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공단 밑바닥 노동자 이야기

2012.03.09 01:41

조회 수:13078

성서공단 노동조합 부위원장 박찬희


성서지역은 대구 최대 공단과 주거지역이 공존하는 곳이다. 달구벌 대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역이며, 한쪽은 대구 최대 규모인 성서공단이 자리하고 있다. 노동자 한 사람으로 보면 하루 24시간을 달구벌 대로 이쪽저쪽에서 다 보낸다고 할 수 있고, 그런 노동자들이 많다. 따라서 노동자의 가계 사정이 이 작은 지역사회에서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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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 수의 80%가 50인 이하 사업장

 

성서공단은 임금, 노동조건 등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영세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성서공단은 1980년대 중반 1차 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중반 4차 단지 조성까지 하여 현재는 대구 최대 규모의 지방 산업단지가 되었다. 공단 전체 규모를 보면, 5만5천의 노동자가 2,500여개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사업장 규모가 영세함을 알 수 있다. 이중에서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과반수이상이고, 사업체 수로 보면 80% 이상이다.
공단 전체로 보아도 조직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으며, 영세사업장은 거의 0에 가깝다. 4인 이하 사업장은 그 자체로 근로기준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노동조합의 부재는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내고 확보하는 것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속에서 영세사업장 사업주들은 ‘노동법 다지키고 사업하면 망한다’고 버젓이 주장하고, 그 나마라도 자신들이 사업체를 유지해서 고용을 유지한다고까지 말한다.
성서는 지역사회 자체가 인터내셔널 하다.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낼 수가 없다. 추산하기로 전체 중에 약10%는 이주노동자일 것으로 본다. 공장뿐만 아니라 시장, 마트, 공원 등 성서지역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이주노동자와 마주친다. 한국인들의 생각이 어떠하든 이미 같은 공간, 같은 생활환경에서 함께 공존한다. 또한 영세사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노동력이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체로 젊은 남성 노동력은 거의 이주노동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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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단 노동조합은 위와 같은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2002년 10월에 지역노조 형식으로 설립되었다. 또한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의 조직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이 지금도 진행되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 기획을 포함하고 있다. 산별노조는 10% 내외인 노동자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한다는 목표를 항상 포함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산업을 축으로 하는 종적인 질서가 강화될수록 횡적 질서인 지역연대는 약화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속에서 성서공단 노조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조직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는 가장 열악한 위치의 노동자들을 노조의 주체로 세움을 뜻한다. 물론 비정규직, 실업자 등도 조직대상이다. 그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공단 전체를 대상으로 활동을 펼치지만 정작 조합원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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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좋으나 가입은 갸우뚱

 

노조는 성서공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다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데이터 마련과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노동권의 사각지대 문제 등을 사회적으로 제기할 수 있기 위해서 실태조사를 해왔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05년 50인 이하 영세사업장 노동조건 실태조사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수치로 확인하는 실태조사였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월평균 147만원, 상여금은 연간 약 177% 수준이었다. 노동일도 주중 약4일은 연장근로를 하고, 토요일도 99%가 출근해서 4-5시까지 일했다.

 

2. 2007년 50인 이하 영세사업장 노동자의식 실태조사
2007년도 조사는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가가 초점이었다. 약 70%의 노동자들이 우호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입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약30%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물론 현실의 조직률은 그것도 되지 않는다. 여성, 저학력 등 보다 취약한 노동자일수록 노조 필요성은 높은데 반해 가입의사는 더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현실 노조운동을 하는 주체들에게 많은 반성과 이러한 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는 노조의 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던지는 것이었다.

 

3. 2008년 50인 이하 영세사업장 건강권 실태조사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주목하는 연장선에서 앞선 두 차례 실태조사 속에서 건강과 안전, 작업장 환경에 대해서 별도로 조사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공단 거리에 나가 노동자들을 1:1로 면접 조사한다. 5월부터 시작하였으나 여러 가지 활동으로 매일하지 못하는 조건과 또 현재는 폭염으로 잠시 휴식 상태다. 가을쯤엔 결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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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단노조는 크게 두 축의 사업을 한다. 하나는 영세․비정규노동자 사업이고 또 하나는 이주노동자사업이다. 각각은 노조 자체 사업과 지역 연대사업을 또 다시 축으로 가진다. 전자의 연대사업 축은 ‘성서지역 노동자․주민 기본권보장 공동대책위’와 민주노총 내의 연대사업이 있고, 후자는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라는 틀이 주요하다. 노동조합을 기본으로 연대단위들과 함께 선전, 교육, 투쟁, 상담활동들을 펼친다.

 

선전활동은 매월 선전물을 발행하고 출근선전전, 중식선전전을 진행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선전은 별도로 저녁시간이나 자주 모이는 곳 등을 찾아다니는데, 매월 정기적인 선전전만큼 많이 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선전활동과 연계되어 상담은 굉장히 많다. 대체로 임금, 고용, 산재 관련 문제들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좀더 내용이 다양하다. 상담은 노동자 개인에 대한 권리구제로 끝나는 경우들이 많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적 상태, 현장의 흐름 등이 노동조합으로 주요하게 포착되는 경로이기도 하다.
 
대구지역의 ‘좋은 친구들’이라는 노래패의 적극적 동참으로 수년째 꾸준히 하는 사업으로 일명 “밥 한술 뜨고 노래 한 자락 듣고”라는 거리공연이 있다. 봄, 가을로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공단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래공연이라는 문화매체를 통해 노동, 노동자, 권리들을 얘기하고 선전활동과 결합한다. 영세사업장이 회사 내 식당이 없어 공장 밖으로 점심식사를 위해 나가는 길목, 식당 앞 등에서 공연을 펼친다. 삭막하고 옆을 돌아 볼 여유 없이 노동에 매여 있는 노동자의 일상 속에 문화매체로 스며들고자 하는 사업이다.


한편, 지역에는 성서공단 노조보다 역사가 오래된 사업이 있다. 2001년부터 8년째 이어오는 사업으로 수요공연, ‘우리들 삶의 이야기 “공감”’이 그것이다.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있는 와룡공원에서 열리는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노동과 노동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공감대를 넓히고자 하는 사업이다. 작년까지는 “우리는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제목으로 하였으나 근로기준법이 너무도 너덜너덜한 현실적 상황과 노동자가 곧 시민인 상황에서 삶에 대한 보다 넓은 이야기로 공감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개명하였다. 여름 한철 매주 수요일에 노동, 교육, 민영화, 이주노동자 등 주제들을 갖고 매회 펼치지만 공연 자체는 노래, 몸짓, 연극, 영상, 풍물 등 다양하다. 공연하는 주변으로는 천막노동상담소를 노무사들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각종 선전 전시물도 펼쳐 놓는다.

 

투쟁활동은 기본적으로 연대투쟁이 주를 이룬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장기투쟁, 이주노동자투쟁을 중심으로 한다. 노조 자체적으로는 상담과 그에 따른 대응과 투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현장에 대한 조직화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투쟁이 있다. 이주노동자 투쟁은 주요하게 단속추방 반대, 노동허가제 쟁취가 주요투쟁이다. 가끔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쪽 나라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함께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미얀마민주화 투쟁 연대집회, 네팔 국왕 하야를 위한 연대집회, 전쟁반대집회 등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투쟁을 하더라도, 최소한 그 사업장 내 전체 노동자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목표를 설정하고, 더 나아가 공단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투쟁으로 조직하고자 한다. 이를 실현시켜 나가면 ‘공단협약’의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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