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노동복지센터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하며
엊그제 서울 노원구 노동복지센터가 문을 열었다. 노인복지센터나 지역아동센터, 여성복지센터는 익히 들어봤지만 노동복지센터는 아직 낯설다. 게다가 서울의 자치구 25개에 순차적으로 들어선다는 계획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2012년 6월 현재 서울시의 경제활동인구는 533만 명에 이른다. 인천에 이어 실업률은 두 번째로 높은 도시이지만 전국 경제활동인구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일자리에 있어서만큼은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취업하는 사업장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제조업 생산기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주로 대사업장이라면 공공부문 정도일 것이다.
이들 대사업장 소속 노동자를 제외하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나 이들과 진배없는 자영업자들은 노동조합 조직률 10%의 한계 속에서 어떠한 안전망도 없이 하루하루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노동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현 서울시장이 당선될 때부터 공언을 했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노동복지에는 한계가 따르기 나름이다. 스스로의 권리를 알고 스스로 조직하며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요구하는 노동복지가 필요한 것이다. 노동복지센터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이다. 당연히 예산이 배정되었다. 노원 노동복지센터에는 이 일만 하기 위해 상근하는 활동가가 4명이나 된다. 강당 등을 포함한 200평 남짓한 널찍한 공간은 지하철 역사의 빈 상가공간을 활용했다. 서울시 자산이니 임대료도 없다.
첫 사업이 시작되었다. 학교급식조리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환경 실태조사사업이다.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을 집중적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학교급식조리노동자들은 채 10%도 조직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복지센터 간담회에 모여들었다. 왜냐하면 지역의 국회의원인 노회찬 의원 명의의 공문이 각 학교 교장 앞으로 이미 발송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조리노동자들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알려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학교급식조리 노동자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한 노회찬 의원은 지역의 취약 노동자계층을 위한 사업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연대를 다짐했고 박수가 쏟아졌다. 노동조합을 모르던 참가자들은 노동조합 투쟁 동영상을 시청하고 타지역의 활동 소개를 받고 실태조사 설문지를 작성했다.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너도 나도 노조가입원서를 쓰고 나갔다. 못 온 동료를 위해 가입원서 여러 장을 챙겨가는 모습에 콧날이 시큰해졌다.
뭔가 될 것 같다. 시장과 지역의원의 아름다운 연애가 결실을 맺을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민주노총에서도 미조직조직화사업의 일환으로 유사한 형태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이 노동안전보건이라는 이슈로 시도되고 있고 중반을 넘어가는 경우의 사업도 있지만 느낌이 좀 다르다. 너무 힘들고 어렵게 조직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다소 적다. 그 이유는 튼실한 기초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목표 집단 설정이 부적절한 것도 한 원인인 듯하다. 아직 섣부른 평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는 실패할 수도 있다. 반면 어느 것은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을 확연히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한인임(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