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학섬유연맹 노안국장 현재순


5년 전 192명, 2008년 50명

 

50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이천화재참사! 말 그대로 참사이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났다. 5년 전은 192명이었다. 숫자가 줄었으니 다행인가 ! 5년이 지난 2008년 1월 7일 이천 냉동창고에서의 불길이 솟지 않았다면 우리는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었을까!

 

세계가 함께 하는 산재사망노동자 추모

 

지난 1993년 5월 태국 케이더(Kader) 장난감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88명(이 가운데 174명이 여성노동자)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선진국 어린이들의 꿈이 담긴 장난감을 만드는 과정에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피와 죽음이 묻어있다”는 현실을 각성하게 하였다. 그 3년 뒤인 1996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Committee on Sustainable Development)’ 회의에 참석했던 국제자유노련 노조 대표들이 중심이 돼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를 위한 ‘촛불 밝히기’ 행사를 열었다. 국제자유노련은 “노동자를 죽이고 몸을 망가지게 하는 발전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다”고 상기시킨 것이다. 국제자유노련은 더불어 각 회원 조직에게도 이 날 행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고, 70여개 나라에서 촛불 밝히기 행사가 진행되면서 4월28일 추모행사가 시작되었다. 캐나다, 태국, 타이완, 브라질, 포르투갈, 도미니카공화국, 페루, 아르헨티나, 버뮤다, 파나마 등에서 4월28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였고 84개국에서 추모행사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열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88년 7월2일, 당시 15살 노동자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숨지고, 비슷한 시기에 원진레이온 사건이 사회화되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작업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텄다. 그 뒤 1990년부터 민주노조운동이 산업재해, 노동자건강과 안전에 관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1990년 7월을 ‘산재추방의 달’로 정하게 된 것이다. 이어 2002년부터는 4월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로 정해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빠라바라 빠라 밤~ 순회투쟁단이 간다!

 

하루 8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작년부터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은 노동자건강권 문제를 사회쟁점화 하는 사명을 우리에게 제시하였다. 여수 석유화학단지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 석면의 위험성을 알린 부산석면공장 문제, 한 사업장에서 15명의 노동자를 사망시킨 한국타이어 문제, 안전조치조차 없이 공사일을 맞추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천 냉동창고, 현대건설 청주하이닉스 증설 현장 건설노동자들의 문제 등이 연이어 발생하는 산업재해 심각성은 보수적이라는 한국 언론도 외면할 수 없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조합원 교육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업을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언론은 외면할 것이고 우리 가슴속에서, 국민들 마음속에서 잊어져 갈 것이다.

 

2008년 4월은 이런 절실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산재사망노동자들의 원혼이 구천을 떠돌며 우리에게 요구한다. 노동자가 억울하게 죽거나 다치거나 병들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조합원의 가슴속에, 국민들의 마음속에 새겨 주기를 말이다.
더욱이 사람의 건강과 생명보다는 자신들의 이윤추구에만 눈이 먼 정권와 자본의 개악된 산재보상보험법 시행을 올 7월 앞두었다. 억울하게 당한 것도 땅을 칠 노릇인데 산업재해 범위와 보상마저 축소하고 당연히 보상 받아야할 노동자 권리를 박탈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법 개악에 분노를 모으고 현장에서부터 대응투쟁을 만들어가는 4월이 되어야 한다.

 

자전거로 이슈 지역을 방문하게 될 민주노총 전국순회투쟁단은 이런 고민 속에서 기획되었다. 언제나 사고가 터진 다음 온 나라가 들썩이다가 이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처벌과 규제, 예방사업을 들먹이던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 현실을 조합원과 노동자와 국민들과 나눌 것이다.

 

7박8일 동안 이슈 찾아 10개 지역 방문

 

각 연맹・노조 노안활동가 25명으로 꾸려진 전국순회투쟁단은 4월 21일 울산을 시작으로 포항, 부산, 창원, 여수, 광주, 대전, 청주, 이천, 인천을 거쳐 28일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제가 있을 서울에 이르기까지 7박 8일의 순회투쟁을 전개한다.
울산에서 노동자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선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부산 석면문제, 여수 백혈병문제, 대전 한국타이어 문제, 청주 현대건설 문제, 이천 화재참사 문제, 인천 화물노동자 문제 등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정권과 자본의 이윤추구 현실을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알려내고 정권과 자본을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3월에 노동안전보건위원장 담화문 발표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월 사업을 전개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4월 중앙집행위원회에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과로사회 추방, 건설분과, 취약분과 사업 설명회를 배치하고 현장의 안전보건활동가를 중심으로 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뜻이 담긴 양초세트 판매로 현장 조합원 조직화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또한 산재사망노동자추모기간(4월 21일~25일)을 설정하고 민주노총 가맹․산하 전 조직 현수막 설치, 각 지역본부는 전국순회투쟁단이 도착하는 지역일정에 맞게 선전전 또는 집회에 적극 결합하는 지침을 실천해 남도에서부터 28일 서울도심 한복판의 대중적인 추모제까지 노동자 건강권쟁취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21일 울산 노동자건강권 쟁취 결의대회

 

전국순회는 투쟁단은 지역 안에서 자전거로 선전전을 하며 이동하고, 지역 간 이동은 버스를 이용하여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선전전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정하여 실시하고, 집회 등이 필요한 경우는 사전에 지역본부와 협의해서 추진하게 된다. 21일 울산에서 진행되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 결의대회와 28일 서울에서 있을 추모제는 대중적이고 규모 있게 진행하고 나머지 지역은 선전전 및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진행하되 다양한 선전선동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노동자 건강권 투쟁 역사상 처음 실시하는 전국순회투쟁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박 8일 전 일정을 함께 할 투쟁단을 조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많은 지역현안투쟁이 존재하는 가운데 지역순회투쟁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투쟁의 절실함을 먼저 느낀 한사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지역의 조합원, 국민들과 호흡하며 우리의 자전거순회투쟁단은 전국을 누빌 것이다. 28일 서울로 들어오는 날, 먼저 가신 산재사망노동자들의 분노와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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