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9 21:33
이 글은 일과건강 2008년 11월호 기획특집 <현대자동차 주간연속2교대가 희망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 원고 중 하나 입니다. 원고 필자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최병승 님이며 저작권은 일과건강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본 내용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와 필자 이름을 명기해주십시오.
필자는 지회집행부가 아니기 때문에 지회 대응방향은 집행부 입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당부 드립니다. <필자 주>
정규직보다 훨씬 심각한 노동강도
현대자동차는 아산, 전주, 울산의 생산 공장과 남양연구소, 판매사업소, 정비사업소로 구성되어있고, 이 모든 부분에 하청노동자들이 노동하고 있다. 전체적인 규모 파악은 어렵지만 지난 101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자지부 집행부가 밝힌 하청노동자는 대략 35,000명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열악하다고 얘기한다. 사내하청 특수성상 약간의 구분이 필요하다. 형식적으로 글로비스가 재하청을 준 수출선적부(방청, 수출QC, 운송 등)와 부품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는 2차~3차 하청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한다. 따라서 노동 강도도 살인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정규직과 혼류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1차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설비 및 부대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작업장 조건은 비슷하지만 노동 강도에서 정규직과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은 작업성이 나쁜공정(중량물 공정, 차 안에서 작업해야 하는 공정, 분진 공정, 위험한 공정 등)에서 일하고, 동일 M/H라 하더라도 작업이 두 군데로 분산되어 작업을 위한 이동이 많으며, 정규직에 비해 M/H가 많은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교대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작업시간 중의 휴식도 불가능한 일이 많다. 따라서 반복 작업으로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하청노동자들은 근속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열악한 작업조건으로 인해 중대 산업재해도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낫다’는 1차 하청이 이정도 인데, 이보다 열악한 2~3차 하청노동자의 건강권 말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구분 |
당사자료 |
울산 |
전주 |
아산 |
기타 |
비고 (08년 6월 말 기준) | |
사내협력업체 |
계약 |
8,044 |
6,008 |
809 |
952 |
275 |
남양:115 / 본사 콜CTR:160 |
자체보유 |
674 |
523 |
70 |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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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치(약 7%) + 관리자 | |
1. 한시하청 |
822 |
661 |
118 |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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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2,3차 업체 |
2,300 |
2,000 |
50 |
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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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불가함. 어림수 | |
3. 해고자 |
109 |
94 |
0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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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지회의 해고 주장 인원 기준 | |
4. 식당업체노동자 |
1,271 |
638 |
117 |
105 |
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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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판매대리점 노동자 |
5,6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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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개 지점. *카 마스터 5,023명 / 업무과 610명 | |
6. 정비전국사업소 내 노동중인 업체 노동자 |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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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 직영사업소 * 유리, 시트, 오디오 등 | |
7. 모비스소속 업체노동자 |
4,350 |
1,3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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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전문사(1377명) 제외 | |
8. 기타 (시설/미화) |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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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
25,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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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제외된 인원 (추후 논의) | |||||||
정비그린써비스 |
1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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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개 업체 | |
일반직 |
9,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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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조합원 범위 전사 간부사원 | |
현대자동차비정규직 |
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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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근로자 및 별정계약직 | |
* 101차 대의원대회 현자지부 자료에서 발췌 |
재앙이 될 수 있는 심야노동 철폐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시기,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요구의 방향으로 주간연속2교대가 제기되었다. 그리고 딱 10년이 지난 08년에는 ‘고용불안 없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주간연속2교대가 제기되었지만, 어떤 것 하나 쟁취하지 못하고, “줄어든 시간만큼의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자본의 생산성 향상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 세부사항에 합의했다. 근무형태변경추진위와 노동조합 소식지를 통해 제시되었던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요구는 어떤 것 하나 포함되지 않았다.
컨베이어 흐름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는 자동차 생산과정의 특성으로 정규직 노동조건의 변화가 그대로 하청노동자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최소한 하청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주간연속2교대는 하청노동자들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정규직 중심의 합의만이 존재했다.
라인작업 중인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동자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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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근무 ① (10+10/ 특근 없음) |
합의서 적용 근무 ② (8+8/ 특근 없음) |
임금 및 시간 차이 ① - ② | |
A조 |
정취 |
240시간 |
240시간 |
|
연장/야간 |
87시간 |
30시간 |
57시간 | |
임금 |
1,452,465원 |
1,193,970원 |
258,495원 | |
B조 |
정취 |
240시간 |
240시간 |
|
연장/야간 |
87시간 |
30시간 |
57시간 | |
임금 |
1,452,465원 |
1,193,970원 |
258,495원 | |
■ 근무일수 기준 (08년 11월) ■가정의 날 적용(주간 조 수요일 잔업 없음) ■ 시급 기준 (03년 10월 입사자/ 1시급: 4408원/ 2시급: 4535원) |
위 표에서 확인되듯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는 ‘10+10 물량’을 ‘8+9’안에 생산하기 위해 UPH UP, 편성효율 증가, 휴일축소, 휴게시간 축소, 안전교육 시간외 실시 등을 통해 지금보다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지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심야노동을 철폐하여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자는 주간연속2교대 관련 합의가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온 것이다.
정규직 전환으로 삶의 질 하락 막아야
완성사의 주간연속2교대 시행은 사내하청,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으로 다가온다. 사내하청노동자의 삶의 질 하락 없는 주간연속2교대는 정규직노동자와 동일하게 적용하여 시행하는 것이다. 즉, “사내하청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합의를 작성하면 된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동일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조건, 아니 더 어려운 공정에서 일하면서도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그리고 잦은 산업재해에 시달리는 하청노동자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때만이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현자지부가 합의한 합의서로는 사내하청노동자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현재 사내하청으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된다.
주간연속2교대제 시작이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면, 주간연속2교대 시행을 위해 신규공장을 신설하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신규공장 신설에 필요한 인원으로 충원 등의 방안 마련으로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의 기준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전원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조건에서 기준을 필요하다면 예스코(구 극동도시가스) 노동자들의 대법판결과 03년 금호타이어 노사합의와 같이 2년 이상 된 불법파견 노동자는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년 미만은 직접고용(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2년이 경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는 이미 ‘08년 현자지부 근무형태변경위원회 요구안으로 제출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 전체에 적용되는 합의로 가자
현자비정규직지회는 6년차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 건설 6년 동안 10명의 동지가 구속되었고, 20여명의 동지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며, 무수히 많은 동지들이 2억 원 가까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50여명 이상의 동지들이 정직이상의 징계를 받았으며, 100여명의 가까운 동지들이 징계해고 되었다. 실제 원하청 자본의 탄압을 방어하기도 급급한 상황이 현자비정규직지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하청노동자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도 주간연속2교대 투쟁에 침묵할 수 없다. 08년 현자비정규직지회는 ‘주간연속2교대 완전 쟁취를 위한 완성사·부품사·사내하청의 공동투쟁기구’ 구성을 제안했지만, 투쟁 기구를 구성하지 못했고 08투쟁을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이 사이 원하청 자본은 차량·부품 단종이라는 이유로 변속기에서 2공장에서 시트에서 수많은 하청노동자를 정리해고 했다.
현자비정규직지회는 주간연속2교대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 1차적으로 경제위기를 틈타 보다 공세적으로 진행될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구조조정(정리해고)를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08년 합의된 주간연속2교대 합의를 폐기하고, 완성사·부품사·사내하청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주간연속2교대 합의를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자비정규직지회는 금속노조 본조차원의 주간연속2교대 완전쟁취를 위한 공동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신규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때에만 정규직 중심의 합의가 아닌 자동차산업 전체가 적용되는 내용의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현자비정규직지회만의 힘으로는 가능성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자비정규직지회가 먼저 포기하면 울산공장의 1만 명이 넘는 사내하청노동자에게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