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6 14:45
- 세계산재노동자 추모기간에도 어김없이 일어나는 노동자 산재사망은 휴먼에러가 아니라 준비된 시스템 에러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폭발사고로 악명을 날리던 발전회사에서 이번에는 연타로 붕괴사고가 일어나 노동자를 사지로 몰았다. 2005년 여수화력 사망사고, 2006년 보령화력 사망사고, 2007년 인천화력 사망사고, 2012년 줄줄이 발생하는 태안, 보령의 노동자 사망사고... 이뿐이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크고 작은 화재, 폭발 사고가 그 사이에도 수차례 있었다. 그리고 더 두려운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와 사고 은폐...우리나라 발전소는 정말 겁이 없이 운영된다. 누군가 쫄지말라고 했던 얘기를 이들 조직은 자신이 행해야 할 일인 줄 아는 모양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줄기차게 일어나는 사고의 원인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부품을 교체하지 않은 일련의 경영행위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한여름 전력 피크가 존재하는 시기에도 노동자를 해고하는 행위 때문이다. 새로운 설비, 증설이 이루어져도 인력은 늘리지 않은 행위 때문이다. 충분한 안전점검 없이 노후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행위 때문이다. 위험 작업 수행 노동자에게 작업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훈련시키지 않는 경영 행위 때문이다. 건설노동자에게 끊임없이 공급단가 인하를 종용하는 행위 때문이다.
좀 크게 얘기하면 이런 겁 없는 (공기업!)의 경영행위를 방조, 조장하는 행정당국의 빵빵하게 부은 간 때문이다. 노동자의 목숨이나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아, 우리나라 위정자들의 이 생명 경시 사상(思想), 이 사상은 이들의 철학이 되었다.
“개별 발전소에서 예산을 올리면 발전사 본부에서 60%만 승인되어 내려온다. 그리고 연간 20%씩 예산을 줄이라고 한다. 결국 올린 예산에서 40%만 쓰라는 것이다. 우리는 공사(유지보수)가 무척 많은데 결국 하지 말라는 얘기다. 당장 나가 터지기 전까지 손대지 말고 돌리다가 터지면 그 때 고치라는 거다. 배관같은 건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 배관 터지면 옆에 지나가던 사람 몸이 반토막이 난다. 이런 거 우리보고 감당하라는 거다. 배관같은 거 교체주기는 매뉴얼에 나오는 대로 해야 되는데 안하는 거다. 최근 정전사태의 원인도 똑같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 쉬쉬해서 잘 모르는 큰 사고도 있다. 오버홀(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제대로 점검 못하는 문제가 사고의 징후지표가 되지 않을까? 불안요인이 내재되어 있다. 운전설비는 비교적 잘 관리되나 보호설비는 관리하지 않는다. 빈도가 높은 사용시설이 아니니까. 불이 나서 수백억 원씩 날려먹는 것도 많이 있다.”
위 내용은 한 발전소 노동조합 간부와 필자가 직접 나눈 대화내용이다. 물론 수년 전 내용이라 따끈한 감은 없지만 이 상황이 현재 더 나아진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의 사고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으니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매우 계획적으로 조장한 핵심적인 내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2000년에 만들어졌던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률의 취지는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34개의 화력 및 양수발전소와 5개의 원자력 및 수력 발전분야를 잘게 잘게 찢어서 6개의 발전회사로 분할하고 배전분야도 6개 권역으로 분할해서 민영화를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덩어리가 너무 큰 한국전력공사를 통째로 살 자본력을 가진 집단이 많지 않으므로 먹기 좋게 잘라서 팔아치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급기야 6개의 발전 자회사가 탄생하였다. 그러나 이후 노무현 정부에 와서 배전분야 분할은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고 이렇게 분할해서 잘 된 사례가 없다는 전문연구자 그룹의 의견을 수렴해서 배전분할이 무산되었다.
배전분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각이 쉽지 않다. 발전 자체는 큰 소득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발전과 배전을 다 가지고 있어야 사업에 뛰어든 민간자본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배전 분할은 무산되었고 법은 한시법이었으므로 없어졌다. 이제 분할되어 남아있는 6개의 발전사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특히 5개 화력/양수 발전회사) 이들에게 닥쳐온 것은 무한 경쟁이었다. 조직을 분할하면 필연적으로 관리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거대한 원재료 시장에서도 5개사가 따로 입찰을 해야 하니 당연히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져 역시 비용이 커졌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디에 손을 대야 하는데 결국 노동자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버려 비용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철학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처음부터 부적절한 계획이었고 지난 10여년 간의 비용편익을 분석해보면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한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기 위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맞다. 더 이상의 어떤 꼼수로도 더 나아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
최근 궤도분야에서도 같은 쟁점이 존재한다. 초국적 자본 속에 검은 머리 외국인(?)이 있다는 맥쿼리의 분탕질을 빵빵하게 밀어주는 위정자 덕분에 국민에게 교통비를 추가 부담시키는 지하철 9호선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서울시의 품으로. 이와 똑같이 관련된 스마트카드도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서울시의 품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돈 되는 노선 민영화 계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철도의 수서~목포 노선도 돌아와야 한다. 국토해양부의 품으로.