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폭발사고는 대림산업의 클리닝(물세척) 작업과

데드존(dead zone)체크 미실시가 부른 대형참사이다.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조사 1차 조사보고)

 

일과건강 현재순

 

314일 오후 850분 여수국가산단 내 대림산업 HDPE공장 저장조(사일로,silo)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현재까지 6명의 건설플랜트노동자들이 사망하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일과건강은 사고가 난 다음날인 15일 현장으로 내려가 노동조합과 현장공정전문가, 사고현장노동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이를 토대로 이번 사고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정리하였다.

<사고 내용 : 315일 대림산업 발표자료 >

고밀도 폴리에틸렌 중간제품인 분말상태(FLUFF)를 저장하는 저장조(사일로)의 내부 검사를 위해 맨홀을 설치하고자 저장조 2층에서 보강판 용접 작업 중 내부 잔존한 화학물질 분진에 의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장조 내부는 질소와 공기로 충분히 청소하였고, 가연성 가스의 잔존여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없어 작업을 실시한 것이다.

 

현재까지 대림산업은 사일로를 비우는 퍼지(purge)작업을 완벽하게 했다는 것과 어쩌다 남은 분진에 의해 어쩔 수 없는 폭발이 있었다는 식의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본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림산업은 제기되는 몇가지 의문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일 것이다.

 

현장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고의 문제점은

첫째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하기 전 당연히 알아야할 내용을 모른 채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원청인 대림산업이던 하청업체인 대원플랜트던 어디서도 작업과 관련한 안내나 교육은 없었다. 화기작업(용접)에 들어가면서 만일 탱크 내 폭발위험물질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 폭발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인지했다면 육안으로 확인된 분진을 보면서 어떤 누가 용접봉을 가져갈 수 있었을까!

 

둘째로는 이번 폭발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던 분진에 대한 클리닝(물세척) 작업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분말형태의 물질을 저장한 사일로를 청소할 때는 높은 수압을 이용한 세척작업을 해야만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실시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건설노동자들을 작업에 투입시킨 것은 불구덩이 속을 들어가라는 것과 같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셋째로, 현재 폭발원인과 관련해서 쟁점이 되고 있는 잔존가스 존재유무이다.

현장노동자들이 본 폭발상황은 30m 사일로 2층에서 불꽃이 튀면서 1차 폭발 후 강력한 2차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대림산업은 잔존가스는 100% 퍼지되었고 분진만으로 이같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장노동자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잔존가스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분진에 의한 1차 폭발 후 가스로 옮겨 발화되면서 2차 폭발이 더욱 강력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탱크 퍼지 작업절차를 확인해보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잔존가스에 대한 100% 퍼지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잔존가스 체크시 데드존(dead zone)에 대한 체크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데드존이란 함은 사일로 퍼지 시에 탱크 내 배출이 어려운 사각 지대(보통 상부 모서리지역)이다.

한편, 작업허가서가 나오기 위해서는 퍼지가 완료되었다는 확인이 되어야 한다. 퍼지완료는 측정한 체크포인트를 확인하고 측정값이 ‘0’이 나오는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 대림산업은 체크포인트와 측정값을 공개해야만 퍼지 100% 완료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즉각 데드존 체크유무와 그 측정값을 공개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림산업이 데드존 체크를 하지 않은채 작업허가서를 발부하였다는 치명적 과오가 입증되는 셈이다.

<데드존(dead zone) 체크 미실시로 본 폭발상황>

현재 국과수와 경찰에서 정밀분석 중인 폭발원인을 데드존체크 미실시를 전제로 구성해보면 이번 폭발사고를 분진에 의한 1차 폭발 이후 상부에 남아 있는 잔존가스로 인해 더욱 강력한 연쇄2차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고 직후부터의 구호대응체계의 문제이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상당시간이 흐른 뒤에 구급차량이 뒤늦게 도착하고 응급조치 또한 하청업체 직원, 사고당사자들에게만 맡겨졌을 뿐 원청인 대림산업측에서는 방관했다는 것은 대림산업의 응급대응계획이 상당히 허술하거나 이행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후 반드시 이 측면에 대한 상황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측과의 보상합의로 고인들의 발인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여수에서 들려오는 제보는 정말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대림산업이 자체 응급대응시스템이 없고 여천NCC 사업장이 대신하고 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실효성있는 현장대응메뉴얼 마련 등 안전보건관리 종합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하루 이틀 사고도 아닌데 뭐”, “벌써 몇 번째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는데.. 이번만은...제발그렇다. 매번 반복되는 사고다. 객관적이고 정밀한 사고조사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대림산업의 양심적 고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단이 얘기되고 있다. 구성되는 진상조사단은 노동자와 유족을 대표하는 노동자 조사요원 및 피해자 측이 추천하는 사고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더 이상의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화학물질관리 종합대책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지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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