로 흡입하였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질병별 산업별 직업별 석면피해자 통계 구축해야

 

안타깝게도 건설노동자 중 석면질환에 걸린 사람이 몇 명인지, 악성중피종 피해자는 몇 명인지, 앞으로 얼마나 피해자가 나타날 것인지, 어느 시점에서 피해규모가 최고조에 이를지… 관련 통계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용되는 통계는 석면 생산·수입·수출 소비량과 주요 사용용도, 악성중피종 발생 및 사망 건수 정도이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보면 1970~90년대 석면을 집중 사용해온 우리나라는 10~40년의 잠복기를 고려, 2045년에 석면 피해자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러울 정도로 통계가 잘 잡혔다. 질병별, 산업별, 직업별 통계가 연도별로 제시되었다. 골고루 통계를 제시해야겠지만 주제에 맞게 건설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추어보자.(다른 업종 통계는 ‘석면노출 고위험 직업 더 있다’ 기사 참조) 우선 미국이다.

미국의 1990년~1999년 산업별 석면폐 사망자수는 2,859명이다. 이중 건설업 사망자 수는 702명(24.6%)으로 기타 산업을 제외하면 최고 수치였다. 건설업을 다시 직종별로 세분화한 통계에서는 배관공 238명(8.3%) 전기기사 125명(4.4%) 목수 120명(4.2%), 보온 108명(3.8%) 용접공 78명(2.7%) 등으로 사망자 수가 잡혔다. 1999년 악성중피종 사망자 수는 모두 541명으로 건설업은 77명(14.2%)으로 역시 기타 산업을 빼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영국의 악성중피종 상위 20위 남성 직업 통계(2002~2005)를 보면 1위 목수(358명 사망)에 이어 보온·덕트공, 전기기사, 배관공 등으로 건설업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의 발암물질데이터베이스 CAREX의 유해물질별 노출인구 추정 통계에서도 건설노동자가 석면노출 1순위였다. 일본의 2007년 건설업 폐암 및 중피종 산재·석면구제법 지급결정 건수를 보면 폐암이 260명, 중피종이 258건이었다. 이중 다수를 차지하는 세부 직업은 건물 해체, 이동 및 철거를 포함하는 건축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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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질환은 오랜 잠복기 때문에 석면을 질병원인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석면캠페인단은 피해자를

찾아 보상문제까지 거론할 예정이다. ⓒ 건설연맹

 

수면아래 숨겨진 석면피해자를 찾아라

 

이들 나라의 석면 취급과 피해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도 심각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는 통계체계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과거에 석면이나 석면 함유 제품을 취급하였음에도 석면의 긴 잠복기라는 특성 탓에 노동자 스스로 석면질환을 의심하기 힘든 환경도 있다. 건설노동자도 석면질환 증상의 일부인 마른기침, 호흡곤란 등이 나타났을 때 석면피해를 의심하기 보다는 담배나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먼저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베이비파우더, 화장품 등 소비재에는 석면 관심이 높지만 노동자 영역에서 석면은 아직까지 급한 불이 아니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연맹)과 노안단체, 시민사회단체가 ‘석면피해 예방과 석면피해 건설노동자 찾기 및 지원 캠페인(캠페인)’을 준비, 전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면 캠페인은 다수의 노동자가 석면피해 대상자임에도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조합과 단체가 직접 거리와 건설현장에서 수면 아래 숨겨진 피해자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캠페인은 언론이 주되게 보도한 환경성 피해자 못지않게 이를 직접 취급하는 노동자, 특히 건물 시공·보수·해체에서 석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건설노동자의 피해와 대책을 중심에 놓고 전개한다.

 

캠페인 슬로건은 ‘추락만큼 무서운 석면, 건설노동자 폐가 무너진다’와 ‘추락만큼 무서운 석면, 폐질환 건설노동자를 찾습니다’ 두 가지로 정했다. 슬로건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은 산업재해 비율을 차지하는 추락만큼 석면으로 곧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위험을 알리는 의미를 담았다. 물론 알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피해자를 적극 발굴하고 보상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건설연맹은 현재 캠페인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석면피해 예방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7월 말 시작된 서울 지역부터 앞으로 대구, 광주, 부산, 여수, 광양, 울산 등 전국을 누빌 계획이다. 10월부터는 대도시 중심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석면피해 예방과 석면특별법 선전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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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면캠페인단 출범식. 건설연맹과 노동안전·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월 28일 태평로 옛 삼성본관 앞에서 캠페인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삼성본관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석면피해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노동자가 석면문제 주체

 

우리나라 안전보건 정책과 제도는 사후약방문이 많다. 1980년대 문송면 수은중독, 원진레이온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부터 2000년대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디메틸포름아마이드(DMF) 중독에 이르기까지 사망이나 집단 중독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관련 제도와 정책이 변했다. 석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석면방직공장이었던 부산 제일화학 노동자들의 석면피해가 알려지고 석면폐광 지역 주민이 석면질환에 걸렸음이 밝혀지고 석면탈크가 소비재에 함유된 사실이 보도되자 정부 부처가 부랴부랴 석면대책을 논의하고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부 정책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석면문제를 바라보는 노동자 관심과 입장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라도 노동자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작업장에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석면피해 예방과 석면피해 건설노동자 찾기 및 지원 캠페인’은 노동자가 석면 문제 주변인이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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