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과건강 2008년 11월호 기획특집 <현대자동차 주간연속2교대가 희망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 원고 중 하나 입니다. 원고 필자는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연구원 한인임 님이며 저작권은 일과건강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본 내용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와 필자 이름을 명기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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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임단협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과 시기를 못 박는 협상을 진행하였다.

심야교대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올 요구였다 ⓒ 교육센터

 

세계 공황을 자초할 것 같던 절망적 미국내 분위기가 최근 ‘버락 오바마’를 당선시키면서 급격하게 바뀌었고 이는 세계 증시를 반등시키는데도 기여하였다. 실물이 바뀌지는 못하였지만(향후 상당기간 침체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대심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도 대동소이한 상태라 보인다. 상반기와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정국이 끝나면서 우리 모두는 매우 허탈한 상황에 빠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봐도 현재로선 ‘이명박 정권’을 내칠, 이 정권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겐 가능성이 필요하다. 어떠한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면 여기에 터하여 더욱 확고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등에서의 주간연속2교대 도입 합의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신선한 요구 소기의 성과, 하지만

 

지난 임단협 투쟁을 거치면서 현대자동차 등에서는 노사가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 합의하였다. 사실상 이 합의는 지난 2005년 단체협약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합의를 구체화한 것이었다. 이번 합의를 접하면서 2005년의 뿌듯했던 감동이 크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합의가 가진 의미는 향후 우리나라의 노동자 운동, 그리고 노동자 건강권운동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졸고에서는 이번 합의가 가지는 운동적 의미를 분명히 짚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이번 합의에 있어 가장 고무적인 일은 ‘가능성을 열었다’는데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이것을 가능성으로 인식하고 정말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힘을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가 정말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번 합의는 2005년 현대자동차 임단협으로 올라간다. 협상에서 별도요구안으로 제출되었던 주간연속2교대제 요구는 노동시간 상한제를 포함하여 함께 제출되었다. 당시 노동조합의 요구는 매우 신선하였으며 사측과의 협상에서 2009년 1월 시행을 합의해 내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표 2)> 2005년 현대자동차 임단협 별도 요구안 합의 결과 중

 

조  항

요구안 주요내용(요약)

협의 결과

주간연속2교대제 관련 건

2008. 4. 1부터 시행

-2007.12.31 임금보전 방안 마련 등 노사합의

-2008. 3. 31 제반공사 마무리

2009. 1. 1부터 시행

-주간연속2교대제로 가기 전에 제반사항 노사협의 완료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2008년까지 선진해외업체의 평균노동시간 목표 개별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노동시간통제위원회 구성(노사 각 5명)

노동시간개선위원회 구성하여 조합원의 건강권 보장, 노동시간 단축, 생산특근 철야축소 및 개선, 생산성향상 방안 등을 마련(주간특근제와 연동)

주간 특근제 운영

야간 특근제 폐지, 주간 특근제 도입

임금보전을 위해 휴일 할증은 주, 야간 동일 적용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렇듯 중요한 합의는 대중적으로 인지되지 못하였다. 합의 이후 노동조합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수고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적용까지는 향후 수년이 남겨진 정책과제였으며 또한 당시 합의를 이끌어낸 집행부가 4년 뒤인 2009년 현실화될 이 사업을 진행할 주체가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집행부는 2008년 다시 이 결과를 받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볼 때 아쉬움이 매우 많다. 이는 현대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합의가 진행된 후 극히 일부 문제의식을 가진 자동차 부품업체 노사에서도 주간연속2교대 논의를 시작하였다. 만약 당시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합의가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쟁점화 되었더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좀 더 신속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결과를 2008년 올 해 거머쥐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05년 현대자동차 임단협에서 요구되었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과 이 시기가 못 박히는 합의를 확보한 측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대한’ 선택이었다. OECD 국가 중 최고의(압도적) 장시간 노동을 나타내는 창피함(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 동안)은 차치하더라도 야간교대제에 장시간 노동까지 이루어지는 이 상황은 어떻게든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였다. 특히 마지막 공정인 완성차에서의 문제는 전방산업인 금속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산별노조에서도 이 문제를 정책화시키고 물질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노력은 충분한 전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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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노동을 하는 한 노동자가 식사시간을 이용해 쪽잠을 잔다. ⓒ 울산노동뉴스

 

 대사업장이 줄이면 다른 곳도 준다

 

무엇보다 금번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바로 ‘양극화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는 획기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 운동이 위기다 아니다를 근본 쟁점으로 하지 않더라도 산적한 숙제더미에 눌려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리더쉽의 위기’, ‘노동조합 이기주의’, ‘관료주의’ 등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한다. 나는 이러한 문제인식들에 대하여 매우 동의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동자 양극화의 위기’라고 본다. 국민전체의 양극화도 OECD최고 수준을 나타내지만 노동자 양극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가 임금으로만 보더라도 2배 수준이고 기업복지 등을 합치면 그 이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장시간 노동에 집착하게 되면서 초과노동을 할 수 있는 구조의 대사업장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받는 구조가 정착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표 3)> 제조업의 규모별 조합원 수 변동(단위: 명, %) 

 

 

 

임금노동자 수

’05년 노동조합 조직률

1993

2005

증감율

1~49인

1,626,297 

1,870,531 

15.0 

0.4

50~99인

395,045 

404,855 

2.5 

4.0

100~299인

524,284 

484,813 

-7.5 

14.0

300~499인

192,604 

136,416 

-29.2 

25.8

500~999인

276,210 

140,888 

-49.0 

37.6

1,000인 이상

921,246 

413,390 

-55.1 

56.6

3,935,686 

3,450,893 

-12.3 

12.0

*주 : 조직률은 조합원수÷비농가상시근로자수×100

*자료 : 이병희(KLI), 『통계로 본 노동 20년』, 2008에서 재인용.

 뿐만 아니라 (고작 10%인) 노동조합 조직률에 있어서도 대사업장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는 현재 상황을 볼 때 이 문제는 그 골이 매우 깊음을 알 수 있다. 즉, 해결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었다는 것이다.

<표 4)> 제조업의 규모별 조합원 수 변동(단위: 명, %) 

 

 

 

임금노동자 수

’05년 노동조합 조직률

1993

2005

증감율

1~49인

1,626,297 

1,870,531 

15.0 

0.4

50~99인

395,045 

404,855 

2.5 

4.0

100~299인

524,284 

484,813 

-7.5 

14.0

300~499인

192,604 

136,416 

-29.2 

25.8

500~999인

276,210 

140,888 

-49.0 

37.6

1,000인 이상

921,246 

413,390 

-55.1 

56.6

3,935,686 

3,450,893 

-12.3 

12.0

*주 : 조직률은 조합원수÷비농가상시근로자수×100

*자료 : 이병희(KLI), 『통계로 본 노동 20년』, 2008에서 재인용.

 

그러나 대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면 점차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서의 노동시간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건강을 위협하는 교대노동도 심야시간에는 이루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줄어든(줄어들) 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투쟁’과 ‘사회임금 쟁취 투쟁’으로 맞받아쳐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노동자 내의 양극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고리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등의 주간연속2교대 합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향후 더 많이 남아있는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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